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B, C호에 소재한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로서 상시 1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보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6. 2.부터 2016. 12. 31.까지 근로하고 다음날 퇴직한 E의 퇴직금 8,855,271원과 2015. 5. 11.부터 2019. 1. 31.까지 근로하고 다음날 퇴직한 F의 퇴직금 16,061,703원 등 퇴직근로자 2명의 퇴직금 합계 24,916,974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회사는 인터넷으로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계약을 중개하고 보험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E와 F(이하 총칭하여 사용하는 경우 ‘E 등’이라 한다)은 이 사건 회사의 실장으로 보험모집인(상담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하였다. E 등은 이 사건 회사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실장규정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제39, 108면).
실장의 급여는 기본급 + 인센티브로 구성하며 기본급은 400만 원으로 한다.
근무를 게을리하거나 회사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 2회 이상 결근을 하거나 허락 없이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경우 등 퇴사한다.
그 후 F은 근무 도중 이 사건 회사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제19면 이하).
제2조(신분)
F은 보험업법상의 사용인 신분으로서 독립사업자이다.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일체의 규정은 F에게 적용되지 아니한다.
제4조(위임업무)
F은 다음 각 호의 1에 대한 위임업무를 수행한다.
보험계약 체결의 중개
기타 F의 업무에 관련되거나 부수되는 업무
제6조(실적 사항 및 급여 체계)
F의 급여는 수수료 + 인센티브로 구성하며 해당 금액은 모두 변동급으로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리 수수료라 함은 고정급(기본급)이 아닌 변동급으로써 E 등이 관리하는 상담원이 10명 이상 구성됨과 동시에 보장성 월 환산 보험료 기준, 실업적이 1,000만 원 이상일 경우 400만 원을 지급하며, 실적이 미달되거나 관리 상담원이 10명 미만일 경우 관리 수수료는 지급하지 않는다.
(단, 입사 3개월까지는 인원, 실적 상관 없이 400만 원 지급한다)
인센티브의 지급 기준은 아래와 같다.
보장성 보험 월 환산보험료의 10%를 지급한다.
저축성 상품과 연금보험의 경우 환산보험료의 2%를 지급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 등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E 등은 보험모집인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로서 보험모집인 관리 또는 보험모집 독려 등을 통해 실적 대비 수수료 등을 지급받았다. E 등은 자신들의 수수료 등 수입을 위해 보험모집인들을 데리고 이 사건 회사에 입사 또는 퇴사하기도 하였다. E 등은 영업실적과 보험모집인 관리 등에 필요한 정도의 정보를 이 사건 회사에 보고하였고, 그 외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별다른 업무상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
이와 같이 E 등과 이 사건 회사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위임계약관계가 존재하므로, E 등의 업무 내용을 이 사건 회사가 정하였다거나 E 등이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
E 등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근태관리를 받았다는 자료는 없다. E 등은 출ㆍ퇴근시간에 구속되지 않았고(다만, E 등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일정한 출ㆍ 퇴근 시간을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그들이 관리하는 보험모집인들의 일정에 기인한 것이다), 시간외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지급받지도 않았으며, 연월차 휴가도 적용받지 않았다(앞서 본 것처럼 위 실장규정에 의하면 ‘근무를 게을리하거나 회사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 2회 이상 결근을 하거나 허락 없이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경우 등 퇴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 근태관리도 받지 않았던 상황에서 위 규정의 구속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E 등의 급여는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E 등은 첫 3개월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관리하는 보험모집인들의 실적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았고, 위 보험모집인들이 중개한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사에 중개수수료를 반환해야 할 경우 위 보험모집인들뿐만 아니라 E 등의 급여에서도 차감을 하는 구조였다(앞서 본 것처럼 위 실장규정에 의하면 ‘실장의 급여는 기본급 + 인센티브로 구성하며 기본급은 400만 원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일정한 액수 이상 실적이 달성된 경우에 한하여 위 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보아 순수한 기본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모집인들의 실적은 E 등의 관리 등 외에도 해당 보험모집인들의 영업능력 등 자질은 물론이고, 외부의 시장상황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처럼 E 등의 급여에는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임금적 성격이 약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E 등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 사건 회사에의 종속성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E 등이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점, E 등이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아니한 점 등은 이 사건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E 등의 노무제공 실질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 여지가 크다.
결국 E 등의 업무방식 등에 비추어 E 등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박성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