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서구 C에 있는 D 노동조합의 대표자이다.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의 결의 또는 처분이 규약에 위반되고,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조합은 30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여야 한다.
위 노동조합 규약에는 '규약, 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대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피고인은 2010. 3. 4. 위 노동조합의 규약 중, 대의원대회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을 조합 총회 의결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대의원대회 안건이 부결되자, 같은 해 4. 27.부터 4. 28.까지 위 노동조합 총회를 개최하여 대의원대회 의결사항으로 규정된 규약 중,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변경하는 규약 변경 안건을 상정하여 80.18%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에 2010. 6. 8. 이해관계인인 위 노동조합의 대의원 E 등 3명이 관할 행정관청에 위 총회 결의를 시정해줄 것을 신청하였고, 관할 행정관청은 2010. 9. 17.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위 총회 결의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을 받은 다음, 2010. 12. 3. 피고인에게 2011. 1. 5.까지 시정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행정관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를 위반하였다.
판단
변호인(피고인)의 주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16조에서 총회의 필요적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 등을 이 사건 노동조합 규약에서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해놓은 것 자체가 위 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고, ②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후에 그것이 위법하다며 시정명령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위 소송이 법원에 계속중인바, 법 제21조 제3항 단서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무죄이다.
판단
비록 법 제16조는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한편 법 제17조는 노동조합은 규약으로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를 둘 수 있고, 대의원회를 둔 때에는 총회에 관한 규정을 대의원회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의원회를 두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을 대의원회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한 규약 규정이 위 법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다만, 법 제16조 제1항에 정한 총회 의결사항 중 일부를 대의원회에서 의결하도록 규약에 정하였다고 하여 그 사항을 총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반드시 금지되는 것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가) 한편 행정관청의 처분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적법성이 구성요건 요소가 된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237 판결 참조). 또한, ①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내부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적 요소인 자주성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② 법 제89조 제2호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면서, '확정된 구제명령'에 대한 위반행위만을 처벌하고 있는 것과의 형평을 고려할 때,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결의·처분에 대하여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을 과하도록 한 법 제21조, 제93조 제2호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12. 12.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 결의를 2011. 1. 5.까지 시정하도록 명령을 받았는데, 위 시정명령 이행기간은 피고인의 신청에 의하여 2011. 2. 18.까지로 연장되었고, ② 피고인은 그 사이 위 시정명령에 대한 검토를 거쳐, 법률이 정한 총회의 의결사항 중 일부를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하도록 규약을 통하여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항에 대한 총회에서의 의결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2011. 2. 18.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위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 결의가 노동조합 규약에 위반된 것인지 여부를 명백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사법심사를 통한 판단을 구하였고, 이 사건의 선결문제이자 구성요건 요소인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성 여부가 아직 불명확 또는 불확정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법 제21조 제3항 단서에서 정한 시정명령의 기간을 연장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것은 죄가 되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의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