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와의 사이에 개발용역 기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추후 상호 합의하여 Statement of Work(줄여서 ‘SOW’, 이하 ‘SOW’라고 한다)로 구체적인 개발용역 내용을 정하여 업무를 수행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는 이후 개별 SOW에서 정하는 업무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여 개발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피고는 2017. 8. 25. C와의 사이에 개발기간을 2017. 9. 1.부터 2018. 7. 31.까지로 하는 “PDU AY 4G & 5G RAN PD TC AY 개발”에 관한 SOW를 체결하고, 그 무렵 ‘4G RAN PD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프리랜서 개발자 모집 공고를 하였다. 원고는 이에 지원하였고, 2017. 8. 30. 피고와의 사이에 개발자 근로용역계약(이하 ‘1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러한 1차 계약에 따라 안양시에 소재한 C 본사인 안양연구소에 상주하며 개발업무를 수행하였다.
개발자 근로계약서
액하여 지급한다.
피고는 2018. 7. 27. C와의 사이에 개발기간을 2018. 8. 1.부터 2019. 7. 31.까지로 하는 “PDU 4G 5G SC PD TC 개발”에 관한 SOW를 체결하고, 2018. 7. 30. 원고와의 사이에 또다시 개발자 근로용역계약(이하 ‘2차 계약’이라 한다. 이후 1차 및 2차 계약을 통틀어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차 계약은 계약일자 2018. 7. 30., 계약기간 2018. 8. 1.부터 2019. 7. 31., 계약일반조건 8항 [연/월차 휴가] 항목에 ‘3일 이상의 휴가 사용 시에는 사전에 PM의 승인을 득한 후 사용한다’는 조항이 추가된 것 외에는 1차 계약과 동일하다. 원고는 2차 계약 체결 이후 1차 계약과 마찬가지로 C 본사에서 개발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2019. 7. 19. C와의 사이에 위 2018. 7. 27.자 SOW의 개발기간을 2019. 12. 31.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정 SOW를 체결하였다. 원고는 2차 계약의 계약기간 종료 후 별도의 개발자 근로용역계약의 체결 없이 종전의 개발업무를 계속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 D은 2019. 11. 20.경 원고를 비롯한 “PDU 4G 5G SC PD TC 개발”을 수행하던 개발자들에게 2019년 12월로 위 개발용역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였고, 원고는 2019. 12. 31. 개발업무를 종료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36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주위적으로, 원고는 피고가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로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통지를 하였는바, 서면통지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해고통지의 효력이 없고,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피고의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복직 시까지의 미지급 임금, 부당해고로 인한 위자료 및 근무기간 동안 발생한 미지급 초과근로수당,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설령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고용기간 만료 후에도 계속하여 노무를 제공하였고, 피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민법 제662조에 따라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갱신된 고용기간의 만료일인 2020. 7. 31. 이전에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으므로, 위 만료일까지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부당해고로 인한 위자료, 근무기간 동안 발생한 미지급 초과근로수당,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원고가 피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다60793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된 사실과 갑 제7, 8, 12, 13, 17 내지 3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 당시 작성된 계약서의 명칭이 “개발자 근로계약서”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매월 고정적으로 600만 원을 지급받되 결근 시 일할로 계산하여 지급받았고, 피고가 지시하는 대로 안양연구소에 출근하거나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정표에 따라 근무하였으며, 주말근무를 하기도 한 사실, 이 사건 계약에서 연월차에 대하여 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원고 역시 연월차를 사용한 사실, 피고는 C와 함께 원고를 비롯한 개발자들에게 노트북 등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였고, 안양연구소에 프로젝트 매니저(PM)라는 직함의 피고 직원을 상주시켜 그로 하여금 원고를 비롯한 개발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업무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점검하거나 필요사항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4, 16, 38, 42호증, 을 제8, 11, 12호증의 각 기재, 천안세무서장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⑴ 이 사건 계약 당시 작성된 ‘개발자 근로계약서’는 소정근로시간, 휴게시간, 급여 및 상여금 등 근로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취업규칙에 따르도록 하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와의 사이에 작성되는 근로계약서와 그 내용이 다르다. 원고는 소정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 등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별도로 정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⑵ 원고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와는 달리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특정 개발업무만을 담당하였고, 피고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다.
⑶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보수가 월 600만 원, 1개월 미달 근무 시일할로 계산하여 지급되었으나, 고정급과 수당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근로자와는 임금 구성이 다르다. 오히려 근무일수가 적은 경우 최소한으로 지급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는 셈이어서, 원고가 고정급을 지급받는 근로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1개월 미달 근무 시 일할로 보수를 산정하는 것이나 주말 근무시 대체휴일을 부여한 것은 그 보수가 노무에 대한 대가라는 의미라기보다는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수행한 업무의 양을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 그 일응의 기준을 근무일수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⑷ 피고는 C와의 SOW에 따라 개발인원을 C의 개발장소에 상주하여 개발용역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하고, 그 동안의 행정지원에 관한 사항은 C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제공하여야 했다. 이에 따라 피고는 C의 안양연구소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개발자만을 모집하였고, 원고 역시 그에 따라 C의 근무일 및 근무시간, SOW상 이미 예정된 일정에 맞추어 연구소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이 사건 계약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서 위임업무의 수행방법으로 양자 간에 합의한 내용이다.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시간의 준수 여부를 별도로 관리하여 징계하는 등으로 강제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⑸ 해외와 연계된 업무의 특성상 시차로 인하여로 부득이 주말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대체휴일을 부여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무일수를 수행업무 양의 산정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말 근무 역시 안양연구소에 출근하는 것이 원칙이나 개발자가 희망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였고, 피고가 주말근무를 재택으로 할 것을 요청한 것은 개발장소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을 뿐으로, 피고가 재택근무 여부를 일방적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⑹ 2018년경부터 피고가 C의 요청에 의하여 주말근무를 하는 경우 교통비 및 식대 명목으로 회당 3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위임계약에서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그 업무 수행에 있어 소요되는 실비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 지급명목이나 액수에 비추어 실비적 성격의 비용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 자체를 근로자성 인정의 징표로 볼 수 없다. 피고가 원고를 비롯한 개발자들에게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지급한 것 역시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사항으로 이를 근로자성 인정의 징표로 단정할 수 없다.
⑺ 피고와 C와의 개발용역 기본계약에 따라 피고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C 안양연구소에 상주시켜 C의 업무지시를 개발자들에게 전달하고, 동일한 개발업무에 투입되는 개발자들 사이의 업무 분배, 연락, 결과물의 취합, 인력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원고를 비롯한 개발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나 메신저 내용 등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업무전달사항들은 위임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위임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최소한의 지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개발자들의 휴일 사용 여부를 관리하였으나, 이는 보수산정, C와의 SOW에 따른 일정 및 개발인력의 현장 상주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임업무를 관리하는 업무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⑻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개발자들에게 투입되는 개발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고, 보안사항을 교육하였는바, 이는 피고가 위임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위 임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최소한의 지시 내지는 교육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수의 개발자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 개발업무의 특성상 업무 수행방식에 일정한 통일성을 요구하기는 하나, 이는 업무의 성질상 부득이한 것이고, 이 사건 계약에서 지적재산권의 사용에 대한 책임을 원고에게 두고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개발업무의 수행과정까지 피고가 강제하지는 않았다.
⑼ 피고는 프리랜서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구인공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도 다년간 여러 업체에서 프리랜서로 단기의 개발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개발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E 유한회사에서 근로소득을 얻고 F 주식회사에서 사업소득을 얻기도 하였는데, 이는 피고의 취업규칙에서는 금하고 있는 겸직에 해당하는바, 원고 스스로도 자신이 피고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거나 피고에 전속된 근로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설령 이 사건 계약의 성격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근로계약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민법상 고용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민법 제662조 제1항<1>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2차 계약 시 계약기간은 2018. 8. 1.부터 2019. 7. 31.까지를 기본으로 하되, 계약기간 중 C의 해지 요청 시에는 그 즉시,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C의 수요가 계속 있을 경우에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기로 약정한 점, 2차 계약은 C가 피고에게 요청한 특정 용역만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위 계약기간을 연장한다는 조항은 C가 요청하는 불확정기한까지의 연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차 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된 후 원고로 하여금 계속하여 기존 업무를 수행하게 하다가 2019. 11. 20.경에서야 업무의 종료를 통보하였다고 하더라도 2차 계약과 동일한 기간으로 원고를 다시 고용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그와 같은 기간으로 원고와 다시 고용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2차 계약에 대한 민법 제661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황여진 김수현
각주1) 민법 제662조(묵시의 갱신) ①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사자는 제660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