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9. 1. 21. 선고 98나23234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51,561,91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을제10호증과 같다), 갑 제2호증의 1 내지 111, 갑 제 4호증, 갑 제5호증, 을 제1내지 5호증, 을 제12호증의 1 내지 43, 을 제13호증의 1 내지 9, 을 제14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C이라는 상호로 선박임가공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C의 명의로 1995. 9. 20.부터 1996. 3. 25.까지 피고회사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D의 각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소정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

(1)

보험계약자 : 각 C

(2)

피보험자 : C의 피용자들인 소외 E 등 111인

(3)

보험수익자 : 각 C(다만, 피보험자의 입원이나 상해시 보험수익자는 피보험자 또는 C)

(4)

보험가입금액 : 주계약, 입원특약, 암보장개인(F)특약 각 금 10,000,000원, 휴일재해보장(G)특약 금 5,000,000원

나.

위 D 보험은 ① 만기 생존시의 만기환급금, ② 교통사고를 포함한 재해로 1-6급 장해후 사고발생일 생존시의 장해치료연금, ③ 재해로 21일이상 계속 입원 후 생존 퇴원시의 재해요양급여금, ④ 교통사고, 암 등을 포함한 재해로 사망 또는 1급 장해시의 사망보험금 등으로 구분하여 주보험금으로 약관에 정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한편 휴일재해보상보장특약에 기하여 휴일에 위와 같은 재해를 당하여 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에도 각 소정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시에 피보험자들인 위 E 등 111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인데, 그 계약 체결시 피보험자들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없이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가 이미 지급한 보험료 합계 금 51,561,910원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C이라는 단체가 구성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되어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지 아니하므로 그 동의가 없어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상법 제731조(타인의 생명의 보험)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도박보험이나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또는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요건으로 삼는 데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위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피보험자의 동의는 당해 보험계약의 효력발생 요건이 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자신이 경영하는 C 명의로 피용자들의 소외 E 등 111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들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한 이상 이는 일응 위 강행법규에 저촉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법 제735조의 3(단체보험, 1991. 12. 31. 개정된 법률 제4470호 1993. 1. 1.부터 시행되었다) 제1항에서는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위 제731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위 제735조의 3 제1항에서 규정하는 단체보험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을 제1 내지 5호증, 을 제6호증의 1 내지 3, 을 제7호증의 1 내지 4,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회사의 H보험 약관(을 제4호증)에 의하면 위 H보험은 보장유형에 따라 개인형과 부부형으로, 보장배수에 따라 3배 보장형과 5배 보장형으로 구분하고(제1조 제3항),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계약체결시까지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여도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지 아니하며(제11조의 1호 단서), 피보험자가 퇴직 등의 사유로 인하여 피보험단체에서 탈퇴하는 경우에는 탈퇴일로부터 1월 이내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신청에 따라 장래 개별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제28조)하고, 위 H보험에 관한 피고회사의 사업방법서(을 제5호증)에는 대상단체 및 피보험단체를 동일한 회사, 사업장, 관공서, 국영기업체, 조합 등 5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 하고 있는 집단(법인에 한정한 것은 아니다)으로 하고, 보험계약자를 단체 또는 단체의 대표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H보험은 피고회사가 1995. 6.경 개발한 후 위와 같은 사업방법에 관하여 소외 I의 검증을 거쳐 상품화한 것인 사실,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청약서의 보험계약자란에는 C의 단체코드(J)와 C의 사업자등록번호(K)를 기재하였고, 단체인 감란에는 '경남 거제시 L에 있는 C 대표 A'이라는 단체명판과 C A의 인감을 날인하여 위 C이 보험계약자가 되었고, 그 보험료를 C에서 모두 부담하기로 하였으며,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에 앞서 피보험자들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회사의 H보험은 그 약관과 사업방법 등에 비추어 상법 제735조의 3 소정의 단체보험의 일종으로 개발된 것으로서, 원고는 C의 대표자로서 C의 피용자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위 H보험에 가입한 것이라 할 것이다.(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명칭에 '부부형'과 대비되는 '개인형'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이나 각 피보험자 별로 보험증권이 따로 발급되었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개개보험의 집합에 불과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한편, 상법 제735조의 3 제1항이 규정한 단체가 타인의 생명보험을 체결함에 있어 따라야 할 '규약'은 그 단체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지칭하는 것이라 할 것인데, 을 제1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시행되던 위 C의 취업규칙에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 기타 근로자들을 위한 보험계약 체결과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달리 그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 등 규정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나, 타인의 생명보험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하게 한 상법 규정의 입법취지는 도박보험이나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또는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요건으로 삼는 데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데, 단체보험의 경우에는 단체의 대표자 내지 사용자가 일괄적으로 그 구성원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도덕적 위험성이 개재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단체보험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신체검사 등의 면제, 낮은 보험료율 등의 여러 혜택을 겨냥하여 불량한 위험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서 단체를 조직하고 부험에 가입하는 이른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상법 제735조의 3 제1항에서 단체가 '규약'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하여 피보험자 개인의 동의를 보완한다는 측면보다는 보험 가입만을 위한 단체 등 이른바 역선택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위 을 제1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C의 취업규칙에는 보험 가입 대상인 단체의 구성원을 이루는 근로자의 채용 및 해고 등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어 그것이 상법에서 규정하는 위 '규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설사 위 규정이 이른바 '보험조항'에 관한 규약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9호에 의하면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업무 외의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취업규칙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 C의 취업규칙에는 근로자의 업무 외의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는 근로자들의 업무상 및 업무 외의 재해로 인한 장해 및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에 관한 내용도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당시 위 C이 위 상법의 단체보험규정의 규약에 해당하는 취업규칙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원고 경영의 C이라는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상법 제735조의 3 제1항이 정하는 단체보험에 해당되어 타인의 생명의 보험에 있어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는 상법 제731조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9. 1. 21.

판사 이흥복(재판장) 이종석 안영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