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 이유의 인용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고 제2항의 판단을 덧붙이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제1심판결 이유 6쪽 18 내지 20행의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을 “근로기준법”으로 고친다.
덧붙이는 부분
이 사건 취소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택시기사의 근로자성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망인은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통하여 이 사건 조합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던 점, 망인이 근무 장소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던 것은 택시운송사업의 일반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인 점, 망인이 운행한 택시 차량은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인 점, 망인이 지급받은 보수는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이 공존하는 점, 망인이 이 사건 조합에 출자금을 납부하였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고, 설령 출자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취소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조합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망인의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계약서의 문구보다 근로제공의 실질에 따라야 한다.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과 사정 등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조합은 조합원들의 출ㆍ퇴근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거나 휴가를 통제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근로계약서에 따른 만근(25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다. 이를 택시운송사업의 일반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들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은 택시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차량 보험료, 퇴직 적립금, 일반경비(조합비), 4대보험료, 차량 할부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수익을 전적으로 본인의 수입으로 정산 받았다. 또한 조합원들은 차량 운행 중에 발생한 도로교통법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범칙금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차량 구입비 외에 사고 및 차량 파손에 대해 발생한 경비, 수리비 등 제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법인 택시회사의 급여 정산 방식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합원들은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 정산금을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이 운행한 택시 차량은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이다. 그런데 이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차량을 소유하여 면허를 보유할 수 없는 택시면허의 특성에 따른 것이므로(만약 자신의 차량을 소유하여 면허를 보유한다면 개인택시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생산수단 등의 소유 여부를 근로자성 판단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한편,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서부지청은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하였고,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2020. 1. 14.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하였다(2019형제49861호).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022. 6. 7. 근로자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E).
이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은 출자금 납부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조합의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법원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조합에 출자금 2,000만 원을 출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망인을 다른 조합원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은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0두54029 판결을 통해 택시운수종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은 조합원의 지위와 근로자의 지위를 양립하여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 의하면, 택시운수종사자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에 따른 운전업무 종사자격을 갖추고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 28. 선고 98두921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수종사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지위 역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취소처분은 적법하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징수처분의 적법 여부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수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은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통하여 형성되는 재정상 이익으로서, 그 공익상 필요가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사건 징수처분은 적법하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가입자인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이 제도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 수급권은 이른바 사회보장 수급권에 속한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1헌바133 결정 참조).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보장 급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영역에서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란 본질적으로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 등을 통하여 형성되는 재정상 이익인 반면, 수익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에 의해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의 안정 등과 같은 사익의 침해를 입게 될 것이므로, 수익적 행정처분에 존재하는 하자에 관하여 수익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그 공익상 필요가 수익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중요하거나 크다고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3169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과 사정 등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선행처분에 하자가 발생한 경위, 그에 대한 당사자의 고의, 중과실 등 귀책의 존부, 이 사건 선행처분에 존재하는 하자의 정도, 이를 바로잡아야 할 공익상의 필요, 이 사건 징수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 등을 면밀히 비교․교량하여 보면, 이 사건 징수처분으로 얻게 될 공익상의 필요가 위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재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그 밖에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기속행위에 해당한다. 산재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행정행위가 그 재량성의 유무 및 범위와 관련하여 이른바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행위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로 구분된다고 할 때, 그 구분은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ㆍ형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2. 9. 선고 98두17593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징수하여야 한다.”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으나, ① 산업재해보상보험 수급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이른바 ‘사회보장수급권’에 속하는 점, ② 사회보장 행정영역에서는 사회보장수급권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다루어져야 하는 점, ③ 이 사건 징수처분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재정상 이익인 반면 원고가 종전 지급받은 급부를 반환할 경우 입게 될 경제적 곤궁 내지 고통의 정도가 결코 작지 않은 점, ④ 행정행위의 직권 취소와 그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 행위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교정 또는 제재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수처분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취소처분은 적법하나, 이 사건 징수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광만(재판장) 정선재 이승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