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비록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는 운동신경계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 폭로를 중단하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이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업무수행 중 사용한 납, 알루미늄, 망간, 세레늄 등이 원고의 유전적인 소인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사건 / 1998.11.13 선고 97구2940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 윤봉환,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원,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이승준
* 피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박홍섭, 소송수행자 윤창섭, 김선태
* 변론종결 / 1998.9.25
[주 문]
피고가 1997.2.2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4호증의 각 1, 2,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3, 을 제1, 4, 6호증, 을 제2, 3, 5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와 증인 권광현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원고는 1982.1.5 경기 광주군 오포면 고산2리 소재 대신유리공업사에 유리배합공으로 입사하여 1995.6.27까지 근무하였는데, 1994.10월경부터 호흡곤란과 체중감소의 증세를 보여 여의도성모병원에서 1995.3월과 4월경 두 차례에 걸친 검사결과 운동신경계질환, 그 중에서도 진행성 신경성 근위축(추정)의 진단을 받았고, 그 후에도 계속 악화되어 무호흡 및 반호흡상태의 증세까지 보여 1995.10.3 서울위생병원에 입원하여 상병명 `운동신경계질환 및 진행성근위축'의 진단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유리원료를 배합하는 등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상병을 입었다면서 요양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1997.2.27 이 사건 상병과 위 유해물질과의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규명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업무 외 질병으로 판단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되는 사실관계
앞서 든 각 증거와 당원의 서울위생병원장, 대한의사협회,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다만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2의 각 일부 기재, 당원의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일부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다.
(1)이 사건 상병의 내용 및 원인에 대하여
원고는 현재 운동신경장애로 계속적인 호흡근 자기근육의 근위축이 보여 서울위생병원에 입원후부터 인공호흡기를 통한 기계적 호흡을 하고 있다.
`운동신경계질환'이란 척수와 뇌간, 뇌의 운동피질의 운동 뉴우런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힘없음, 위축, 떨림, 사지의 심건반사소실 등의 마비증상과 경련, 지속적인 비정상적 자세유지 등의 과잉운동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행성 근위축'이란 운동신경계질환의 일종으로 척수 근위축이라고도 하는데 척수의 하부운동신경을 주로 침범하여 신경이 파괴되어 해당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의 위축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운동신경계질환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소인, 뇌종양 및 척수동정맥 기형 등의 구조적 이상, 홍역, 수두 등 바이러스 감염, 결핵, 류마티즘, 면역체계의 문제, 방사선(코발트에 의한), 화학물질에의 직업적인 노출, 전기자극, 수술 등이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원인을 찾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진행성 근위축은 운동신경계질환 중 매우 희귀한 종류로서 그 원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화학물질 중 납, 수은, 알루미늄, 망간, 비소, 세레늄 등이 운동신경계질환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떤 기전으로 운동신경계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그러나, ①화학물질이 이미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지닌 운동신경계대사의 기능이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질환을 유발시키는 방아쇠인자 역할을 할 수 있고, ②설피드라이(sulfidry1:-SH)계 및 아미드산(amid acid) 등에 높은 친화력을 보여 만발성 대사이상을 보일 수 있다는 등 그 연관성에 대하여 가능성 있는 설명이 몇 논문에서 발표되고 있고, ③납에 과다노출시 비교군에 비해 운동신경계질환과의 높은 연관성(15%)을 보이며 노출 후 10년 이상의 기간 후에는 혈중 및 뇨중 농도와의 연관성은 없고, ④일본의 키이(Kii) 열도 특히 호하라(Hohara) 지역에서 운동신경계질환의 높은 유병률을 나타내는데 이는 음식 및 식용수에서 높은 망간 농도 및 낮은 마그네슘 농도와 깊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등 역학조사를 통한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다.
(2)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원고는 위 대신유리공업사에서 유리배합공으로 근무하기 전 1970.10.1부터 1976.3.30까지 및 1976.6월부터 1981.12월까지에도 유리제품을 가공하는 동신초자 및 대신유리공업사에서 유리배합공으로 근무하였다.
유리를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화학약품과 재료가 사용되는데 원고는 위 원료 등을 배합하여 파(破)유리와 함께 믹서에 부어 콘베어 벨트를 타고 저장통에 이동하도록 하는 작업을 담당하였고, 이 과정에서 각종 분진 및 화학약품에 장기간 노출되게 된다.
유리제조에 쓰이는 주원료로는 ①규산 원료(규사, 규산), ②알루미나 원료(수산화알루미늄, 가소알루미늄, 조장석 등), ③붕산 원료(무수붕산, 무수붕사, 콜레마나이트), ④알칼리 원료(소다회, 붕산소다, 망초), ⑤석회 원료(석회석 등), ⑥마그네시아 원료(드로마이트, 수산화마그네슘 등), ⑦산화연 원료(철단, 리사지, 규산연), ⑧산화바륨 원료(탄산바륨, 황산바륨), ⑨산화아연 원료(아연화), ⑩카렛트(불량품 등의 분쇄물) 등이 있고, 부원료로는 ①융제 및 청정제(초산소다, 망초, 황산암모니움, 붕사, 붕산, 아산, 산화안티몬, 탄소, 염화물 등), ②산화제 및 환원제(초산소다, 탄소, 염화 제1동, 산화제1동 등), ③착색제(산화철, 산화코발트, 산화크롬, 크롬산칼리, 이산화망간, 우란화합물, 세레늄, 희토류산화물, 황산등) 등이 사용되고 있다.
원고는 1970년경 최초로 유리공장에 입사하기 전에는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특별한 가족력은 없으며, 당뇨나 결핵, 고혈압 등의 과거력도 없고(1990년 뇌흡충증 의증으로 한양대병원에서 입원치료받은 적이 있으나 완쾌되었다), 이 사건 상병이 기계적 및 물리적인 원인에 기인한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판단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재해가 질병인 경우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과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 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2.28 선고 96누14883 판결, 1992.5.12 선고 91누1002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상병 중 운동신경계질환의 원인으로는 유전, 뇌종양 및 척수동정맥 기형 등의 구조적 이상, 바이러스 감염, 결핵, 류마티즘, 면역체계의 문제, 방사선(코발트에 의한), 화학물질에의 직업적인 노출, 전기자극, 수술 등이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원고의 경우 1970년경 최초로 유리공장에 입사하기 전에는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특별한 가족력은 없는 점, 위 운동신경계질환이 기계적 및 물리적인 원인에 기인한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려운 점,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화학물질 중 납, 수은, 알루미늄, 망간, 비소, 세레늄 등이 운동신경계질환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유리 공장에서는 납, 알루미늄, 망간, 세레늄 등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원고는 25년간 유리배합공으로 근무하면서 위 화학물질에 노출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는 운동신경계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 폭로를 중단하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위 대신유리공업사에서는 원고와 같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근로자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업무수행 중 사용한 위 납, 알루미늄, 망간, 세레늄 등이 원고의 유전적인 소인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중한(재판장), 문용호, 황현주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