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10. 26. 선고 2010노63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2005. 8. 10. 18:00 노동부장관의 긴급조정결정 공표 이후 R 주식회사(이하 'R'이라 한다)로부터 2005. 8. 11 18:00까지 업무복귀 의사를 R에 개별적으로 표시하되 그 이전의 어떠한 집회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지시 내지 통보를 받았고, 피고인들이 소속된 S 노동조합(이하 'S노조'라 한다)이 2005. 8. 10. 22:30경 R에 대하여 단체로 복귀의사를 표시한 것은 R의 지시에 반하여 그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은 2005. 8. 11. 14:00경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집회에 참석하였고, 같은 날 18:00까지 개별적인 업무복귀 의사표시도 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로써 피고인들이 단체의 위력으로써 R의 운항정상화 관련 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긴급조정결정 이후 쟁의행위를 중지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2.

판단

가.

직권 판단

검사가 환송 전 당심에서 공소사실을 아래 범죄사실 및 무죄 부분 2~8행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를 신청하여 환송 전 당심이 이를 허가하였고,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변경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는 터이므로,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1)

인정사실

원심 및 환송 전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들이 소속된 S노조는 2005. 1. 21.부터 연간 비행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R 측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다 교섭이 결렬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쳐 2005. 7. 17. 12:00부로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이후 2005. 7. 24.부터는 속리산 부근 T으로 장소를 옮겨 파업을 계속하였다.

(나)

노동부장관이 2005. 8. 10. 18:00 S노조와 R 간의 노동쟁의에 대하여 긴급조정을 결정하고 이를 공표하자, R은 2005. 8. 10. 19:20경 S노조에 대하여 2005. 8.11. 08:00까지 전원 거주지(자택)로 복귀한 후 승무원 정보시스템 메모를 확인하여 2005. 8. 11. 10:00까지 해당 팀장에게 업무 복귀 여부를 회신하되 반드시 거주지(자택)에서 대기근무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인들도 그 업무복귀 명령을 19:31경 발송된 핸드폰 문자메시지나 20:00경 R 청주지점장 U를 통하여 전달받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다)

한편 피고인들은 2005. 8. 10. 20:00경 T 강당에 집결하여 '파업을 즉시 중지하고 업무에 복귀하되 다음날 오전 T을 출발하여 V단체이 광화문에서 개최하는 긴급조정 결정 규탄집회에 참가한 후 귀가한다.'라고 선언하고, 20:30경 위 강당에 기자들을 입장시킨 후 위 선언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였다.

(라)

S노조는 2005. 8. 10. 22:30경 팩스를 통하여 개별적 업무복귀 의사 표명이 여건상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R에 단체로 파업 참가 조합원 전원의 업무복귀 의사를 통보하면서 '2005. 8. 11. 14:00경 광화문에서 긴급조정결정 규탄대회를 가진 후 해산한다.'는 취지도 명시하였다.

(마)

피고인들은 다음날인 2005. 8. 11. 10:00경 위 T을 출발하여 곧바로 14:00경 광화문 앞으로 가 그 곳에서 개최되는 긴급조정결정 규탄대회에 참석하였는데, 그 집회는 V단체이 개최한 것으로서 외부적으로는 '긴급조정결정에 따른 단체행동권 침해에 대한 항의'를 표방하고 있었다.

(바)

R은 피고인들이 버스로 떠나기 전인 2005. 8. 11. 09:24경 피고인 A의 개인 메일주소(W 메일)로 '업무복귀 확인서 제출시한 연장 및 집단행동 불허 통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어, '복귀를 위한 개인적 준비의 편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개별적 복귀 확인서 제출 시한을 2005. 8. 11. 18:00까지 연장하되, 그 연장시한 내 집회 등 일체의 집단행동을 허가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통보하였고, 그 후 피고인들의 핸드폰으로 2005. 8. 11. 10:41경 '집단복귀의사 불인정/소속 팀장에게 복귀의사 직보할 것'이라는 내용의, 같은 날 10:43경 '집단행동 불허/위반 시 법 사규위반'이라는 내용의, 같은 날 16:16경 '현 시각 자택부재자는 자택대기명령 위반임, 사규에 따라 처리 예정'이란 내용의 각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사)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은 2005. 8. 11.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 도중 위와 같은 R의 재지시를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게 되어 일부 조합원들이 본인 또는 가족 등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업무복귀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은 상경 도중 휴게실에서 내려 개별적 의사표시를 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기 위한 회의를 하면서, 고문 변호사 X에게 개별적으로 복귀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필요한지 문의하여 그로부터 단체의 의사표시도 유효하다는 답을 듣게 되자, '개별적 복귀 의사표시는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R은 단지 S노조를 와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그와 같이 지시한 것에 불과하다.'라는 판단 아래 개별적으로 복귀의사를 표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아)

피고인들은 위 긴급조정결정 규탄대회가 끝난 후 17:00경 김포공항에서 해산하였고, 피고인들 및 다른 조합원들은 위 일부 조합원들을 제외하고는 당일 18:00까지 업무복귀 의사를 개별적으로 R에 표시하지 아니하다가, 8. 12. 15:30경 뒤늦게 개별적으로 복귀신고를 하도록 조합원들에게 지시하여 피고인들을 포함한 조합원들이 다음날 오후까지 개별적인 업무복귀 확인신고를 하였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법 제76조 제3항에 의하여 쟁의행위에 대하여 긴급조정의 결정을 공표한 경우 노동조합 등 관계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하여야 하고, 공표 일부터 30일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노동조합법 제77조) .쟁의 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근로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하는바(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 긴급조정결정의 공표로 그러한 쟁의행위가 중지되었는지 여부는 긴급조정결정이 공표된 전후의 상황, 파업참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위한 준비와 실제 업무복귀가 이루어진 과정, 업무복귀에 소요되는 시간과 거리 등뿐만 아니라, 파업참가 조합원들의 업무복귀에 대한 사측의 태도 및 준비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R은 긴급조정결정 공표 직후에 2005. 8.11. 08:00까지 거주지(자택)로 복귀한 후 10:00까지 업무복귀 여부를 해당 팀장에게 회신하되 반드시 거주지(자택)에서 대기근무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시하였다가, 피고인들을 포함한 파업참가 조합원 400여 명이 위 T을 출발할 무렵 파업참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위한 개인적인 준비의 편의를 고려하여 업무복귀 확인서의 제출시한 및 개별적 복귀의사표시의 시한을 2005. 8. 11. 18:00까지로 연장·변경하였는바, 이는 R이 긴급조정 결정 공표 이후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숙영지인 위 T에서 자택으로 복귀하는 시간,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의 S라는 업무 특성상 장기간의 파업 후 업무복귀를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2005. 8. 11.은 거주지(자택)에 복귀하면 되고, 달리 자택대기근무(일명 스탠바이(Stand-By)] 상태에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파업 참가 조합원들의 V단체 주최 위 '긴급조정결정 규탄대회' 참가는 위와 같이 업무 복귀 확인서 제출 시한이 연장·변경된 상태에서 업무시간이 아닌 자택에 복귀하던 도중에 이루어진 것일 뿐이므로, 이로써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R에 대한 노무제공을 거부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들은 S노조의 집행부 임원들로서, R이 2005. 8. 12.부터 개별적으로 복귀의사를 표시하는 파업 참가 S들을 대상으로 운항정상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에 대하여, 파업참가 S들이 이미 일괄적으로 R에 대하여 업무에 복귀한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이므로 개별적으로 복귀 의사를 표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S노조의 방침을 주도하였으나, 이러한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의 행위는 긴급조정결정의 공표로 이미 쟁의행위의 중단을 선언한 후 R의 업무관련 지시에 대한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업무복귀에 관한 신고를 개별적으로 하지 않도록 한 것일 뿐이고, 2005. 8. 12.15:30경 개별적으로 복귀를 신고하는 것으로 그 방침이 변경되어 2005. 8. 13. 오후 무럽까지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개별적인 업무복귀의 확인신고를 마쳤고 달리 그 과정에서 R에 대하여 근로조건의 결정과 관련한 아무런 언동도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로써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R과의 관계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방편으로 쟁의행위를 계속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위 규탄대회에 참가하거나 개별적 복귀의 의사표시를 지체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노동조합법 제77조에 위반하여 쟁의행위가 중지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검사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5004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여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고(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 '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참조).

살피건대, 먼저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위 규탄대회에 참가한 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R의 지시를 어긴 것이기는 하나 위와 같이 업무복귀확인서 제출 시한이 연장·변경된 상태에서 업무시간이 아닌 자택에 복귀하던 도중에 이루어진 것일 뿐이므로 이로써 R의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S노조의 집행부를 구성하는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R의 지시를 어기고 개별적인 업무복귀의 확인신고를 지체한 행위에 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들은 S노조의 임원들로서 R의 파업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개별적 업무복귀의 확인신고 지시가 S노조를 와해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개별적으로 복귀의사를 표시하지 않도록 지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대부분의 파업참가 조합원들로 하여금 2005. 8. 12.15:30경 S노조의 방침 변경에 따라 2005. 8. 13. 오후 무렵 개별적으로 업무복귀의 확인신고를 마칠 때까지 사이에 노동조합 차원에서 R의 개별적 업무복귀 확인신고에 관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도록 한 점, 그로 인하여 R이 개별적으로 업무복귀의 확인신고를 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준비된 운항정상화 프로그램에 따라 2005. 8. 12.부터 순차적으로 교육대상자를 선정하여 이들에 대하여 이틀간의 신체검사, 모의비행훈련 등의 교육을 실시한 후 이들을 항공기 조종업무에 투입하는 등으로 항공기 운항의 정상화를 진행하려던 일정이 순연되었고, 결과적으로 항공기 운항이 늦어지는 등 그 정상화에 차질이 발생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별적 업무복귀의 확인신고와 관련한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의 위와 같은 지체 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쟁의행위를 계속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다중의 위력에 의하여 R의 경영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들 및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위 규탄대회에 참가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한 조치는 정당하나, 나아가 피고인들 및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개별적인 업무복귀의 확인신고를 지체하여 R의 정상적인 항공기 운항을 방해한 행위까지 무죄로 인정한 조치는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을 범한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또한 검사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