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은 2015. 5. 28.경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대표이사 I와 영업장 내 냉장·냉동설비 설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공하였으나 I로부터 공사대금 8,100만 원을 받지 못하였다. 피고인을 비롯한 여러 공사업자들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I에게 전문경영인 K을 소개하여 이 사건 사업장이 수익을 얻도록 하였다. K은 2014. 7. 28.자로 이 사건 사업장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사업장을 운영하였는바, 당시 K은 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설명하면서 그만둘 사람은 그만두고 계속 일할 사람은 계속 일해도 좋다고 말하여 2014. 7. 27.경 8명의 직원이 퇴사를 하였고, I는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는 나눠서라도 갚겠다고 말하였다. 이후 K이 이 사건 사업장 운영을 포기한 후 2014. 8. 1.자로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이사 자리는 공사대금 채권자 중 하나인 F에게 넘어갔다. 피고인은 채권자 중 한사람으로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빨리 수익이 발생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주차관리나 숯불 피우는 일 등을 하였으나 이 사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사실은 없다. F은 밀린 임대료를 해결하지 못하여 건물 임대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 2014. 8. 13. 이 사건 사업장을 L에게 양도하였다. 피고인은 L과의 양도계약서에 "상기 계약이 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 상기 본인 A, F이 책임을 다하겠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사업장에 설치된 냉장·냉동설비에 손대지 않고 L이 이 사건 사업장을 인수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기재한 것 뿐이고 피고인이 실질적인 대표였기 때문에 기재한 것은 아니다.
양형부당 주장
설령 피고인이 유죄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동종 처벌 전력이 1회에 불과한 점, 오른쪽 눈은 실명하고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점, 신부전증,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7. 27.경부터 서울 양천구 C에 있는 주식회사 D의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23명을 고용하여 일반음식점업을 영위하다 2014. 8. 15.경 위 회사를 폐업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위 회사에서 2014. 6. 20.경부터 2014. 8. 1.경까지 근무한 근로자 E의 2014년 7월 임금 2,000,000원을 포함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4 내지 23에 기재된 것과 같이 E 등 근로자 21명의 임금 합계 37,080,821원을 각 근로자들과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원심은 피고인의 무죄 주장에 대하여는 별다른 설시 없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이 2014. 7. 27.경 I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영업양수 하였고, 그에 따라 위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 역시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한편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영업의 일부만의 양도도 가능하고, 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대법원 1991. 8. 9. 선고 91다1522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과연 이 사건 사업장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사용자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려면 피고인이 I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영업양수 하여 위 사업장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인바,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I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영업양수 하여 위 사업장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영업양수 전 발생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들고,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I는 2014. 6.경 이 사건 사업장을 설립하여 일반음식점업을 운영하였고, 피고인은 그 무렵 I와 냉장·냉동설비 설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위 사업장에 냉장·냉동설비를 설치하였으나, I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한편,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이사 등기는 2014. 7. 28. I에서 K로, 2014. 8. 4. K에서 F으로 각 변경되었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은 2014. 8. 13. (주)원광미트라인에서 인수하였다.
I는 수사기관에서 "회사 채권자들이 자신들이 사업장을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사업장을 정상화시킨 후 돌려주기로 약속하였는데 장사를 해보니까 장사가 안 돼 회사를 8. 12.에 매각하였다, 이런 자금사정으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채권자들에게 잔금이 아직 넘어오지 않았다, 잔금을 받으면 잔금액 모두를 근로자들 체불액을 청산하는 데 사용하겠다(2014. 8. 21.),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최대한 노력해서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겠다, 2014. 7. 27. A에게 넘겨주었으므로 근로자들의 임금 중 2014. 7. 26.까지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그 이후로는 A이 책임져야 한다(2014. 9. 18.), 피고인은 사업장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으로 체불임금을 1순위로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지급하지 않았다(2014. 11. 7.)", 원심에서 "피고인이 임금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피고인이 법인을 팔아 이익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당심에서 "2014. 7. 28.까지의 임금에 대하여 누가 책임질지 여부에 관하여는 언급이 없었다"라고 각 진술하였고, F은 원심에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냉동 일을 해서 1,500만 원 정도 받을 것이 있다, 돈을 받기 위하여 채권단에서 대표자를 맡게 되었다, 5명 정도 되는 채권단에서 운영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진술들에 의하면 I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위하여 피고인 등에게 잠시 이 사건 사업장의 경영을 위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H은 수사기관에서 "2014. 8.초순경 피고인이 자신, M, N, O에게 마지막까지 도와준 게 있으니까 밀린 임금을 본인이 책임져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하였고, 근로자 E은 수사기관에서 "양산에서 무슨 계약금이 들어오면 인건비만큼은 해결해주겠다고 하여 믿고 있었는데 2, 3일 뒤에 말이 바뀌었다", 원심에서 "피고인은 공사 관련해서 채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2014. 7. 27.부터 법인카드 하고 통장을 가져간 걸로 알고 있다. 피고인이 인건비만큼은 자기가 인수받을 테니까 같이 일을 좀 하자고 그랬는데 2~3일 뒤에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라고 각 진술하였다. 그러나 E을 비롯한 근로자들은 2014. 8. 12.경 임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한 근로기준법위반 범죄사실로 I를 고소하였다가 2014. 10. 2.경 같은 사유로 피고인을 추가 고소한 점, 또한 위 근로자들(선정당사자 J)은 2014. 9. 25.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가단231914호로 I와 F을 상대로 체불임금(근로자 N은 1,854,838원, 나머지 근로자들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동일한 금액) 및 이에 대한 2014. 7. 28.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당시 소장에는 "I가 2014. 7.말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피고인의 중개로 F에게 이 사건 사업장의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이 사건 사업장을 영업양도 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진술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근로 당시 피고인을 사용자로 인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2014. 8. 19.경 및 같은 달 21.경 I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잔금 받으면 일부 50%라도 지급하려고 일단 뽑아 놨다, 인건비만 계산해 주면 I 대표하고 약속한 부분은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였고, 수사기관에서 "I로부터 사업장을 받았지만 15일 밖에 운영을 못했기 때문에 손해만 봤다, 정상적으로 사업이 되었으면 고소인들의 체불임금을 지불해주겠는데 이 업계에서 경력이 없다며 저를 믿지 못하는 고소인들의 임금을 지급해 줄 수는 없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위 진술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밀린 임금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는 보일 뿐 그러한 내용만 갖고 피고인이 I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영업양수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K은 당심에서 "2014. 7. 28. 이 사건 사업장 대표이사로 취임해서 15일 정도 실제로 운영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되어 빠져나왔다, 운영한 기간 동안 급여는 주겠다고 말하였고 실제로 주급으로 급여를 집행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위 진술내용 및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임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2014. 7. 28.로 특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미지급임금은 2014. 7. 27.까지의 임금으로 보이고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운영에 관여하기 전의 임금으로 판단되므로, 여기에 앞서 본 수사기관에서의 I의 진술을 보태어 보면 I와 피고인 사이에서 최종 지급책임을 누구로 정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는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은 I가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더구나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영업양수 하여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면 위와 같은 승계는 2014. 7. 27.경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최소한 그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가 피고인에게 인수된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2.의 가.항 기재와 같다. 공소사실은 2.의 다.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강태훈(재판장) 변지영 남성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