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 26. 선고 2023나2012911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의 근로계약 체결

1)

원고는 2011. 6. 8. 피고와 계약기간을 1년(2011. 6. 9.부터 2012. 6. 8.까지)으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1. 6. 9.부터 피고 법제팀 소속 사무보조업무 담당직원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2011. 11. 15. 계약기간을 2011. 11. 15.부터 2012. 6. 8.까지로 정하여 근무장소와 업무 내용을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그 무렵부터 2013. 6. 9.까지 피고 비서실 소속 비서로 근무하였다.

2)

원고는 2013. 6. 10. 피고의 계열회사였던 주식회사 D(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C, 이하 'D'라 한다)와 계약기간을 2013. 6. 10.부터 2014. 6. 9.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다가 2014. 4. 1. 피고의 계열회사였던 주식회사 E 주식회사(이하 'E'이라고만 한다)와 계약기간을 2014. 4. 1.부터 2015. 3. 31.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4. 11. 1.까지 근무하였다.

나.

원고의 사직

1)

원고는 2014. 10. 31. "일신상의 사유로 2014. 10. 31.자로 사직하고자 하오니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사직서를 작성하여 피고 소속 인사팀장 F에게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

2)

원고는 2014. 10. 31. 권고사직 형식으로 퇴사하였고, 이후 서울서부고용센터로부터 2014. 11. 1.부터 2014. 12. 30.까지 총 36일 동안의 실업급여 1,350,420원을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75, 98, 99호증, 을 제6,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원고가 피고의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고 착오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바,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2>

나.

판단

1)

원고는 2011. 6. 8. 및 2011. 11. 15.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수행한 이래 2013. 6. 10. D와, 2014. 4. 1. E과 각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의 계열회사인 D, E과의 위 각 근로계약에도 불구하고 2014. 10. 31.까지 피고 소속 비서실에서 비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직서도 피고 소속 인사팀장에게 제출하였다(갑 제2, 7 내지 11호증,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 제출 당시 피고와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고, 피고 역시 원고가 퇴사 당시 피고 소속 근로자였다는 점을 다투지 않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이 부분 원고의 임금 청구에 관하여 본다.

2)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착오는 '피고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이는 사직의 의사표시에 관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게 된 동기, 즉 정규직 전환의 기대가 좌절되었다는 내심의 동기가 피고에 대하여 표시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3)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계약 기간이 5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피고에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그 동기를 '일신상의 사유'라고 기재하였음이 인정될 뿐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어 사직한다'는 동기를 표시하였다거나 위와 같은 동기의 착오가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원고의 착오 취소 주장이 실효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피고의 주장도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3.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1. 6. 9.부터 2년을 초과하여 피고의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계열회사인 D, E과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고, 원고에게 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하지도 않았다. 또한 피고는 다른 직원과 달리 원고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음으로써 원고의 정규직 전환기대권을 침해하고 차별적 처우를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헌법,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제반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인격권이 침해되고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과 원고의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

피고에 대하여 2017. 10 .12.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2018. 5. 24. 회생계획인가결정이 내려졌는바,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은 원고 주장의 손해배상채권은 이로써 실권되었다. 따라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은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하고, 채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주요한 발생 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으면 그에 해당한다. 회생채권이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되거나 신고되지 않으면, 그 채권자가 회생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는 때에 실권된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47369 판결 등 참조).

2)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17. 10. 12.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실(서울회생법원 2017회합100149), 위 회생절차에서 피고가 2018. 5. 24.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원고가 주장하는 불법행위가 있었을 때, 즉 원고의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한 시점 또는 원고가 아닌 다른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시점에 성립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의 원인으로 생긴 것이어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 채권은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되거나 신고되지 않았고, 관리인이 회생채권의 존재 또는 그러한 회생채권이 주장되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가 회생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 주장의 손해배상채권은 회생계획인가결정에 따라 실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손해배상청구의 소 부분은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한바,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 중 임금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하고, 손해배상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임금청구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박순영 민지현

각주1)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각하하고 임금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으나, 양 청구는 선택적 병합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의 항소금액 범위 내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다.

각주2) 원고의 청구는 피고에 대하여 '임금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것이나, 제1심 법원에서 '원고의 사직의의사표시는 착오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권고사직은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청구의 근거조문으로 착오취소에 관한 민법 제109조를 들며 착오취소에 관한 판례를 원용하기도 하였다. 제1심 법원은, 원고가 불법행위로인한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피고에 대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착오라고 주장하며 2020. 11. 26.자준비서면의 송달로 이를 취소하고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청구를 선택적으로 하였다고 선해하여 원고의 임금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피고가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여전히 '손해배상'을 주장하기는 하였으나, 제1심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원용하는 주장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한 임금 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구하는 취지로 보고 그에 관하여 판단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