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7. 17. 선고 2015노282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사기죄 부분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피고인에게 원단 및 투자금을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원단과 투자금을 낙하산 제조와 수출을 위해 모두 사용하였으나 낙하산 수주가 되지 않아 피해자에게 변제하지 못하였을 뿐이며 20억 원 상당의 낙하산 등의 제품을 피해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는바 피고인에게는 기망이나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나.

법리오해

배임죄 부분과 관련하여, 배임죄에 양도담보의 원인이 된 채무 1억 원은 피고인이 2013. 1. 10.까지 피해자에게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일부를 말하는 것으로 이미 사기죄에서 피해금액으로 포함된 금액이므로 피고인이 양도담보로 제공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따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기망이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피고인은 D라는 상호로 낙하산 제조판매업을 하는 자로서 낙하산 원단을 공급하던 업체들에 6,700만 원 상당의 원단대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던 중에 새로운 원단공급처를 찾아 피해자에게 2011. 12. 19.경부터 2차례에 걸쳐 선급을 지급하고 원단을 납품받아 신뢰를 쌓은 후 피해자로부터 원단을 외상으로 공급받았다.

2)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인도 국방부에 낙하산을 납품하는 입찰건과 H 공사를 수주하여 매출이 약 100억 원에 이르고 양아버지라 부르는 I의 J 토지(경기도 의왕시 J)에 낙하산 제조판매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를 설립하자고 피해자에게 제안하였다.

3)

피고인은 2012. 10. 11.경 피해자로부터 법인 설립자금으로 2억 원을 받아 그 중 5,000만 원만 법인 설립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피고인의 내연녀에게 아파트 월세보증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차용금, 카드대금 등을 변제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런데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던 D는 은행권과 사채로 약 6억 4,800만 원, 직원급여, 거래처 납품대금, 밀린 임대료, 기타 공과금 미납분 등 약 1억 3,000만 원 등 합계 약 7억 7,8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법인설립자금을 받을 당시 D의 어려운 사정을 고지하지 않았다. 또한 주식회사 D의 자본금 5,000만 원도 나중에는 피고인의 개인사업체인 D 직원들의 월급, 사무실 월세 등에 사용하였다.

4)

피고인은 2012. 11. 9.과 2013. 1. 8.경 인도 국방부 낙하산 입찰보증금조로 약 2억 5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받았는데, 피고인 스스로도 인도납품건에 대한 입찰보증금을 자신이 부담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2차 입찰이 무산된 것과 1차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하였다가 보증서의 유효기간이 지나 2014. 1. 7.경 임의로 돈을 환급받았다는 것을 피해자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밀린 직원급여, 밀린 임대료 등 회사 운영자금과 개인적인 채무변제에 사용하였다.

5)

H은 피고인이 전체를 도급받은 것이 아니라 주 낙찰자인 AO에 시뮬레이터를 납품하는 용역관계에 있었을 뿐이었고 이마저도 자금사정 악화로 2013. 7. 31. 사업자변경을 요구하여 사업을 포기하고 실제 납품하지 못하였다.

6)

피고인은 2013. 1. 19.경 피해자에게 신용평가 상환용으로 1억 5천만 원, J 토지 이전 취득세 용도로 5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국군재정관리단과 체결한 낙하산 제작납품계약에 따른 납품대금 입금시 즉시상환(2013. 2. 15.에서 말일경)하기로 약속하고 '피고인은 법인 설립자금으로 차용한 2억 원, 자재대금, 인도입찰보증금 등을 피해자에게 조속히 상환할 것이며 사업진행상 자금관계로 어려움에 처할 시에 J 대지와 건물을 피해자에게 즉시 등기 이전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2013. 1. 24.과 2013. 1. 25. 피고인에게 합계 2억 원을 추가로 빌려주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빌린 2억 원을 신용평가를 위한 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거래처에 밀린 결제를 하고 직원들에게 명절비와 급여로 지급하는 데 사용하였다.

7)

피고인은 2013. 2. 6.경 국군재정관리단으로부터 낙하산 납품대금 275,518,270원을 받았으나 그 중 1억 5천만 원은 국군재정관리단 낙하산 납품과 관련한 공공구매론에 대금을 받는 즉시 공제되는 것이고 나머지 금액도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직원급여와 국세납부 등 회사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고서도 피해자에게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약속한 돈을 변제하지 못하자 2013. 7. 26.경 D에 있는 피고인 소유의 재봉기 52대와 재단기 3대를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담보부 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8)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J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서도 작성해 주었으나 J 토지는 시가보다 더 많은 채권최고액 13억 2,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피해자에게 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9)

피고인은 2013. 4. 말경에도 피해자에게 인도 국방부 입찰보증금으로 185,500달러를 은행에 예치시켜 두었고 99%는 낙찰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15억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였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J 토지도 피고인의 아들 AV 명의로 등기이전이 되면 피해자에게 이전해 주겠다고 하면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주어 이를 믿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공장운영비, 4대 보험료 등의 용도로 6,000만 원 가량을 추가로 빌려주게 되었다.

10)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낙하산 제조사업의 수익성을 인정해서 피고인에게 투자를 한 것이고 원단도 현물출자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단거래를 시작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이고, 투자조건이나 수익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없었고 계약서도 없으며, 매월 원단공급량에 대해 세금계산서도 발행된 점에서 원단을 공급한 것이 피해자가 현물로 투자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준 점에서도 이는 현물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11)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원단과 돈을 받을 당시 변제할 금원은 없었으나 재고로 쌓여 있는 낙하산 등의 가치가 약 20억 원에 달할 정도여서 충분한 담보가 있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낙하산은 전략물자로서 임의로 팔 수도 없고 판로가 없는 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며 현재까지도 팔지 못하고 있는바 낙하산 등의 재고가 있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한 담보가 있어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점유개정에 의하여 양도한 경우에는 이른바 약한 양도담보가 설정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자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 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된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293 판결 등 참조). 한편,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고인이 배임죄에 양도담보의 원인이 된 채무 1억 원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속이고 양도담보부 채무변제계약을 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라 할지라도 이러한 약정은 사기 등을 이유로 취소되지 않는 한 여전히 유효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그 담보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봉기 등을 보관할 임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무에 위배하여 재봉기 등을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 이러한 배임행위는 금원을 편취한 사기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별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로서 사기죄에 의하여 획득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 처분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배임행위이므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사기죄나 배임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8억 원 상당을 편취하고 차용금 채무에 대한 담보조로 양도한 재봉기 등 기계를 타인에게 양도하기까지 하여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해회복도 전혀 되지 않은 점, 원심판결 이후 양형에 고려할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형법 제51조에 정해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신(재판장) 이성진 김영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