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5. 3. 22. 선고 94나30838 판결

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3호증의 1(요양신청서), 2(장해보상청구서), 갑 제4호증(입원확인서), 갑 제11호증(진료확인서), 을 제1호증(진술서)의 각 기재와 원심법원의 Y대학교 의과대학 인천S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다.

가.

피고회사는 여객운수업 및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 신×윤은 1987.5.20 피고회사에 입사한 이후 계속하여 운전기사로 일하여 왔는데, 1991.1경부터 같은해 6월경까지는 시발점 및 종착점은 부천시 ○○동, 회차지점은 부천시 ○○리로 하여 그 사이를 운행하는 부천시 시내버스를 운전하였다가 1991.7경부터는 시발점 및 종착역은 부천시 ○동, 회차지점은 서울 영등포구 ○○ 전철역으로 하여 그 사이를 운행하는 ○○번 시외버스를 운전하였다.

나.

그런데 원고 신×윤은 위와 같이 피고 회사의 운전기사로 일하던중인 1991.7.7, 21:25경 피고회사 소속 시외버스를 운전하여 시발점인 부천시를 출발하여 서울 영등포구 전철역을 회차한 다음 서울 강서구 소재 인공폭포앞 정류소에 이르러서부터 머리부위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같은날 22:20경 종착점인 위 ○동의 피고회사 차고에 돌아온 후에 위 머리 부위의 통증이 더욱 심해져 같은날 23:00경 출발하는 위 시외버스의 운전을 소외 임×원에게 맡기고 나서 위 원고의 주거지 부근인 부천시 ○○동에 있는 피고회사의 차고지에 버스를 입고시킨 뒤 퇴근하다가 뇌동맥류파열, 기저동맥단, 뇌지주막하출혈상 등으로 인하여 노상에 쓰러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1991.7.8~12.20까지 C의과대학부속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1991.12.21~1992.10.31까지 통원치료를 각 받았으나 위 치료가 종결된 이후에도 기질성뇌증후군의 후유장애가 남게 되었다.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인으로서, 피고회사는 그 소속 운전기사의 과로 방지 등을 목적으로 1990년까지는 노사협의에 의하여 운전기사로 하여금 1일 근무하고 1일 휴무하는 격일제로 근무하도록 하고 총 근로시간도 주 50시간 45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였으며 다시 1991년에는 위 노사협의에 의하여 근무형태를 1일 2교대제로 하기로 새로이 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노사협의에서 정한 격일제 또는 1일 2교대제를 무시한 채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는 원고 신×윤에게 1일 17 내지 18시간 동안이나 되는 장시간의 버스운전업무를 2일 내지 3일간 연속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위 원고로 하여금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위 사고일에도 위와 같이 버스를 운행하다가 과로로 인한 뇌동맥류파열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는바, 피고로서는 운전기사가 무리한 버스운전업무에 의하여 피로가 누적되고 더구나 평소에 고혈압 증세가 있는 경우에는 과로로 인한 뇌동맥류파열 등의 상해를 입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이 위 원고로 하여금 무리한 버스운전업무를 강요한 행위는 근로계약에 있어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음에 있어 근로자의 생명, 신체 및 건강에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안전배려의무를 불이행하였거나 아니면 일반사용자로서 주의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니, 피고는 안전배려의무를 불이행한 채무불이행의 책임에 터잡아, 아니면 과실이 있는 불법행위자로서 피고로부터 무리한 버스운전업무를 강요받고 그로 인한 과로로 말미암아 위 원고가 뇌동맥류파열 등의 상해를 입고 기질적 뇌증후군의 후유장애가 남게 됨으로써 위 원고가 입은 일실수입과 기왕치료비손해의 배상 및 위 원고와 그의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앞서 든 갑 제3호증의 1ㆍ2, 을 제1호증 및 을 제2호증의 1ㆍ2(각 합의서), 을 제3호증(임금협정서), 을 제4호증(종업원근무실적표),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ㆍ2(각 건강진단서), 을 제7호증의 1(휴직계)ㆍ2(진단서)ㆍ3(복직계), 을 제8호증의 1(일반건강진단개인표)ㆍ2(수령증), 을 제10호증(노선운행표), 을 제11호증의 2 내지 230(각 영업일지표지 및 내용), 을 제12호증의 1 내지 118(각 근무자별 노선시간표표지 및 내용), 을 제15호증(통보서)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이×헌, 김×태의 각 증언 및 당심의 C의대 부속 S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원심 증인 김×선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없다.

(1)

피고회사에서는 그 소속 운전기사의 근로형태에 관한 노사협의에 의하여 1987년경부터 1990년경까지는 운전기사의 1일 근로시간을 06:00경부터 24:00경까지의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버스를 운행하는 14시간 30분(기본근로시간 8시간에 연장근로시간 6시간 30분을 합한 시간임)으로 정하되 1일 근무하고 1일 휴무하는 격일제 근무방식을 취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50시간 45분으로 정하였다가 1991년에 노사협의를 거쳐 위 격일제 근무방식을 1일 2교대제로 변경하였다.

(2)

그런데 피고회사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290대에 이르러 위 노사협의에 의한 격일제 또는 1일 2교대제의 근무방식으로 위 버스를 운행하려면 최소한 약 550명의 운전기사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피고 회사의 운전기사는 약 400여명에 불과하여 피고 회사 소속 버스의 원활한 운행을 위하여서는 현실적으로 위 노사협의에서 정한 격일제 또는 1일 2교대제의 근무방식을 엄격히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피고 회사는 그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에 대하여 노사협의에 의한 위 격일제 또는 1일 2교대제의 근무를 넘어선 2일 또는 3일간의 연속 근무를 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회사의 버스운전기사들도 피고 회사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위 요청에 동의하여 위 노사협의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2일 또는 3일간의 연속근무를 해왔다.

(3)

원고 신×윤 역시 피고회사의 위 협조 요청에 동의하여 1991.1경에는 2일 연속근무를 4회, 3일 연속근무를 2회, 나아가 4회 연속근무를 1회 하는 등 월 합계 21일을 근무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해 2월경에는 3일 연속근무를 4회, 4일 연속근무를 1회, 월 합계 19일, 같은해 3월경에는 2일 연속근무를 8회, 3일 연속근무를 1회, 월 합계 20일, 같은해 4월경에는 2일 연속근무를 7회, 3일 연속근무를 1회, 월 합계 19일, 같은해 5월경에는 2일 연속근무를 6회, 월 합계 15일, 같은해 6월경에는 2일 연속근무를 5회, 월 합계 12일간을 근무하였고, 위 부천시와 서울 영등포구 ○○ 전철역 사이의 시외버스 운행을 시작한 같은해 7월경에는 이 사건 사고일까지 2ㆍ3ㆍ4일과 6ㆍ7일에 각 연속근무를 하였으며, 근로시간도 같은해 1월경부터 같은해 6월경까지 부천시내버스를 운행할 때에는 근무일에 05:30경 출근하여 23:40경까지 근무하였고 같은해 7월경 시외버스를 운행할 때에는 근무일에 06:30경까지 부천시 ○동에 출근하고 위 노선버스를 운전하여 06:45경 위 ○동을 출발한 다음 08:05경 위 ○동으로 돌아오는 것을 비롯하여 08:30~09:41, 10:06~11:17, 11:42~12:53, 13:48~14:29, 14:54~16:05, 16:30~17:41, 18:06~19:17, 19:42~20:53, 21:18~22:29, 23:00~24:00까지 11회 정도 운행하였다.

(4)

한편 위 원고는 피고회사에 입사한 이후 매년 실시된 정기건강진단 결과 1989년에 고혈압(160/110㎜Hg)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그 이전 및 이 사건 사고일에 가까운 1990년도에도 정상으로 판정되었고, 이 사건 사고 발생전인 1991.5.24~6.12까지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의 증세로 인하여 휴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 특별한 병력도 없었다.

(5)

그런데 위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고 당일 평소대로 21:25경 시외버스를 운전하여 부천시 ○동을 출발한 다음 회차지점인 서울 영등포구 ○○ 전철역에서 회차하여 서울 강서구 소재 인공폭포 앞 정류소에 이르러서부터 갑자기 머리부위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같은날 22:20경 위 시발점인 부천시 ○동에 돌아온 후에 그 통증이 더욱 심해져 당시 피고회사의 ○동 영업소 주임인 소외 이×헌이 위 원고의 마지막 운행을 다른 운전기사인 소외 임×원으로 하여금 대신하게 하는 한편 위 원고를 봉고차에 태워 귀가시키려고 하였으나 위 원고가 두통 이외에 별다른 증세가 없으니 괜찮다고 하면서 위 임×원의 운행버스인 버스를 위 원고의 집 부근인 부천시 ○○동 소재 피고회사의 차고에 입고시키고 퇴근하겠다고 하여 위 원고의 의사대로 버스를 위 ○○동 소재 차고에 입고시킨 후 귀가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위 원고가 경기 ○파 ○○○○호 버스를 위 ○○동 소재 차고에 입고시킨 다음 퇴근하다가 앞서와 같은 뇌동맥류파열 등으로 쓰러지게 된 것이다.

(6)

위 뇌동맥류파열 등은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할 때 잘 일어나는 것으로서 성행위중,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때, 배변중, 화내거나 흥분할 때 및 과로시에 주로 유발된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신×윤의 위 뇌동맥류파열, 기저동맥단, 뇌지주막하출혈상이 버스운전업무로 인한 정신적ㆍ육체적 피로가 계속적으로 누적되면서 그로 말미암은 순간적인 혈압상승으로 발병하였을 개연성도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한편 위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한 이후 매년 실시된 정기건강진단 결과 1989년에 고혈압(160/110㎜Hg)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그 이전 및 이 사건 사고일에 가까운 1990년에도 정상으로 판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위 뇌동맥류파열 등과 전혀 관계가 없는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의 증세로 일시 휴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 특별한 병력도 없었던 점, 사고 당일에도 평소와 같은 버스운전업무에 종사하다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여 피고회사의 영업소 주임이 다른 운전기사로 하여금 위 원고의 운전업무를 대신하게 하는 한편 위 원고를 자기 차량에 태워 안전하게 귀가시키려고 하였으나 위 원고 스스로 두통 이외에 다른 증세가 없어 괜찮다고 하면서 이를 거절하고 위 원고의 업무를 대신하게 된 운전기사의 버스를 운전하여 위 원고의 집 부근인 피고회사의 차고에 입고시킨 뒤 퇴근하겠다고 자청까지 한 후 위와 같이 버스입고 후 집으로 귀가하다가 위 뇌동맥류파열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게 된 점 및 위 뇌동맥류파열 등의 증상은 과로 이외에 화내거나 흥분하는 등의 다른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원고로 하여금 노사협의에서 정한 1일 2교대제 또는 격일 근무제의 원칙을 넘어서서 2일 내지 3일 또는 4일간 연속근무하도록 하였고 그것이 위 원고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업무를 부과할 경우 위 원고에게 그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위 뇌동맥류파열 등이 발병하고 그 후유장애인 기질성뇌증후군이 남게 될 우려가 있음을 피고가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판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에게 안전 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든가 아니면 위 원고의 위와 같은 후유장애 발생에 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나아가 사용자가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 또는 노사협의에 정한 근무 상한선을 초과하여 근무케 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로로 인한 발병에 대하여 사용자측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 피고가 위 원고의 동의하에 위 원고에게 판시와 같은 버스운행업무를 부과한 것임은 이미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이상 이 점에 있어서도 피고에게 위 원고의 뇌동맥류파열 등의 발병 및 그로 인한 후유장애 발생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 밖에 달리 피고회사에게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든가 아니면 위 원고의 위와 같은 뇌동맥류파열 등의 발병 및 그로 인한 후유장애 발생에 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바, 따라서 원고들이 위 질병 및 후유장애에 대하여 이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이유로 보상청구를 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에 관하여 피고에게 안전배려의무위반에 터잡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아니면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손해액에 관하여 살필 필요도 없이 이유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