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1. 9. 선고 2023노758 판결

2023

주문

제2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과 제3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

제1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피고인 A(제1원심판결 판시 사기죄 부분)<1>

피고인은 피해자 L에게 Q 일반산업단지 택지조성사업의 토목공사를 도급하여 줄 충분한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피해자도 위 택지조성사업과 관련하여 PF대출의 필요성, PF대출 실행을 위해 예치금 명목의 돈이 필요했던 사정,피해자의 돈을 O(주)가 예치금의 대주에게 이자 명목 등으로 사용한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나)

피고인 B(제1원심판결)

피고인이 A과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피고인 A

∙ 제1원심의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징역 3년

∙ 제1원심의 판시 사기죄: 징역 8개월

∙ 제2원심: 징역 3년

∙ 제3원심: 징역 6개월

○

피고인 B(제1원심): 징역 1년 6개월

나.

검사

1)

사실오인(제1원심판결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관련 이유무죄 부분)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2009. 12. 17. 투자금 명목으로 50,000,000원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양형부당(제1, 3원심판결)

제1, 3원심의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피고인 A 및 피고인 A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피고인 A에 대한 제1, 2, 3원심판결이 따로 선고되어 각 항소가 제기되었고, 이 법원은 위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가.

피고인 A에 대한 제2, 3원심판결 ➠ 병합으로 인한 직권파기

피고인 A에 대한 제2원심판결의 판시 각 사기죄 부분과 제3원심판결의 판시 각 사기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 A에 대한 제2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과 제3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피고인 A에 대한 제1원심판결 판시 각 죄 ➠ 직권파기 아니함

제1원심판결의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2014. 5. 31.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제1원심판결의 판시 사기죄, 제2, 3원심판결 판시 각 사기죄는 위 판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이 확정된 이후에 이루어진 범행이다.

한편 피고인은 2016. 8. 31.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2017. 1. 20. 그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단5284)이 확정되었는바, 위 확정판결 이전에 범한 제1 원심판결 중 판시 사기죄(범행일시 2015. 7. 24.)와 위 확정판결 이후에 범한 제2, 3 원심판결의 판시 각 사기죄(범행일시 2018. 4.경부터 2019. 12. 26.경까지)는 위 확정판결의 존재로 인하여 형법 제37조 전·후단의 어느 경합범 관계도 성립할 수 없으므로, 제1원심판결 중 판시 사기죄 및 제2, 3 원심판결의 판시 각 사기죄에 대하여도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1도2351 판결 등 참조).

결국 제1원심판결 중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사기죄와 제2, 3원심판결의 판시 각 사기죄는 따로 형을 정해야 하므로, 당심의 병합심리결정에도 불구하고 제1원심판결의 판시 각 죄는 직권으로 파기하지 아니한다.

3.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제1원심의 판단

피고인과 제1원심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제1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O㈜의 대표자도 아니었고 O㈜로부터 토목공사를 하도급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실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곧바로 토목공사를 하도급하여 줄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명목의 금전을 송금받은 것이므로, 피고인이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 L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자신을 O㈜의 대표라고 소개하면서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면 O㈜가 시행하는 Q 택지조성사업의 토목공사를 하도급하여 주겠다고 말하기에 그 말을 믿고 O㈜ 명의의 계좌로 1억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취지로 분명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교부받은 명함에는 ‘O㈜ 대표 A’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가 2015. 7. 24. O㈜ 명의의 계좌로 1억 5,000만 원을 송금한 내역도 확인되는 등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한다.

②

O㈜의 실질적 운영자인 Y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O㈜의 대표가 아니라 O㈜로부터 Q 택지조성사업의 사업자금 조달을 의뢰받은 자로서 업무상 편의를 위하여 O㈜의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업무 수행에 대한 선급 사례로 O㈜ 발행주식의 15%를 미리 이전받은 것에 불과할 뿐, O㈜로부터 공사도급계약 체결 권한까지 위임받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고, 피고인이 O㈜로부터 교부받은 위임장에도 그 위임 내용에 ‘본 사업에 대한 금융행위에 대한 대리권’이 기재되어 있을 뿐, ‘공사도급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 O㈜를 대표 또는 대리하여 피해자에게 토목공사를 하도급할 권한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③

O㈜가 추진하려는 Q 택지조성사업은 당초 ㈜AO가 추진하던 사업으로, 위 사업은 최초 산업단지계획이 승인된 2009. 7. 9.경부터 부지 확보, 자금 부족 등의 문제로 상당한 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채 사업기간만 계속 연장되고 있었고, O㈜는 2015. 4. 14. ㈜AO와 경영권 인수 및 사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여 대금 150억 원에 위 사업에 관한 권리 일체를 양수하려 하였으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여 그 사업권을 양수하는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O㈜는 PF대출을 일으켜 사업자금을 조달하려고 하였으나 그마저도 사업부지의 소유권 확보 등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대출조건이 전혀 이행되지 아니한 탓에 대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Q 택지조성사업의 토목공사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④

피고인은 AP㈜로부터 600억 원 규모의 PF대출을 받을 계획으로 AP㈜가 요구하는 ‘50억 원 이상의 분양 청약금 예치 조건’을 달성하고자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1억 5,000만 원 전액을 X에게 지급하고 X를 통하여 사채 50억 원을 조달하려고 하였으나 X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X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아 그 중 1억 원을 AQ에게 지급하고 AQ를 통하여 피고인이 요청한 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려 하였으나 AQ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돈도 돌려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이 O㈜의 대표로서 토목공사를 하도급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PF대출을 일으키기 위해 50억 원의 사채까지 조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전혀 밝히지 아니한 채 오히려 모든 사업 준비가 끝나 곧바로 토목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인양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이고, 만일 피해자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고지받았더라면 피고인에게 1억 5,0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을 선뜻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제1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관련 법리 및 사정들과 함께 제1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 CZ 등은 공모하여 2015. 4. 20.경<2> 서울 강남구 DA, 2층에 있는 주식회사 DB 사무실에서 피해자 DC에게 “O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AO로부터 Q 택지조성공사 시행권을 양수하였다. 사업시행을 위해 P/F자금을 대출받기 직전이고, 시공사도 선정해 놓았으며, 벌목, 토공․토석 반출공사 금액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사장님이 운영하는 DD 주식회사와 벌목, 토공․토석 반출공사 계약을 체결하여 ㎥당 11,000원으로 발주해 줄 테니 공사 이행보증금 2억원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O AO와 경영권 인수 및 사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있지만, 계약의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고, 이 사건 조성공사 사업 대상 부지의 토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선이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P/F대출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공사이행보증금을 받아도 약속대로 공사를 진행시켜 줄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CZ 등과 공모하여 사업 진행 상황에 관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O 명의의 R은행(계좌번호 2 생략) 계좌로 2억 원을 공사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송금 받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20. 9. 18.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2020. 11. 27. 그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노3672)이 확정되었던 점을 추가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위 Q 일반산업단지 택지조성사업의 토목공사를 도급하여 줄 능력이 없었다고 본 제1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4.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제1원심의 판단

피고인과 제1원심 변호인은 제1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제1원심은, 제1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 C으로부터 투자받거나 차용한 돈을 제대로 상환할 수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A과 암묵적으로 상통하고 A의 범행에 편승하여 피해자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과 A 사이의 공모관계, 편취 고의,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과 그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공모관계 및 편취 고의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정 등

①

피고인은 A으로부터 E 물류사업, 공기정화장치 판매사업, 셋톱박스 수출사업, ㈜AF 인수 등의 계획을 듣고 이를 피해자에게 그대로 전달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A, ㈜Z, ㈜J 명의의 계좌로 자금을 송금하게 하고 ㈜J 명의로 차량을 리스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리스채무를 보증하도록 하였다.

②

피고인은 E 물류사업을 위하여 설립된 ㈜Z의 등기이사로서 회사 지분의 5%를 배분받기로 정해져 있었고, 공기정화장치 판매사업 및 셋톱박스 수출사업을 위하여 설립된 ㈜J의 대표이사로도 등재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위하여 설립된 두 회사에서 모두 임원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③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A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계획은 피고인을 통하여 전해 들었고, 자금을 이체하여 달라는 요청도 A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모두 피고인을 통하여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기 범행의 완성에 필수불가결한 행위를 담당하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④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A으로부터 수시로 경비를 지급받았고, A 명의의 계좌에서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직접 송금된 돈만 해도 약 5,800만 원에 달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E 물류사업, 공기정화장치 판매사업, 셋톱박스 수출사업, ㈜AF 인수 등 A의 사업 계획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거나 구체적인 사업 진행 상황은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선뜻 믿기 어렵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008. 3.경 AR㈜ 약속어음 할인 매수를 위하여 2억 5,500만 원, 2008. 7.경 강원 영월군 AS 부동산 매수를 위하여 2억 7,000만 원, 2008. 7.경 서울 강동구 AT 체비지 매수를 위하여 6,000만 원, 2008. 10.경 의정부시 AU에 있는 AV병원 관련 투자를 위하여 4억 5,000만 원 등 도합 1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도록 권유하였다가 손해를 입힌 사실이 있고, 이 사건 범행 무렵인 2009. 4.경부터 2009. 7.경에도 피해자로부터 납골당, 한방병원, 골프장 건설사업 투자금 명목 등으로 합계 3억 3,350만 원을 편취하면서(피고인은 위와 같은 범죄사실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2022. 2. 16.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22. 4. 2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해자의 자금 사정이나 투자 성향 등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⑥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A이 내세운 여러 사업은 모두 그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실체가 의심스러운 것들로서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 단 하나도 없었고, A의 막연한 사업 구상을 듣고 그를 도와 함께 사업을 추진한 피고인으로서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가 투자 내지 대여한 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아니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였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자금을 투입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를 A에게 소개하고 A의 의사를 피해자에게 직접 전달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자금을 이체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Z의 이사 및 ㈜J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후 사업수익을 분배받기로 하고 편취금 중 일부를 경비 명목으로 지급받기까지 한 것이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기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피해자의 처분행위와의 인과관계의 존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가 투자 내지 대여한 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아니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A과 암묵적으로 공모하여 피해자에게 A의 사업 계획 및 자금 요청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A과 ㈜Z, ㈜J 명의의 예금계좌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송금하도록 하고 ㈜J의 리스채무를 보증하도록 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과 그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기망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A 사이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이상, 피고인은 A의 기망행위에 대하여도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을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제1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관련 법리 및 사정들과 함께 제1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A 사이의 공모관계, 편취 고의,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과 그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①

A은『A과 S는 명품매장을 만들어 마치 실제 매장을 유지하는 것 같은 외양을 보여 피해자 C을 속인 후 그 대금을 받아 가로채려 하였을 뿐 실제 명품매장을 운영하거나 명품을 펀드와 연계해서 돈을 조성하여 그 이득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은 S와 함께 2009. 9. 초순경 ‘DF’ 명품관 매장에서, 피해자에게 “이태리 수입 명품사업을 하고 있으며, ㈜AF을 인수하게 되면 명품하고 연계해서 펀드 100~300억 원 정도를 조성하여 그 이득금의 40%를 주겠다. 일단 명품 구입하는데 돈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 주면 물건을 판매해서 변제하여 주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9. 9. 11.부터 2009. 12. 17.까지 합계 737,350,000원은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963)되었다가 2015. 4. 3.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위 사건에 피해자 C은 ‘매번 S와 B으로부터 위 명품매장의 운영에 관한 설명을 듣고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 C의 일관된 진술과 동일한 취지이다.

②

한편 피고인은 ㈜J과 ㈜Z 임원으로 각 법인등기부에 등재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모두 A의 부탁을 받고 명의만 빌려준 것 일뿐, 피고인이 위 법인들의 운영에는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위 명품매장에 관하여 2009. 9.경 ㈜J 명의로 그 부분의 임차인인 DE과 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전대보증금이 마련될 때까지 월세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장이 운영되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과 A은 위 전대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9. 10. 23. DE의 소개로 알게 된 T에게 “1억 5,000만 원을 1개월만 빌려 달라. 그러면 월 이자 10%로 하여 1,500만 원을 지불하고 2009. 11. 23.까지 갚아주겠다. 돈을 갚지 못하면 명품매장에 있는 의류용품 약 5억 원 상당을 양도해주겠다.”고 말하고 T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J 명의의 차용증 및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피고인 및 A의 각 명의로 된 책임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피고인과 A이 공모하여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위와 같이 T을 기망하여 돈을 교부받았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10월을 각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고단2208호, 피고인은 2013. 6. 13., A은 2013. 10. 24.), 피고인에 대한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또한 위 ‘①’항 기재 A 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A으로부터 ㈜J 주식 20%를 받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3>. 이와 같은 피고인 명의 책임각서, 피고인과 A의 유죄확정판결, 피고인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단순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A이 E 물류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G에게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여야 한다면서 J 명의로 AG과 ‘체어맨W’ 차량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로부터 리스 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받음과 아울러 피해자로 하여금 리스채무를 보증하도록 하였는데, 당시 피고인도 피해자와 함께 리스채무를 보증하였고, 그 후 실제 리스료를 일부 납부한 사정도 보인다. 그러나 위 차량 리스료를 실제 부담하여야 하는 A은 당시 별다른 재산 없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돈으로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계약자인 ㈜J과 보증인인 피고인 역시 리스료 전체를 납부할 자력이 없었기 때문에 보증인인 피해자가 리스채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고, A 뿐 아니라 피고인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리스계약에 따른 리스료를 일부 납부하였던 사정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5.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제1원심의 이유 무죄 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C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9. 12. 17. 투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원심의 판단

제1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는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돈 중 위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에 대하여는 자신의 수첩에 기재된 메모를 근거로 어떤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하였는지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는 반면, 위 5,000만 원에 대하여는 수첩에 아무런 기재가 없는 관계로 그 송금 명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채 막연히 피고인 B의 요구에 의하여 자금을 송금한 것이라는 추측성의 진술을 하고 있을 뿐이다.

②

피해자는 2009. 9. 25.부터 2009. 12. 17.까지 ㈜J 명의로 명품매장을 운영하는 S에게 속아 6억 4,325만 원을 편취당하기도 하였는데[S는 위와 같은 범죄사실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2017. 7. 27.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17. 10. 2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날인 2009. 12. 17. S의 매형 AW 명의의 계좌로 6,190만 원을 송금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53번 거래내역서 참조).

③

피해자가 2009. 12. 17. ㈜J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위 5,000만 원 중 2,000만 원은 다시 AW 명의의 계좌로 송금되고, 나머지 3,000만 원은 ㈜AX 명의의 계좌로 송금되었는데[증거목록 19번 수사보고(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회신자료 편철) 중 ㈜J 명의 H은행 계좌의 예금거래실적증명서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AW은 별건 사기 범행을 저지른 S의 매형으로 S의 명품매장 관련 사기 범행과 관련이 있을 뿐이고, ㈜AX도 피고인들의 사기 범행과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아니하였다.

④

위와 같이 피해자가 2009. 12. 17. ㈜J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위 5,000만 원은 피고인들이 사기 범행의 수단으로 삼은 E 물류사업, 공기정화장치 판매사업, 셋톱박스 수출사업, ㈜AF 인수 등의 명목으로 송금된 돈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달리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사업을 내세워 피해자로부터 그 사업자금 명목으로 위 5,000만 원을 송금받아 편취한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제1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과 함께 제1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제1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6.

제1원심판결 판시 각 죄에 대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과 함께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정도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드러난 여러 양형조건을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1)

피고인 A

○

피고인은 E 물류사업, 셋톱박스 수출사업, 공기정화장치 판매사업 등 갖가지 사업 명목을 내세워 피해자 C으로부터 7억 원이 넘는 거액을 편취하는가하면, 공사 수주를 미끼로 피해자 L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돈을 편취하는 등 또 다른 불법까지 자행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죄가 매우 무겁다.

○

피고인은 사기 범죄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회복을 위한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아직까지 피해자로부터 범행을 용서받지 못하였다.

○

이 사건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사건을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한다.

2)

피고인 B

○

피고인은 A의 사기 범행에 공모·가담하여 피해자 C에게 7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으로 그 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

피고인은 별건 사기 범행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숙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회복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피해자로부터 범행을 용서받지도 못하였다.

○

피고인은 공범자인 A에 비하여 범행 가담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한 경제적 이익 역시 A에 비하여 적다.

○

피고인은 별건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바 있어 이 사건과 이미 판결이 확정된 별건 사기 사건을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

원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들과 검사가 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이고, 그 밖에 피고인 A이 이 법원에 이르러 피해자 C에 대한 사기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등 이 법원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현출된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이 부분 관련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7.

배상명령 신청 부분

가.

제2원심 배상명령 신청 인용 부분

제2원심은 배상명령신청을 인용하였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면 유죄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된 경우 제2원심의 배상명령은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되나, 피고인 A과 변호인이 제출한 항소장 및 항소이유서에 배상명령 인용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고,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위 부분을 취소·변경할 사유를 발견할 수 없으므로, 제2원심판결 중 배상신청 인용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나.

당심 배상명령 신청 부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로서, 같은 법 제25조 제3항 제3호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위 같은 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도9616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과 배상신청인과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배상신청인에 대한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이유 없다.

8.

결론

가.

피고인 A에 대한 제2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과 제3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피고인 A 및 검사(제3원심판결에 한한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나.

제1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다.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각하하기로 한다.

【피고인 A에 대한 직권파기 부분에 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