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0가단20400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택시 여객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 영하는 회사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6. 3.부터 2018. 7. 9.까지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다.

2)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나.

2009년 임금협정의 체결

피고는 2009. 6. 23. 피고의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노사는 근로형태를 1일 2교대를 원칙으로 하고,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월간근로일수를 오전, 오후로

하고, ② 해당월중 승무일수에 대한 월정액급여 산정을 위한 기준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전액 납입하고, 운송

다.

최저임금법의 개정 등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는데,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2009. 7. 1.부터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특별시에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게 되었다.

라.

2014년 이후 각 임금협정의 체결 등

1)

피고는 그 이후로도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오면서 2014.경에는 사납금을 25,000원을 인상하고, 기본급을 580,496원으로 인상하였으며, 2015.경에는 사납금을 오전 20,500원, 오후 25,000원을 인상하고, 기본급을 675,000원으로 인상하였다.

2)

피고는 2015년 임금협정까지는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하지 않다가 2017. 4. 1.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으로 줄이고, 사납금을 인상하는 등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마.

최저임금법상 법정최저임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바.

원고에 대한 급여 지급내역 및 퇴직일

1)

원고는 2016. 3.경 피고에 입사하여 2017. 12. 31. 사직서를 내고 1,085,970원의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으며, 2018. 1. 1. 피고와 다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근로계약서상에는 소정근로시간 4시간 30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받도록 정하였다(이하 ‘2018년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2018. 7. 9. 피고에서 퇴직하였다.

2)

한편, 원고는 2017. 1. 1.부터 2018. 7. 9.까지의 기간에 대한 최저임금 및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데, 원고가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기간 동안 월별 급여 내역은 별지의 ‘기지급액’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6,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2018. 1. 10.경 피고와 사이에 퇴직금 수령시 추후 퇴직금에 대한 민 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받으면서 ‘상기 계산이 정확하며 이의없음을 확인함’,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퇴직금 산정계산서(을 제4호증) 및 퇴직금 지급신청서(을 제5호증)에 각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위 문서는 피고가 미리 부동문서로 작성한 양식에 원고가 서명만을 한 것으로서 퇴직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징구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이므로, 피고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퇴직금과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의 지급을 구한다’는 것으로서 당사자들의 합의가 최저임금법상의 강행규정 적용에 따른 이 부분 청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위 퇴직금 산정계산서 및 퇴직금 지급신청서상의 기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퇴직금의 지급에 대해서까지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2009년 및 2017년 임금협정과 2018년 근로계약은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고, 원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은 2009. 7. 1. 이전에 서울시에서 적용된 중앙 임금협정상의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일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에 따라 산정된 최저 임금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의 차액<1>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 및 근로계약의 효력에 관한 판단

1)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2009년 및 2017년 임금협정과 2018년 근로계약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2)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09년부터 2015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 주 34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후 2017년 임금협정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주 33시간으로 변경된 사실, 2018년 근로계약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 30분으로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09년 및 2017년 임금협정, 2018년 근로계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원고가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원고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

원고는, 피고가 2009년 임금협정 이전에는 서울시 2006년 중앙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과 동일하게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다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하여 2009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으로 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인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에게 서울시 2006년 중앙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과 같은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의 2009년 이전의 임금협정상의 소정근로시간이 서울시 2006년 중앙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과 동일하게 6시간 40분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2009년 임금협정 이전의 소정근로시간 등에 관한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2009년 임금협정의 효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

2017년 임금협정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 2009년 임금협정 이래로 소정근로시간은 5시간 40분으로 변함이 없다가, 2017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0분 단축하였는데,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2017년 임금협정 체결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변경 사이에는 상당한 시기적 간격이 있다. 그리고 2017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이 1일 10분 단축되기는 하였으나, 기본급은 2009년에 비해서 480,496원에서 675,000원으로 194,504원 인상되었고, 서울택시 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재협의하기로 정하기도 하였다.

○

게다가 그 동안 서울 지역 택시요금은 2013.경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인상되고, 할증요금의 변경 거리와 시간이 142m당 100원으로 단축되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었는바, 이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서울특별시는 2017.경 ‘택시기본요금이 인상된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평균 운송수입이 증가하고, 1일 평균 영업건수가 감소하였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

2017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 정액급여 중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임금은 기본급, 주휴수당, 근속수당, 성실장려수당을 합산한 돈이다. 근무기간 1년 이상의 근로자가 월 26일 만근시 받는 비교대상임금은 1,160,000원(=기본급 675,000원+ 승무수당 265,000원+성실수당 220,000원)인데, 이를 2017년 임금협정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인 5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7,845.20원(=1,160,000원÷146시간<2>)으로, 2017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시급 6,470원을 상회한다(한편, 가정적으로 원고 주장대로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여도 2017년 최저시급을 상회한다).

○

그런데 원고는 피고 회사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할 뿐, 위와 같은 택시요금의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 원고는 취업규칙(을 제7호증의 1 내지 5)에 시업 및 종업시각, 배차시간이 같다는 것만으로 근로자들의 실근로시간이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 등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었다는 점을 알기는 어렵다.

○

원고는 2018. 1. 1. 피고와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 30분으로 정하였는데, 기본급은 2017년 임금협정과 같고, 비교대상임금을 소정근로시간인 5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7,845.20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2018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시급 7,530원도 상회한다.

다.

소결

따라서 2015년 및 2017년 임금협정, 2018년 근로계약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홍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