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7가합100087 판결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6. 8. 1.자 부기장 강등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1,798,564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3.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원고는 1991. 6. 29. 피고에 조종사로 입사하여 부기장으로 근무하다가 2002. 7. 10. 기장으로 승격되었고, 2016. 1. 4.부터는 C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 한다) 위원장에 취임한 사람이다. 피고는 항공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사이다.

나.

피고의 운항브리핑 장소 및 출두시각 변경 등

1)

피고는 인천공항 내 공항터미널에 있던 국제선 항공기에 대한 운항브리핑 장소를 2009. 9. 30.부터 인천공항 내 D 건물로 이전하면서 운항브리핑을 위한 출두 시간을 항공기 출발시각 1시간 30분 전에서 15분 앞당긴 1시간 45분 전으로 변경하였다.

2)

피고는 2015. 12. 1.부터 위 운항브리핑 장소를 영종도 인하국제의료센터 건물에 있는 E로 다시 이전하였는데 이때에는 출두 시간을 변경하지 않았다.

3)

이에 노조는 2016. 2. 4. 승무원들의 실질적 근무시간 보장과 비행안전 저해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운항브리핑 장소를 공항 여객터미널 내의 장소로 변경해줄 것을 피고에게 요구하였다.

다.

원고의 운항브리핑 실시 경위 및 이 사건 비행편의 지연 출발

1)

원고는 2016. 4. 1. 13:05경 인천공항 출발 프랑크푸르트행 F(이하 '이 사건 비행편'이라고 한다)의 지휘기장으로 외국인 기장인 G(이하 'G'이라고만 한다), 부기장 H과 함께 운항브리핑을 실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브리핑'이라고만 한다).

2)

브리핑 도중 G 기장이 원고의 운항브리핑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브리핑 장소를 떠났고, G 기장이 이 사건 비행편 탑승을 거절하자 외국인 기장이 I로 변경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

10:10경 H 부기장 브리핑룸 도착

-

10:55경 G 기장 브리핑룸 도착

-

11:20경 원고 브리핑룸 도착 후 운항브리핑 시작, 원고는 Common Notice 및 Fleet Notice를 한 글자씩 차례차례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브리핑을 진행

-

11:45경 원고, 브리핑 룸을 나온 뒤 브리핑 장소로 온 이 사건 비행편 객실 사무장에게 합동브리핑 장소를 기내로 변경하겠다고 통보 후 브리핑 룸으로 복귀

-

브리핑 중 Refile Alternate Airport(이하 '대체 공항'이라고만 한다)가 확인되지 않아 원고가 G 기장 및 H 부기장에게 질문하였으나 2명 모두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운항관리자에게 대체 공항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브리핑 룸을 나온 다음 다시 복귀

-

12:05경 원고가 보잉 748 기종에 발생하는 Ice Crystal Icing 현상에 대하여 설명하는 과정에서 G 기장이 기존 비행에서도 이미 검토가 된 부분인데 재차 브리핑하는 점을 지적하며 항의하였고 원고가 회사의 정책임을 이유로 브리핑을 계속하자 G 기장은 브리핑 룸을 빠져나옴.

-

12:15경 운항브리핑 종료 후 H 부기장이 G 기장에게 이 사건 비행편 탑승에 관한 최종 의사를 확인하였으나 G 기장이 탑승을 거부

-

12:16경 종합통제센터(OCC)에서 G 기장을 위 I로 변경

-

12:20경 원고와 H 셔틀버스로 공항으로 이동

-

12:41경 원고 및 H 이 사건 비행편 도착 후 합동브리핑 실시

-

12:46경 교체된 외국 기장 도착 후 이 사건 비행편 외부 점검 실시

-

12:57경 Boarding Sign

-

13:22경 Door Closed

-

13:49경 44분 지연 출발[이중 ATC(항공관제센터, 이하 'ATC'라고만 한다) 대기명령으로 인한 대기시간 27분]

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징계조치

1)

피고는 2016. 5. 11,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를 열어 원고가 ① 이 사건 브리핑 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② G 기장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위 기장을 배제한 상태로 브리핑을 실시하여 CRM(Crew Resource Management, 이하 'CRM'이라고만 한다)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결과, 이 사건 비행편의 출발이 44분 가량 지연되어 승객들의 불편과 피고의 손해 등을 야기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FOM(Flight Operation Manual, 운항규정, 이하 'FOM'이라고만 한다) 3.2.1. 및 취업규칙 4.5.3.에 근거하여 원고를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징계처분을 하기로 결정하고 2016. 6. 28. 원고에게 위 결과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강등처분'이라고 한다).

2)

원고가 이 사건 강등처분에 대해 재심사청구를 하여 2016. 7. 13. 피고의 중앙상벌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위 위원회는 이 사건 강등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2016. 8. 1. 원고를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인사명령이 이루어졌다.

마.

이 사건 강등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결정

원고는 이 법원에 이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강등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여 달라는 내용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으나(이 법원 2016카합20267), 항고심 재판부는 2017. 3. 15. 이 사건 강등처분이 징계사유가 없는데도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서울고등법원 2016라21276) 현재 이 사건 강등처분의 효력은 정지되어 있다.

바.

피고의 취업규칙 상 징계관련 주요 규정

피고의 취업규칙 중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강등처분의 근거로 삼은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4. 5. 3. 징계의 사유

직원이 다음 각호의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이를 징계한다.

2)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의 명예훼손 또는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때

5)

고의로 업무를 해태하거나 타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때

16)

서약서 또는 회사 제규정을 위반하거나 직무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17)

고의 또는 과실로 업무상의 장해 또는 분쟁을 야기시키거나 회사발전을 저해하는 원인 행위를 조장하여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때

4. 5. 4. 징계의 종류

1)

파면 :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박탈한다.

2)

권고사직 : 사직을 권고하되, 불응하는 경우 파면으로 조치한다.

3)

강등 : 직급, 자격 또는 호봉을 강하한다.

4)

정직 : 3개월 이내로 하되 그 기간 중에는 직원으로서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5)

감봉 : 1개월 이상 6개월 이내로 하되 그 감봉액 1회의 액은 평균임금의 1일분의 반액 이내로 하고 총액은 월 임금 총액의 10분의 1 이내로 한다.

6)

항공업무 정지 : 항공종사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정지시킨다.

7)

지상근무 : 승무원에 대하여 승무를 정지시키고 지상근무케 한다.

8)

견책 : 서면으로 훈계하고 시말서를 제출케한다.

9)

경고 : 경고장을 발부하고 개선을 촉구한다.

사.

이 사건 강등처분에 따른 원고의 임금상 불이익

원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 이전에는 기장 30호봉의 급여를 받아 연봉이 185,648,188원이었으나, 부기장으로 강등된 이후에는 부기장 41호봉의 급여를 받아 연봉이 137,950,342원으로 그 차액은 47,697,846원인데 이중 강등기간에 상응하는 금액은 31,798,564원(= 47,697,846 × 2/3)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 9, 30, 36, 37호증, 을 제1 내지 3, 10, 12, 2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을 제23호증의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이 사건 비행편이 지연된 이유는 피고의 일방적인 운항브리핑 장소 변경, G 기장의 부당한 브리핑 및 비행거부, ATC의 대기명령 때문이며 CRM상의 어떠한 문제도 없다.

2)

이 사건 강등처분은 존재하지 않는 징계사유를 토대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원고에 대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고, 설령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더라도 그 양정이 지나치게 무겁다.

3)

따라서 이 사건 강등처분은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원고는 이 사건 브리핑 과정에서 같은 항목을 두, 세 번씩 체크하거나 단어를 하나씩 천천히 읽거나 이유 없이 브리핑 장소에서 벗어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브리핑 시간을 지연시키고 이에 대하여 G 기장이 항의하였는데도 의사소통을 전혀 하지 않아 CRM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FOM 및 취업규칙을 위반하고 항공안전에 위험을 야기하였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강등처분은 적법, 유효하다.

3.

쟁점에 대한 판단

가.

각 징계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브리핑 시간 지연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갑 제8, 16, 36 내지 38호증, 을 제2, 3, 26, 31호증의 각 기재, 을 제23호증의 음성, 증인 J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피고의 2015. 12. 1.자 Flight Operation Bulletin 12-03R2에 따르면 인천공항 출발편 국제선 항공기에 대한 운항브리핑 출두시간은 출발시각의 1시간 45분 전으로 정해져 있고, 같은 문서에 의하면 같은 항공기에 대한 합동브리핑 시간은 합동브리핑실을 기준으로 할 때 출발시간 1시간 20분 전으로 정해져 있어 위 각 시간의 차이를 단순 계산하면 운항브리핑에 할당된 시간은 25분으로 도출되는 사실, ② 피고 소속 기장인 J, K는 위 25분이 운항브리핑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③ 노조는 투쟁명령 1호를 통해 비행안전을 위해 정시에 출두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비행을 준비한다는 표제 하에 출두 시간에 맞추어 운항브리핑을 정시에 시작하고 운항브리핑 시에는 합동브리핑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안전저해요소 제거를 위해 모든 서류 및 안전에 관계된 사항을 철저히 검토하여 비행을 준비한다는 쟁의행위 방침을 정한 사실, ④ 이에 따라 원고도 이 사건 비행편의 출발시각을 기준으로 정확히 1시간 45분 전인 11:20경부터 이 사건 브리핑을 실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Common Notice와 Fleet Notice를 한 글자씩 읽어나갔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그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원고는 노조 위원장으로서 앞선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이 사건 브리핑을 관행에 비해 느리게 진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선 증거들에 갑 제5, 20, 22, 23, 25, 26, 39호증, 을 제8, 15, 17호증의 각 기재, 을 제16호증의 영상, 이 법원의 주식회사 진에어, 이스타항공 주식회사, 주식회사 티웨이항공(이하 각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앞선 인정사실들만으로는 원고의 브리핑 시간 지연이 피고 주장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항공법 제50조 제1항에서는 "항공기의 운항 안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이하 "기장"이라 한다)은 그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공기의 운항에 필요한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후가 아니면 항공기를 출발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 피고 FOM 3.2.1.에서는 PIC(Pilot-in-Command, 기장)는 안전운항에 대한 최종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승무원들을 지휘 및 감독하며 운항브리핑을 주관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 내용들에 의하여 이 사건 비행편의 기장인 원고에게는 운항브리핑을 포함한 항공기 운항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광범위하게 부여되어 있었고 그 재량의 범위도 크다. 따라서 기장인 원고가 운항브리핑을 실시함에 있어 위 Bulletin(이는 FOM을 보완하는 임시문서인 것으로 보인다)에 기재된 시간들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25분이라는 시간에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위 Bulletin에서는 기장이 합동브리핑을 합동브리핑실이 아닌 객실 전방이나 Gate 입구 등에서 할 수 있음을 전제로 위 장소에서 브리핑이 이루어지는 경우 출발시각 기준 55분 전까지 합동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앞서 본 운항브리핑을 위한 출두시각부터 위 합동브리핑 종료시각까지는 50분의 간격이 있다. 또한 위 Bulletin에서는 합동브리핑의 경우 기장이 브리핑 장소뿐만 아니라 시기를 조정할 수 있고 브리핑의 대상도 사무장에 한정할 수 있는 등 브리핑에 소요되는 시간을 조정할 여지를 넉넉하게 두고 있으므로, 기장은 이를 통해 운항브리핑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

③

피고는 L 기장의 확인서와 J 및 K의 증언, 브리핑 영상을 토대로 운항브리핑을 25분 내에 실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L 기장 스스로도 위 확인서의 말미에서 경우에 따라 운항브리핑 사항이 많다면 20~25분을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이를 위해 합동브리핑을 항공기에서 55분 전에 할 수 있다고 기재하였고, ㉡ J과 K 역시 25분을 넘는 운항브리핑이 사정에 따라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FOM 및 Bulletin의 성질상 여기에서 정해진 시간들이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 다른 기장들(M, N, O)도 각 운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실제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운항브리핑을 실시하니 위 25분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브리핑 영상에서는 운항브리핑에 소요된 시간이 22:16에 불과하기는 하였으나 위 영상에서 브리핑 대상이 된 비행편의 기종, 항로, 비행 당시의 기상상황 등 제반 사정이 이 사건 비행편과 그대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NOTAM PACKAGE 2, 3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브리핑이 누락되거나 지나치게 간략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상 위 영상의 재생시간만을 근거로 운항브리핑이 언제나 25분 내에 종료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④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다른 항공사들은 자신들은 운항브리핑 시간에 10~20분 정도를 할당하고 있다고 회신하였으나, 위 항공사들은 모두 저가항공사들로 이 사건 비행편과 같이 장거리를 운항하는 비행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 각 회사들이 설정한 브리핑 시간을 직접 이 사건 브리핑 시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편 일본 전일본공수(ANA)사의 페이스북에서는 소속 승무원들이 운항브리핑을 20분 안에 종료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고객 홍보용 게시물에 불과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FOM 및 Bulletin과는 성격을 달리하므로 마찬가지로 위 게시물만으로 이 사건 브리핑 시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⑤

원고가 이 사건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운항브리핑에 포함되어서는 안될 내용을 브리핑하였다거나 전혀 필요하지 않은 내용을 새롭게 추가하여 브리핑하지는 않았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브리핑 중 자리를 2차례 이탈하였으나 이는 합동브리핑 실시를 위해 운항승무원들을 먼저 항공기로 이동하도록 하거나 이 사건 비행편의 대체 공항에 대한 확인을 위한 것으로 이와 같은 원고의 이탈행위를 잘못된 브리핑 수행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⑥

피고는 원고의 의도적인 브리핑 지연이 이 사건 비행편의 출발을 늦추어 피고 및 승객들에게 불편과 손해를 야기하였다는 것을 이 사건 강등처분의 이유로 삼고 있는데, 총 44분의 비행지연 시간 중 27분은 원고가 준수하여야 할 ATC의 대기명령으로 인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귀책사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44분의 비행지연 시간이 뒤에서 볼 다른 비행지연 사례들과 비교할 때 길다고 볼 수도 없으며, 결과적으로 피고 및 승객들에게 현실적으로 손해나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⑦

피고는 을 제17호증의 운항표준공시에 따르면 간결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의 운항브리핑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나, 피고 스스로 인정하듯 위 운항표준공시는 운항브리핑이 아닌 이, 착륙 시의 브리핑에 관한 것이므로 운항 전에 이루어지는 이 사건 브리핑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피고 운항품질부에서 작성한 주요 IRR 사례전파 및 안전운항 강조문에서는 운항브리핑을 포함한 비행 전 브리핑 수행 시 브리핑 항목별로 확인을 철저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G 기장과의 관계에서 CRM 문제를 야기하였는지 여부

가)

을 제2, 11, 19, 20,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G 기장은 피고 직원들과의 면담과정에서 "원고가 이 사건 브리핑을 고의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이에 대해 항의하였으나, 원고가 거만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무시하듯이 철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대답하였다.", "피고에서 16년간 기장으로 근무하면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브리핑 방식과 원고의 태도에 불안함과 우려를 느끼고 CRM 상의 문제를 느껴 이 사건 비행편의 탑승을 거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피고는 태도지침, 교육자료를 활용한 CRM 교육과정에서 운항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승무원들 상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그에 기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앞선 G 기장의 진술 내용만을 토대로 하면 원고가 CRM 상의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 갑 제18, 19, 36호증의 각 기재, 을 제23호증의 음성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G 기장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함께 있던 H 부기장은 피고 직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원고가 Common Notice와 Fleet Notice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점 이외에는 이 사건 브리핑이 다른 운항브리핑의 경우와 다른 점이 없었고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G 기장이 이 사건 브리핑 도중 화를 내고 자리를 떠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G 기장이 본인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고자 위와 같이 진술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일인 2016. 8. 1. 원고에 대한 직무평가 중 CRM평가에서 항목별(Communication, Crew Coordination, Planning&Workload, Situation Awareness, Decision Making) 점수를 모두 5점 만점 중 4점으로 부여하고 전반적인 직무평가에 있어서도 만족스럽다(Satisfactory)는 평가를 내린 점을 고려하면 앞선 인정사실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브리핑 과정에서 G 기장과의 관계에서 CRM을 저해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3)

소결

결국 이 사건 강등처분은 아무런 징계사유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강등처분이 징계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은 위 각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갑 제20, 21, 29, 31 내지 35, 42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강등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①

2004. 2. 21.부터 2007. 4. 16.까지 피고의 징계현황에 의하면 여하한 사정으로 비행 스케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도 관련자들에 대해 대부분 견책 처분이 이루어졌고, 예외적으로 항공업무정지 7일 처분이 내려진 경우도 있었으나 이를 넘는 징계처분이 있었던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위 징계현황의 기준시점이 이 사건 브리핑 및 강등처분일로부터 상당히 오래 전이기는 하나 위 시점 이후로 비행스케줄 미준수에 대한 징계양정이 특별히 강화되었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②

피고가 2016. 4.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운항하였던 항공편들이 지연운항된 경우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1시간 이상까지 총 45회에 달하였음에도 관련자들을 징계하였다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③

원고는 2009. 10. 12.경 운항승무원 Standby 및 Reserve 운영지침에 따라 자택에 대기하여야 함에도 제주도로 내려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징계사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원고는 위 징계사유로 인하여 2007. 8. 21. 이미 강등처분을 받았는데 원고가 이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결과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이 법원 2007가합25514, 서울고등법원 2009나17143). 사정이 이러하다면 앞선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이 정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원고에게 불리한 징계양정요소로 고려할 수는 없다.

④

설령 원고가 다소 의도적으로 이 사건 브리핑을 천천히 진행한 것이더라도 이는 노조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고가 노조 및 원고 등을 상대로 위 투쟁명령 제1호에 따른 것을 포함하여 쟁의행위의 금지를 구한 가처분사건(이 법원 2016카합20061)에서 재판부가 피고의 신청을 기각한 이상 원고의 이 사건 브리핑 지연행위는 쟁의행위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⑤

앞서 본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사건에서 원고의 이 사건 브리핑에 관한 내용이 기재된 준비서면은 2016. 4. 6.에 제출되었는데, 위 일자는 이 사건 비행편이 한국에 돌아온 2016. 4. 3.로부터 불과 3일 후로 당시에는 원고를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기초적인 진술 청취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여기에다가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 안내 및 인사명령 등이 이루어진 일자가 피고의 회장인 P에 대한 형사고소일, 노조의 집회 개최일과 일치하였던 점을 덧붙여 고려하면 이 사건 강등처분은 노조의 활동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도 다분하다.

⑥

원고가 받은 강등처분은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9단계 징계의 종류 중 파면, 권고사직 다음으로 중한 징계에 해당하며 각종 자격이나 연봉에 심대한 불이익을 초래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은 기존 징계사례, 비행지연사유나 시간, 승무원들과의 관계, 이 사건 비행결과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징계양정은 원고의 위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중하다고 보인다.

다.

소결론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강등처분은 어느 면에서 보나 무효라고 판단된다. 위 처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강등처분으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임금 31,798,564원 및 이에 대하여 앞서 본 이 사건 강등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항고심 결정이 있었던 2017. 3. 15.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7. 3.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및 동법 시행령이 정하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수생(재판장) 나재영 이무룡

각주1) CRM은 조종실 내 승무원 간 협력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승무원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의 한계,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의사소통, 의사결정, 갈등관리 및 인적오류 관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여 항공안전과 직무성과를 향상시키려는 승무원 자원관리를 의미한다.

각주2) 이 사건 강등처분의 기간은 인사명령일인 2016. 8. 1.부터 앞서 본 가처분사건에 대한 항고심 결정일인 2017. 3. 15.까지 약 7개월 15일로 8개월에 미치지는 못하나 원, 피고 사이에 강등기간을 8개월로 하여 산정한 위 임금상 차액에 관한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의 임금상 불이익은 위 금액 상당으로 확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