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E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가 아니다. 가사 E가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E가 주식회사 D에서 근무한 기간은 1년 미만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데,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판단
E가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 법리에 따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증인 E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는 실질적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은 건강보조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기 위해 2016. 10. 20. 'G'라는 상호로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고, 2016. 10. 21. 주식회사 D(변경된 상호 주식회사 L, 이하 'D'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E는 2016. 12. 18. 이후 G와 D에서 영업업무 담당 매니저(이하 '매니저'라 한다)로 일하였다.
매니저들은, G와 D(이하 위 각 사업장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 각 사업장을 합하여 '회사'라고만 한다)의 영업팀에서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한 후 고객명단을 전해주면, 명단에 기재되어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전화로 고객관리를 하여 판매된 제품의 반품을 막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일을 하였다.
회사는 매니저들의 근무장소(M건물 N호)와 근무시간(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을 정하고, 팀장으로 하여금 매니저들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매니저들은 조퇴나 결근 등을 하는 경우 팀장에게 연락을 해야 했고, 팀장이 매니저의 결근 사실을 보고하면 회사는 매니저에게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하던 돈에서 결근일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하였다(이와 달리 회사에서 인정한 휴가기간 동안에는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하지 않았다. 수사기록 제55면). 팀장은 매니저들의 휴가 일정 등도 조정하고 그 내용을 회사에 보고하였다. 회사는 팀장으로부터 위와 같이 매니저들의 근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받고, 팀장에게 클레임 처리 등 매니저들의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였으며, 영업팀장은 이를 매니저들에게 전달하였다(수사기록 제55면). 다만 회사는 매니저들의 출퇴근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는 않았다.
E는 G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받았다. E는 후에 퇴사하면서 D에 이를 반납하였다. 휴대전화 요금은 회사가 부담하였다.
E는 회사로부터 매달 고정적으로 일정액을 지급받고, 이에 더하여 본인 매출액(제품 재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받았는데, E가 매월 수령한 급여명세서에는 전자가 본봉 또는 기본금으로, 후자가 수당으로 각 기재되어 있었다. E는 2018. 5.분 급여로 본봉 230만 원 포함 약 318만 원을, 2018. 6.분 급여로 본봉 250만 원 포함 약 437만 원을 지급받았다. 회사는 매달 보고받은 영업실적에 대한 확인을 거쳐 수당을 지급하였고, 매니저들은 급여명세서를 보고 그 금액을 확인하였다.
G는 2017. 2. 20.경 E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다. 이후 E의 사업장은 D으로 변경되었지만, E는 G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D에 입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위와 같이 회사가 E의 업무 내용, 근무시간 및 장소 등을 정하고, 영업팀장 등을 통하여 그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하고, 매달 실적을 보고받고, 무단결근 등의 경우에는 지급액을 삭감할 수 있었던 점, E가 작업도구인 휴대전화 등을 제공받아 일하였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E가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고정급의 비중이 작지 않았고, 여기에는 출근 및 고객관리 등 본인 매출액과의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은 근로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E가 계속적으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여야 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기록에 의하면, E는 2018. 6. 20.경 D과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E가 위탁받은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하는 독립사업자로서, 임금이 아니라 사업보조비, 체결수수료 등 명목의 위탁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이 노무사의 권유에 따라 위와 같은 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더구나 위 계약서는 E가 퇴사하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작성되었고, 당시 기존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기로 하는 의사표시(사직서 제출 및 퇴직금 정산 등)도 없었다.
위와 같은 사정 및 E에게는 D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았고, E가 건강보험 등 소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었던 사정이다. 또한 회사가 매니저들의 판매기법 등에 대하여 별다른 지휘 및 감독을 하지 않았고, 매니저들의 업무에 대한 회사의 지휘·감독이 주로 팀장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정도도 약하였으며, E가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징계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E와 회사 사이의 종속적 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E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에 부족하다[E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인정되는 이상, 자신을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사업자로 정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거나 퇴직 시에는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았었다거나 퇴직 후에 적은 대가를 받고 퇴직금 청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근로자로서의 권리인 퇴직금 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계속근로기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별개의 기업체인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 그리고 기업그룹 내의 계열기업 사이의 전적의 경우, 근로자가 종전의 계열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후 다른 계열기업에 다시 입사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그룹이나 계열기업의 경영방침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퇴직과 재입사의 형식을 거친 것에 불과한 것이고, 전적 전후에 걸쳐 근로자의 업무 내용 및 업무 장소에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실질이 동일기업 내의 전출입 내지 배치전환과 유사하거나 계열기업 사이의 소속변경에 불과한 때에는, 그러한 형식을 거쳐서 퇴직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근로자가 자의로 계속근로의 단절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계속근로관계도 단절되지 않는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52028 판결, 2007. 12. 13. 선고 2007다33194 판결 등 참조. 영업양도 또는 사업부문 양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0다18608 판결,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다347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E가 2016. 12.경부터 2017. 9.경까지는 G라는 개인사업체에서 근무하고, 그 이후 2018. 7.경까지는 D에서 근무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따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증인 E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는 2016. 12. 18.경부터 2018. 7. 13.까지 계속근로관계의 단절 없이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E의 계속근로기간은 1년을 넘어서므로, 피고인은 사업장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G는 피고인의 개인사업체이고, D은 주식회사이지만 피고인이 단독 사내이사로서 대표자이고 실소유주이다. 두 사업장은 모두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의 통신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E가 근무한 사업장이 G에서 D으로 변경된 것은 기업그룹 내의 계열기업 사이의 전적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E는 2016. 12. 18.부터 2018. 7. 13.까지의 근무 기간 동안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용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매니저로 근무하며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서 영업팀에서 제공한 건강기능식품 등의 고객명단에 기재된 고객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재구매를 유도하는 영업활동을 계속하였고, 그 대가로 회사로부터 고정급과 매출액의 10%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받았다. E는 G에서 사용하던 업무용 휴대전화를 D에서도 계속 사용하다가 퇴직 후 D에 반납하였다. 이와 같이 E의 근무기간 동안 업무 내용 및 업무 장소 등에 실질적 변동이 없어 그 사업장 변경의 실질은 계열기업 사이의 소속변경과 유사하다[피고인은, G가 판매한 제품은 'O'이고 D이 판매한 제품은 'P'이어서 각 사업장에서 판매한 제품이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P은 다른 회사가 생산하던 O의 생산 권한을 D이 인수해 OEM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프리미엄'이라는 표시를 더한 것이어서 사실상 동일한 제품이라 볼 수 있다].
피고인은 D이 P을 생산하게 되자 그 무렵 경영방침에 따라 G에 근무하던 매니저들을 D 소속으로 변경하였다.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고, 근로자가 자의로 계속근로의 단절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계속근로관계도 단절되지 않는다. 그런데 E는 사업장이 변경될 때 G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D에 입사서류를 제출하는 등 전적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가사 E가 사업장이 G에서 D으로 변경되는 것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방침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을 따른 것에 불과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E가 자의로 계속근로의 단절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
D은 2018. 6. 20.경 E와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해당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2017. 1. 30.부터 2023. 12. 1.로 기재되어 있어 E가 G에서 근무한 기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송인우(재판장) 송영환 김현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