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6. 17. 선고 2014고정309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C건물 1동 603호 소재 주식회사 D의 대표로서,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E의 2014년 3, 4월 임금 각 2,692,300원, 2014년 5월 임금 1,192,022원, 연말정산환급금 158,86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공소기각 사유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근로자 E이 2014. 3. 18. 합의 각서를 작성하면서 임금 미지급 등 문제에 대하여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기재 공소기각의 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11. 6. 27.경부터 ㈜D의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취임하였으나, 피고인은 명의상 대표였을 뿐이고 F, G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였던 사실, ② ㈜D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하고 실질적 운영자들이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회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자, 피고인과 직원들은 회사를 폐업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운영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한 다음 회사를 함께 운영하기로 하고 별지와 같이 합의한 사실, ③ 별지 합의각서 작성에 참여한 근로자 H, E은 이 법정에 출석하여, '합의각서를 작성할 당시 ㈜D의 회생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합의각서 제8항이 유효한 것이라 생각하고 서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별지 합의각서 제8항의 문언 그대로의 의미를 더하여 보면, 피고인과 직원들이 합의한 내용은, 피고인과 직원들이 향후 ㈜D의 주식을 동일하게 소유하고, 공동으로 비용을 지출하며 이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함께 회사를 운영하되, 피고인이 이전에 등기부상으로만 대표이사였을 뿐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서로 명확히 해두고, 합의각서 작성일인 2014. 3. 18. 기준으로 피고인에게는 그 전의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관하여 대표이사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보이고, 나아가 E이나 근로자들이 합의각서 작성 이후의 임금, 고용 등 문제에 대하여도 피고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임금 미지급에 대한 형사상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이 2011. 6. 27. 이후 계속하여 ㈜D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2014. 3. 18. 이후 회사 운영에 관여하게 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위 2.항에서 본 사실관계 및 별지 합의각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과 E을 비롯한 직원들이 일반적인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한편,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지 않으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임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책임조각 사유로 된다.

위 가.항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E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고 본다 하더라도, 위 2.항에서 인정된 사정에다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2014. 3.경 ㈜D은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용역비 등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 회사 내부적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할 비용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자금난이 있었고, E도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직원들은 2014. 3. 18. 동일한 지분 소유, 비용과 이익 공동 귀속을 전제로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로 합의하였고, 피고인은 합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 4. 7.경 F, G를 상대로 주식양도 및 이사직 사임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는 한편 그 무렵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를 상대로 미지급 용역비 258,112,918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도 한 점, E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4. 5. 13.경 퇴직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는 E 퇴직 당시 ㈜D의 자금사정 등으로 인해 E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나름대로 성의와 노력을 다하더라도 그 지급기일 내에 임금을 온전히 지급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으로 보여, 피고인에게 이 부분 임금 미지급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거나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박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