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결정

서울고등법원 2023. 6. 13.자 2023라20147 결정

주문

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항고비용은 채무자들이 부담한다.

신청취지및항고취지

이유

1.

사안의 개요 및 전제된 사실관계

가.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채권자가 채무자들이 채권자의 국내 사업본부와 전시장이 있는 건물 부근에서 채권자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을 하였다는 표현의 현수막 등을 부착하거나 음원을 송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두 선전활동을 하여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고, 이는 채무자들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을 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당성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들의 가두선전 활동의 금지와 대체집행과 간접강제의 집행명령적 문언의 부가와 집행관 공시 등의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이다.

제1심 법원은 채무자들의 가두 선전활동 중 제1심 별지 인용목록 기재 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고, 채권자의 나머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채무자들이 신청이 받아들여진 가처분결정 부분에 불복하여 가처분이의를 신청하였고, 제1심법원은 그 가처분결정을 인가하였으며, 채무자가 이에 불복하여 항고를 제기하였다(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에 한정된다).

나.

전제된 사실관계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채무자 D은 채권자의 판매 대리점에서 자동차 판매 및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판매원인 카마스터로 근무하였다.

(2)

채무자 D은 채권자에 대하여 자신이 카마스터로서 채권자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2016가합545090).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심리한 결과 2020. 1. 9. 채권자와 카마스터인 채무자 D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나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 D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채무자 D이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심리한 결과 항소심법원은 2021. 1. 15. 항소를 기각하였고(2020나2005790), 채무자 D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2. 5. 26. 상고를 기각하여(2021다210102), 채무자 D의 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채무자들은 채권자가 판매 대리점 카마스터의 사용자 또는 사용자인 대리점의 경영주와 공모하여 카마스터에게 노동조합탈퇴를 종용하거나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계약을 해지하거나 재취업을 방해하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채권자를 고소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수사한 결과 2020. 8. 10.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채권자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채무자들이 이에 불복하여 검찰항고를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검찰청은 2020. 10. 27.항고를 기각하였고, 채무자 B노동조합 C지회는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21. 4. 22.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2020초재4893).

(4)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국내 사업본부와 전시장이 있는 건물의 부근에서 채권자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을 하였다는 표현의 현수막 등을 붙이거나 그러한 내용의 음원을 송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두선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

제1심 결정의 인용과 추가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다음 3항의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결정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집행규칙 203조의3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이 법원의 추가 판단

가.

제1심 별지 인용목록 제1항 기재 금지명령의 대상인 부작위채무가 특정되었는지 여부

[채무자들의 주장]

채무자들은 제1심 별지 인용목록 제1항 기재 금지명령은 문언에서 그 금지명령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채무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것인지 불확실하고, 이러한 금지명령은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집행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의 금지명령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에는 대체로 채무자에게 일정한 적극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금지명령)과 채무자에게 채권자 또는 제3자가 권리로서 행하는 행위를 그대로 인용(認容)하거나 수인하여야 하는 것을 명하는 가처분(수인명령)의 2가지 유형이 있다. 그리고 채무자의 적극적인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채권자는 법원의 심리와 채무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가능한 한 금지명령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고, 어느 정도로 금지명령의 내용을 특정하여야 하는지는 금지명령의 대상으로 주장된 개별 적극적 행위의 내용과 성질, 침해행위의 구체적 태양과 금지명령의 내용,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면, 가처분법원이 부작위를 명한 내용은 실제로 채무자들이 현수막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현으로서 그 범위가 확실하게 특정되어 있고, 그 의미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정도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채무자들이나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라면 부작위채무의 내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들이 실제로 현수막 등에 사용하는 표현과 그와 유사한 의미라는 금지문구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집행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명예훼손이나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가두선전활동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에 있어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특정을 요구하게 되면 채무자가 가처분명령에서 금지한 행위를 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가처분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채무자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보전할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채무자들의 주장]

이 사건 금지문구는 그 표현이 비판적 견해표명 내지 주장에 해당하거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아 채권자의 인격권 등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전할 권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설령 보전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금지대상인 행위로 인하여 채권자에게 어떠한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을 끼친다는 점에 관하여 소명이 없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판단]

명예는 생명, 신체와 함께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이고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권리이므로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인 명예를 위법하게 침해당한 자는 손해배상 또는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을 구할 수 있는 이외에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에 기초하여 가해자에 대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5. 1. 17.자 2003마1477 결정 참조). 다만 가두선전활동 등의 표현행위에 의하여 명예의 침해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고 그 조정이 필요하므로 어떠한 경우에 인격권의 침해행위로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헌법상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가두선전 활동에 의한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 표현이 전적으로 공익을 꾀할 목적이 아님이 분명하고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해당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뒤지는 것이 분명하므로 유효적절한 구제방법으로 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는 사전금지도 허용된다고 봄이 적절하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채권자와 채무자들의 관계, 분쟁에 이르게 된 경위와 채무자 D의 근로자지위확인의 소송의 결과, 채무자들의 채권자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고소사건의 결과, 채무자들의 행위 태양 및 정도, 그 표현 내용,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들이 가처분결정 주문 제1항 기재 행위를 하는 것은 그 내용이 허위사실에 기초하고 있거나 인신을 공격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비판적 의견표명이라기 보다는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것이어서 채권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하거나, 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채무자들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의 한계를 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채무자들은 위와 같은 관련 민사소송사건 및 형사고소사건이 확정되고,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있은 후에도 가처분결정 주문 제1항 기재 행위를 계속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같은 행동을 할 개연성이 매우 높으므로 채권자가 채무자들을 상대로 이 부분 금지를 구할 보전할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봄이 적절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제1심 결정은 정당하고, 이 부분에 대한 채무자들의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며, 항고비용은 패소한 채무자들이 부담한다.

2023. 6. 13.

판사 배형원(재판장) 이균용 김문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