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관련 대법판례 보기 사직원 제출자의 내심의 의사가 사직할 뜻이 아니었다해도 그 의사가 외부로 표시된 이상 효력을 발휘한다 ( 1999.08.19, 서울고법 97구53047 )
[요지] 특별조치법 제2조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공직자숙정계획에 의해 해직된 공무원에 대하여 해직일로부터 1988.12.31까지의 기간 동안 해직 당시의 직급·호봉 및 1988년도 봉급월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직공무원을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피고는 이러한 특별조치법의 규정에 따라 원고를 그 희망에 따라 특별채용하고 공무원보수규정의 관계 규정에 근거하여 해직 전 경력을 환산하여 원고의 호봉을 획정하였다.
그런데 특별조치법은 배상적인 성질이 가미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주된 성질은 시혜적인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시혜적 법률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과는 달리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그 입법의 목적·수혜자의 상황·국가예산 내지 보상능력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그에 합당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권한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렇게 하여 제정된 법률의 내용이 현저하게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3.12.23자 89헌마189 결정 참조).
따라서 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5조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위 특별조치법에 따라 원고를 특별채용하면서 공무원임용관계법령에 근거하여 호봉을 획정하고 그 후 이에 기초하여 승급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을 당연무효로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사 건 / 1999.8.19 선고, 서울고법 제10특별부 면직무효확인등
*원 고 / 정항암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인제
*피 고 / 인천광역시 중구청장 소송수행자 신영은
*변론종결 / 1999.4.8
[ 주 문 ]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 청구취지 ]
주위적 청구취지 :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1980.7.16자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1989.10.30 9급 9호봉으로 획정한 처분 및 1990.1.1부터 1998.1.1까지 매년 1.1 별지 목록 복직 이후 매년 12.1자 승급된 호봉란 기재 호봉으로 승급한 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 청구취지 : 피고가 1998.1.1 원고에 대하여 6급 15호봉으로 승급한 처분을 취소한다.
[ 이 유 ]
인정되는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 제4호증의 1·2,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원고는 1971.8.16 인천시 소속 지방행정서기보로 임명된 후 인천 중구 도원동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1980.7.12 의원면직되었으나, 1989.3.29 공포 시행된 1980년 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이라 한다)에 따라 1989.10.30 인천광역시 중구청 지방행정서기보로 특별채용되었다.
원고는 의원면직 당시 8급 9호봉이었는데, 위와 같이 특별채용되면서 1989.10.30자로 9급 10호봉으로 발령받았고, 1990.1.5 8급으로 승진 임용되었으며, 이어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매년 1호봉씩 승급되다가 1991.4.17 7급으로, 1996.7.29 6급으로 각 승진되었고, 1998.1.1에는 6급 15호봉으로 호봉승급하였다.
원고에 대한 위 1980.7.12자 면직처분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사회정화분과위원회가 입안한 공직자숙정계획에 따라 숙정대상자로 분류된 원고가 가
정사정을 사유로 한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인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공직자 정화작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많은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해직되었고, 이러한 공무원들에 대해 명예회복 및 보상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위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어 1989.3.29 법률 제4101호로 공포되었고, 원고는 `각급 기관의 장 또는 임용권자는 6급 이하의 해직공무원 중 다시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 공무원임용관계법령에 따라 특별채용한다'는 특별조치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위와 같이 특별채용되었으며 위 법에 정한 보상금 14,212,160원을 수령하였다.
한편 공직자 숙정작업을 주도한 전두환 등은 군사반란 및 내란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1979.12.12 이후 전개된 이른바 신군부 세력에 의한 정권 장악 과정이 군사반란 및 내란 행위에 해당하며, 사회정화분과위원회에 의한 공직자 숙정작업 역시 신군부 세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추진된 것으로서 내란죄를 구성하는 폭동의 한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에 대한 위 1980.7.12자 면직처분은 내란행위의 폭동과정에서 공무원 숙정이라는 이름아래 강제해직이라는 강압에 의해 제출된 사표에 의한 것이고, 또 원고에게는 그와 같은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사표를 제출한 것이므로 이는 비진의의사표시로서 위 사직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이상, 이 사건 면직처분은 당연무효이다.
따라서 비록 원고가 특별조치법에 의해 특별채용의 형식으로 복직되었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면직을 전제로 하지 않은 호봉을 부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에 이르지 않고 면직 당시의 호봉인 9급 10호봉으로 획정하고 매년 이를 기초로 정기 승급처분을 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역시 당연무효이다.
가사 위 사직의 의사표시가 원고가 의사표시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시 원고는 중구청장 및 담당직원의 강박 또는 일괄사표제출 후 선별수리과정에서 원고의 사표는 반려될 것이라는 기망에 의한 착오에 빠져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이에 원고는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인천시청의 인사계 차석인 소외 한현복과 중구청의 행정계장인 김영홍, 총무과장인 강기병 등을 찾아가 사표의 반려를 요구하고, 당일 밤에는 중구청장인 소외 윤영을 집으로 찾아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 또는 취소하였으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이다.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가사 피고가 원고 복직시 부여한 호봉 및 그 이후의 정기승급 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 할지라도,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는 면직 당시 호봉을 기초로 매년 정기승급이 시행된 것을 전제로 직급 및 호봉을 부여하여야 하고, 따라서 1998.1.1에는 6급 25호봉을 부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하여 같은 날 6급 15호봉으로 승급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1980년 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한 보상금을 자의로 수령하고 위 법에 의하여 특별채용되어 재직함으로써 충분하지는 아니하나 어느 정도 위 면직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명예가 회복되었다 할 것인데, 원고가 해직된 때로부터는 17년 그리고 특별채용된 때로부터는 8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
판 단
인정사실
앞서 나온 증거에 갑 제24호증, 갑 제25호증의 1, 2, 갑 제26호증, 갑 제34, 36, 37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문이섭, 윤영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와 소외 문인섭은 인천 중구 도원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중 1980.7.12 08:30경 당시 율목동 사무장인 소외 정용식과 함께 중구청장실로 불려갔는데 당시 중구청장이던 소외 윤영은 위 3인에게 상부 명령이니 이유는 묻지 말고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이에 원고는 신분보장을 받는 공무원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사표를 내느냐며 위 윤영에게 항의하고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지도 않았다.
원고가 사표를 내지 않고 도원동사무소로 와서 업무를 보고 있는 중 09:30경 중구청 행정계장 김영홍이 찾아와서 10:30까지는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사표제출을 재촉하면서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단지 형식에 불과하고 구청장이 선별해서 선처할 것이니 걱정 말라는 등의 말을 하여 원고는 사직서를 내더라도 사직처리가 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위 김영홍이 시킨대로 가정사정에 의하여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그 후 원고는 인천시 전직원이 사직원을 일괄 제출한 것이 아닌 것을 알았고, 위 사표를 제출한 날 오전 11:00 뉴스시간에 사표를 낸 공무원은 모두 숙정되었다는 보도를 듣고 사표철회를 통보하기 위하여 중구청 담당자에게 연락하려 하였으나 마침 그 날이 토요일이어서 구청직원들이 월미도로 자연보호 캠페인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아니하여 인천시청 인사계로 찾아가 인사계 차석인 소외 한현복을 만나 사표의 반려를 요구하였으나 위 한현복이 사표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다고 하자, 다시 중구청 직원들이 자연보호 캠페인을 하던 월미도까지 찾아가 중구청 행정계장 김영홍, 총무과장 강기병 등에게 사표를 반려해 달라고 간청하였으나 동인들은 원고가 제출한 사표를 구청장에게 주어 처리하였으니 구청장을 찾아가라고 하였다.
원고는 그날밤 자정 중구청장 윤영의 집으로 찾아가 사표를 내놓으라며 항의를 하였고 이에 위 윤영은 오늘은 토요일이니 월요일 아침에 구청장실로 오면 사표를 누가 갖고 있는지 확인해서 찾아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원고를 돌려보냈다.
원고는 월요일날 아침에 구청장실로 위 윤영을 찾아갔으나 윤영은 여비서를 시켜서 오후 5시에 다시 오라고 하여, 원고가 위 약속시간에 구청장실에 들어가자 보안사요원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원고를 에워싼 가운데 중구청장 윤영은 한번 수리된 사표는 반려할 수 없고 무슨 이유로 사표를 받으라고 했는지 그 이유도 말할 수 없으니 원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원고는 그 후 같은 달 30일 경기도지방공무원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인천경찰서의 형사들이 소청을 취하하라면서 원고에게 감시와 협박을 하고, 심지어 원고의 가족까지 경찰서에 소환하여 협박하면서 중구청 인사계장 김영홍을 통하여 회유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위 소청을 취하하였다.
판단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이 강요된 행위 또는 비진의의사표시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공무원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여 의원면직처분을 하는 경우 사직서의 제출이 상급관청 등의 강박에 의한 경우 그 정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면 그 의사표시가 무효로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친 경우라면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제110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그 효력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12.12 선고 97누13962 판결 참조).
또 그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 법률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외부적·객관적으로 표시된 바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므로, 비록 사직원 제출자의 내심의 의사가 사직할 뜻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제107조는 그 성질상 사직의 의사표시와 같은 사인의 공법행위에는 준용되지 아니하므로 그 의사가 외부에 표시된 이상 그 의사는 표시된 대로 효력을 발한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의 사직서 제출 및 이에 의한 면직처분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사회정화분과위원회가 입안한 공직자숙정계획에 따른 것이고, 이러한 공직자숙정계획이 내란행위를 구성하는 폭동행위의 일환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형법 제87조에 규정된 내란죄에 있어서 폭동이라 함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협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라 할 것이다(위 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공직자숙정계획이 내란행위를 구성하는 폭동의 일환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의미의 폭동은 이른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와 관련된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라고 할 것이므로, 공직자숙정계획이 폭동의 일환에 해당한다는 점으로부터 원고의 사직원 제출행위가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이 반드시 도출된다거나 그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위 면직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의 사직원 제출행위에 즈음한 상황 내지 당시 원고에게 행해졌던 강압의 내용과 정도를 원고가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함으로써, 당시 위 면직처분을 당연 무효로 할만큼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강압이 행하여졌어야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숙정계획에 따른 원고의 사직원 제출이 상급관청의 강압에 의한 행위로서 그 정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가 내심으로는 사직의 의사가 없었으나 같은 부서 직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서 선별수리될 것으로 알고 사직원을 제출하였을 뿐인데 원고의 사직서가 수리된 것이라 할지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단 사직의 의사가 외부에 표시된 이상 그 의사는 표시된 대로 효력을 발하는 것이고, 진의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제107조의 규정은 그 성질상 사인의 공법행위에 준용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를 받아들여 한 위 면직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사직의 의사표시가 철회 또는 취소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사표 제출을 한 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기 위하여 인천시청 인사계에 근무하던 한현복, 중구청의 인사계장 김영홍, 중구청장인 윤영 등을 찾아가 그 사표의 반환을 요구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려 하였던 사정을 충분히 알 수는 있다.
그러나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사직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사회정화분과위원회가 입안한 공직자숙정계획에 따라 숙정대상자로 분류된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의 사직원제출 당시 이미 원고에 대한 사직서를 수리할 인사권자(당시로서는 인천시장)의 의사가 이미 확정되어 있어서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인사권자가 이를 수령한 시점에 이 사건 면직처분이 행하여진 것으로 보이므로(인사발령통지서 및 인사기록카드의 면직처분일자가 모두 1980.7.12로 되어 있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만으로는 사직의사철회의 의사표시가 이 사건 면직처분 전에 인사권자에게 도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원고는 원고의 사직원 제출은 기망에 의하여 착오에 빠져 또는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취소하였으므로 이에 기한 이 사건 처분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사회정화분과위원회가 공직자숙정계획을 입안하여 이에 따라 숙정대상자로 분류된 공무원의 해직을 강압적으로 추진하였고, 이러한 당시의 분위기에서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해직된 데에는 사직서제출 요구과정에 강박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또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구청의 총무계장인 김영홍이 원고에게 사표제출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단지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구청장이 선별해서 선처할 것이니 원고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실에 반하는 말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의 사직원 제출과정에 위와 같은 기망적 요소 또는 강박의 요소가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위 사표를 제출한 당일 위와 같이 구청장이나 인사계장 등에 대하여 사표의 반려를 요구한 것만으로는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강박 또는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취소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고, 가사 원고가 이와 같은 사표반려의 요구를 한 것을 사직의사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는 뒤에 제(4)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제 와서 위 사직의 의사표시가 취소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면직처분 등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호봉 획정 및 승급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위 특별조치법 제2조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공직자숙정계획에 의해 해직된 공무원에 대하여 해직일로부터 1988.12.31까지의 기간 동안 해직 당시의 직급·호봉 및 1988년도 봉급월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직공무원을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피고는 이러한 특별조치법의 규정에 따라 원고를 그 희망에 따라 특별채용하고 공무원보수규정의 관계 규정에 근거하여 해직 전 경력을 환산하여 원고의 호봉을 획정하였다.
그런데 위 특별조치법은 배상적인 성질이 가미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주된 성질은 시혜적인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시혜적 법률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과는 달리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그 입법의 목적·수혜자의 상황·국가예산 내지 보상능력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그에 합당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권한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렇게 하여 제정된 법률의 내용이 현저하게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3.12.23자 89헌마189 결정 참조).
따라서 위 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5조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위 특별조치법에 따라 원고를 특별채용하면서 공무원임용관계법령에 근거하여 호봉을 획정하고 그 후 이에 기초하여 승급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을 당연무효로 볼 수도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주장에 대한 판단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쫓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1980.7.12 면직된 후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시점에서 위 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을 수령하고, 위 법에 의하여 특별채용된 후, 면직된 날로부터는 17년, 특별채용된 후로부터는 8년이 경과되어 피고로서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한 하자 등이 모두 치유되고 위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원고를 채용한 것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를 전제로 그 사이에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온 마당에 새삼스럽게 원고가 1997.12.23 이 사건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소로서 원고가 주장하는 면직처분이 무효라거나 이를 전제로 호봉 획정 및 승급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 할 것이고, 가사 위 면직처분에 위법의 요인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제 와서 이 사건 면직처분 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김상근, 김덕진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