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압수된 보이차 칼 1개(총 길이 12cm, 칼날 길이 6.5cm, 증 제1호), 검정색 가방 1개(증 제5호)를 각 몰수한다.
이 사건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의 진술, 피고인의 행동, 당시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또한 재범위험성이 있으므로 보호관찰명령도 함께 선고되어야 한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등)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 2022고단2523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으로 기소되어 2023. 3. 23. 위 법원으로부터 금고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피고인이 같은 법원 2023노456호로 항소하였다가 2023. 4. 26. 위 항소를 취하하여 같은 날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심 판시의 죄는 판결이 확정된 위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이유무죄 및 보호관찰명령청구 부분 포함)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당심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년경 피해자 B(여, 51세)과 재혼하여 함께 거주하던 중 피해자가 2022. 12. 2.경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가자 화가 나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에 사용할 불상의 끈, 보이차 칼(총 길이 12cm, 칼날 길이 : 6.5cm), 번개탄, 부탄가스, 토치, 철제 받침대 등을 미리 검은색 가방에 넣어 준비하였다.
피고인은 2022. 12. 8.경 피해자에게 자동차 소유권 이전 문제로 만남을 요구하며 주거지로 유인하고, 2022. 12. 9. 09:15경 피해자가 타고 온 (차량번호 1 생략) 흰색 쏘렌토 차량 뒷좌석에 위 검은색 가방을 싣고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운 다음, 범행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차량 앞 유리에 부착된 블랙박스를 탈착하고 그 안에 있던 SD 메모리카드를 빼서 자신의 지갑 안에 넣었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위 차량을 운전하여 인적이 드문 강원도 철원군으로 이동하면서 피해자에게 ‘너와 네 딸 집안, 전 남편 집안, 사돈 집안에 찾아가 파탄 내 버리겠다’는 등 말하여 협박하고,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안경이 벗겨지게 하는 등 피해자가 겁을 먹어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고, 같은 날 12:10경 강원 철원군 C 인적이 드문 공터에 차량을 주차하였다. 피고인은 그곳에서 피해자에게 “왜 헤어져야 하냐”, “나와 같이 죽자“고 말하며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원을 끄고 차량 밖으로 던진 다음, 조수석 뒤쪽으로 가 위 검은색 가방 안에 있던 끈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피하고 줄을 잡는 등 반항하여 목을 조르지 못하였다.
그 직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목 줘, 죽이겠다. 같이 죽자“고 말하며 보이차 칼로 피해자의 오른 어깨를 2회 찔러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위팔의 열린 상처를 가하고,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똑바로 앉아“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위 끈으로 피해자의 목과 팔을 포함한 몸통을 조수석 의자에 묶어 피해자의 목이 졸리게 하고, 다른 끈을 가지고 운전석 쪽으로 이동하여 피해자의 오른 다리를 기어봉에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위 검은색 가방에서 버너, 부탄가스, 철제 받침대, 번개탄 등을 꺼내 운적석으로 와 차량 문을 닫은 상태로 번개탄에 불을 피워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함께 자살하려다가, 차 안에 연기가 차오르자 이를 참지 못하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가 피해자를 풀어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법리를 기초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살인미수의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결박하고 차량 내에서 번개탄을 피운 후, 연기가 어느 정도 차자 차량 앞문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하여 연기를 빼내었다. 피고인은 그 후 차량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피해자에게 “풀어줄까?”라고 물어보고, 피해자가 “도망 안갈테니 손목이라도 풀어달라”고 하자 피해자의 결박을 전부 풀어주었는데 이는 피해자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살해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피해자를 치료한 의사가 치료를 받을 정도로 연기를 많이 마신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에 관한 진단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밀폐된 상태에서 번개탄을 피운 시간은 상당히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차량 내에 있는 번개탄 2개 중 1개만 불을 붙여 그것을 피해자와 비교적 멀리 떨어진 트렁크 뒤에 두었고, 연기가 나자 피해자를 풀어주고 차량 앞문을 열어 환기가 된 상태에서 번개탄이 전부 탈 때까지 잠을 잤다. 이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람이 질식하여 사망케 할 정도로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게 할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결박을 풀어준 후 피해자에게 휴지를 달라고 하여 차량 밖에서 용변을 보고, 번개탄이 타고 있는 차량 안에서 문을 열어 둔 채 피해자와 함께 잠을 잤고, 피해자는 재가 된 번개탄과 부탄가스 등을 차량 밖에 버리고 잠에서 깬 피고인에게 식사를 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고 오던 중 피해자 자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 사건 범행 후의 정황 및 피고인, 피해자의 태도는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패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 다소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대체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면서 ‘보여주기식으로 번개탄을 피운 것이고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같이 죽자”고 말한 사실 및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번개탄을 피워서 죽으려고 했죠, 어디서 번개탄을 피워서 죽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라고 진술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진술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그렇게 (같이 죽자고) 말을 했죠, 보여줄라고”, “이렇게 하면 제 심정을 알아줄까 했던 것이죠”, “같이 죽자고 합의를 한 거라 진짜 한번 죽어보자 이런 식으로 보여주려고 피운거에요”이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진술은 이혼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등으로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번개탄을 피웠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위 각 진술이 번개탄을 살해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의미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미리 범행을 계획하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였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미리 범행을 준비하였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보여주기식으로 번개탄을 피운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와도 양립가능한 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당심의 판단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861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원심이 위와 같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원심 판결의 설시 내용을 위 증거들 및 관련 법리와 대조하여 볼 때,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당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달리 당심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객관적 사유가 드러난 바도 없다. 원심 판단의 이유를 보충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결박하면서 피해자의 어깨를 찌르는데 사용한 보이차 칼은 칼날이 약 6.5cm로 되어 있으나 끝만 마름모꼴로 뾰쪽하고 나머지는 송곳처럼 기다란 원통형이다(증거기록 90쪽). 보이차 칼의 형태나 찌른 위치, 피해자가 두터운 겨울 패딩을 입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만으로 곧바로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또한 위 보이차 칼은 새 상품으로 보이지 아니하고(증거기록 73쪽), 피고인도 수사과정 내내 그것을 봉투 칼이라고 하는 등 보이차 칼의 용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점(증거기록 110쪽, 328쪽)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보이차 칼을 살상용 또는 위협용으로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결혼기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외도를 의심하는 등의 언행을 보인 적도 없다(공판기록 54쪽).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집을 나간 후 이 사건 범행 당일 이외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거나 피해자를 강압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범죄전력은 1986년과 1992년 폭력으로 벌금 10만 원과 20만 원으로 처벌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다가 도로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것들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끈, 보이차 칼, 번개탄 등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미리 차량 블랙박스 SD카드를 제거하는 등으로 이 사건 범행을 준비하였고, 피해자에 한 위협적인 발언이나 피해자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원을 끈 다음 차량 밖으로 던지는 등의 행동을 단순히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표현방식으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사건 이후 몸이 안 좋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이 차량 내에서 번개탄을 피운 시간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끼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하기 위하여 번개탄, 부탄가스, 토치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블랙박스 SD카드를 미리 제거한 것은 피고인의 살인 고의를 강력하게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원심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정황은 피해자를 보여주기식으로 위협하려고 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와 배치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판결전 조사 과정에서 “내가 같이 죽자고 하면 피해자가 다시 잘 살아보자고 할 줄 알았다. 근데 피해자가 알겠다며 같이 죽자고 하니 당황했고 실망감이 컸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53쪽)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결박한 후 피해자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같이 죽자고 하고 차량 안에 연기가 차자 차량 문을 열고 나간 후 다시 들어와 피해자의 결박을 모두 풀어주고 용변을 보러 간 상황과 일치한다(증거기록 31쪽). 피고인이 피해자를 결박하는데 사용한 끈도 각각 다르고(차량 적재함 고정용으로 보이는 흰색 긴 줄, 가방에 사용하는 검정색 넓은 끈, 다른 종류의 가방 끈 3종류, 증거기록 156쪽), 이 사건 범행 후 피해자의 목이나 손등에 남아 있는 결박 흔적이 경미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결박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증거기록 41 내지 43쪽),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차량 밖으로 던지긴 하였지만 이후 피해자가 직접 휴대전화와 지갑을 찾아온 점, 피고인이 번개탄 이외에 치명상을 입힐 다른 살상용 도구를 마련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살인을 완성하려는 의도하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직후 피해자의 몸이 좋지 아니한 것은 검사 주장과 같이 번개탄 연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인의 당뇨 약을 다량 복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316쪽).
피해자의 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와의 갈등시 ‘(자신이) 죽겠다’고 말하고, 피해자와 사귈 때에도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하면 ‘(자신이) 죽겠다’고 하여 피해자가 마지 못해 사귄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증거기록 123쪽, 158쪽),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등의 언동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혼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짐을 언니 집으로 모두 부쳐버리자 자신이 죽어버리겠다는 표현만으로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으로 보여 더 나아가 이 사건 범행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 론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만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이 유무죄 및 보호관찰명령청구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