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7. 2. 선고 2020가합1020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1992. 3. 10. 의료시설을 설치·운영하여 국민과 근로자를 위한 의료시혜 확대 및 사회복지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나.

원고는 2012년경부터 피고의 회생절차 관련 업무를 처리하여 오던 중 2017. 9. 16. 피고와 ‘용역(자유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피고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C가 2012. 12. 1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회합246호로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2013. 3. 19. 회생절차개시결정, 2013. 12. 13. 회생계획인가결정, 2016. 11. 28. 회생절차 조기종결결정이 각 이루어졌다.

라.

피고는 2019. 11. 20.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고(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라 한다), 2019. 11. 26. 원고에게 재차 서면으로 법인회생 보조업무수행 등 용역업무가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해촉통보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75, 9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다툼 없는 사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해지의 실질은 해고처분인데,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피고가 한 2019. 11. 20.자 해고처분은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해고로 인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와 법인회생 보조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원고가 수행할 용역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거나 이 사건 계약해지가 해고처분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 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 내지 74, 92, 100, 102, 105호증, 을 제2, 3, 4,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고문’으로 호칭되었다(갑 제75호증의3, 을 제2호증). 원고는 ‘사무국 업무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실제로 원고가직함에 따라 사무국 소속 직원들을 통솔하면서 관리자로서 근무하거나 결재권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위 직함은 원고가 대내외적으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호칭에 불과해 보인다.

②

이 사건 계약에서는 원고의 근무시간을 ‘09:00부터 18:00까지’로 정하고 있으나 원고도 이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원고에 대한 근무시간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의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출퇴근하지 않았고 근무장소 역시 자유로웠는데 원고가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일의 시작과 종료시간을 따로 보고한 사실은 없다.

③

피고의 취업규칙에서는 직원의 채용절차와 복무규율 등을 정하고, 출근 시 출근카드나 출근부에 펀칭 또는 날인하도록 통제하는 등 근태상황을 관리하고 있는데, 원고는 출근카드를 작성하거나 연차 사용을 보고하고 외부 근무 시 출장명령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바, 원고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④

원고는 업무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고, 피고는 원고의 근태상황을관리하지 않았는데, 원고는 총 업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와 무관하게 일정금액의 연봉을 1/12로 분할하여 지급받았다. 이는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적시에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를 근로 자체의 대가로서 지급받은 금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계약상 원고의 주된 업무는 피고의 회생절차 진행상황을 챙기고, 회생계획안을 검토하는 등 회생절차 관련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원고는 법무 관련 서면을 작성하는 등 피고가 위탁한 기타 업무를 처리하여왔던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계약에서 용역의 범위를 법인회생 보조업무 수행과 기타 피고가 요청하는 업무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범위를 넘어선 업무를 지시·감독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원고가 수행한 기타 업무는 부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공문 및 이메일 자료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2016. 11. 28. 회생절차가 종결된 이후에 회생 관련하여 작성한 업무자료는 2건에 불과하고, 2019. 1.경 이후에는 업무 관련하여 작성된 자료가 거의 없었는바,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 종결 이후 원고가 담당하던 업무는 대부분 종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회생채권 변제 업무의 경우 매년 연말에 회생계획안의 변제계획표에 따라 일정 비율로 회생채권을 분할 변제하는 것이어서 비교적 단순한 업무로 보이고, 그 밖에 피고가 자금을 조달하여 계획대로 회생채권을 변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는 피고의 경영 및 자금운용과 관련된 부분으로 원고의 업무영역을 벗어난다.

⑦

원고는 피고로부터 피고의 부설기관인 D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의 개설 및 관리 업무를 모두 위임받아 수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를 외부 부설기관에 파견하여 업무를 지시하였다면 그 업무 지시 및 보고 내용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센터 관련 업무를 상시적으로 지시하였다거나 원고에 대한 인사명령을 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센터 관련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이 사건 계약상 기타 용역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보인다. 반면, 피고가 소속 근로자 E에 대하여는 이 사건 센터 관리이사로 정식 인사발령한 자료가 존재한다.

⑧

원고가 피고에게 업무진행 과정과 결과를 이메일 등 형태로 보고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용역업무의 지정 및 용역업무 수행 결과 확인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⑨

원고는 피고로부터 근로소득세가 아닌 소득금액 3.3%의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보수를 지급받았다.

⑩

원고는 피고가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한 것이 원고의 근로자성을 자인하는 결과라고 주장하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 이외에도 계약이나 회사의 규정 등에 기초하여 재직 중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서도 지급될 수 있는 것이어서(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퇴직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해고예고수당의 경우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형사사건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피고가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이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황여진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