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로, 망인은 2018. 1. 2. D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조형물 · 금속구조물 제작 작업에 종사하여 왔다.
L(J 대표)은 2021. 2. 16. 미술장식품(조각) 제작설치 용역<1>을 계약금액 3,500만 원, 납품기한 2023. 7.까지로 정하여 F(E 대표, E 사업장을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게 의뢰하였고, F는 2023. 3. 8. 위 용역 중 일부인 조형물(K) 제작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계약금액 800만 원으로 정하여 망인에게 의뢰하였다.
망인은 2023. 3. 9. 07:43경 오토바이를 타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근하던 중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피고는 2023. 11. 20. 망인이 작업을 위해 출근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나, 사업주(F를 의미한다)와 사용종속적인 관계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내지 3, 7, 10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실질적으로 F와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망인이 다른 근로자들과 임금 지급 시기, 방법이 달랐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2. 6. 10. 법률 제18928호로 개정되어 202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따라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 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 을 제4, 6, 8,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제1심증인 F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F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작업 당시 구체적인 방법, 순서, 작업시간과 작업일자, 하루에 처리하여야 할 작업량 등 전반적인 업무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였고, F로부터따로 이 사건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았다. 망인은 도면과 납품기한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전반적인 작업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고 자신의 비용으로 제3자를 고용하여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작업 당시 자신의 특수 공구를 직접 가져와 사용하였고, 그 외 용접기, 아르곤가스, 헬륨가스, 그라인더, 망치 등은 이 사건 사업장에 비치된 것을 사용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였으나, 이는 F가 편의상 망인에게 조형물 제작 장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외 제3자의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도 아니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이 8시부터 17시인 것과 달리 망인에 대하여는 따로 출퇴근 시간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였고, 근태관리를 받은 바도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작업의 대가로 총 8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고, 조형물 제작이 완성되지 않는 경우 망인이 F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즉, 망인은 일당, 기본급, 고정급 등 급여의 정함 없이 조형물 제작 공정 중 일부의 완성을 약정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는 방식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망인은 F에 하자 없는 제품을 납품할 책임을 지고, 이 사건 작업의 기간, 작업 완성 여부에 따라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한다.그렇다면 위 보수 800만 원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일의 완성의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고, 보수를 지급한 계좌의 적요란에 '인건비'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F는 망인에 대하여 고용보험 가입신고를 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한 적이 없고, 망인은 2021년 11월과 12월을 제외하고는<2> 2015년 11월 이후 사망 시까지 4대보험에 가입한 바도 없다(다만 2022년 1월, 2021년 7월~10월, 2018년 3월 등에 간헐적으로 일용근로자로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던 적이 있었다). 한편 망인은 조형물 · 금속구조물 제작 전문 기술자로서 사업자등록을 한 뒤, F 외에도 G, H, I, M 등 여러 업체로부터 작업을 의뢰받아 수행하였고, 그에 따라 지급받은 보수를 망인의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다(2022년도에는 F 이외에는 O, P 주식회사, 주식회사 Q, 주식회사 R, S으로부터 각 보수를 받아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다).
원고는, 망인이 2018. 4. 15. D를 폐업한 이후 별도의 작업공간을 임차하거나 화물 차량을 소유한 사실이 없었는바, 망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업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망인이 사용한 각종 가스, 용접기 등은 F가 관리하는 것인데 그 위험성이높으므로 근무 장소의 제약 및 F의 지휘 · 감독이 존재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과 F는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작업 장소, 작업물의 인도 방식 등에 대하여 특별한 약정을 한 사실이 없는바, 망인이 다른 작업장에서 이 사건 작업을 완성한 후 그 완성품을 이 사건 사업장으로 이전할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 사건 작업을 완성할지 등은 망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다(망인은 F로부터 이 사건 작업을 의뢰받았기에,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여 완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어서 이 사건 사업장을 작업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만약 T, H, U, M 등 다른 사업주로부터 작업을 의뢰받았다면 그 업체의 사업장을 이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의 주장과 제1심법원 증인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작업은 그 특성상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것으로 F가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정하거나 작업내용에 관하여 지휘 · 감독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망인은 의뢰받은 작업을 하는 경우 특수한 공구 등 자신의 것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기타 일반적인 도구(용접기, 망치 등)는 이 사건 사업장 내의 것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고도의 조형물 · 금속구조물 제작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기술직인 망인이 F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유진(재판장) 원종찬 오현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