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유사투자 자문업 등을 하는 회사로서, C, 주식회사 E, 주식회사 F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위 회사들의 모회사이다. 위 회사들은 모두 G이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원고 A는 2018. 8. 23., 원고 B은 2018. 12. 4. C와 사이에서 'TM 아웃바운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이라 한다). 'TM(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무'는 회사로부터 무료 회원 명단을 제공받아 무료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유료회원으로 유치하는 등 회원 관리를 하는 업무로서 위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제2조 제1항의 업무위탁 기간은 빈칸에 2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날짜를 자필로 기재하는 방식이다).
원고들은 C 이외에도 G의 지시에 따라 피고, 주식회사 F에서 일을 하고 보수를 지급받기도 하였다(이하 위 회사들을 통틀어 '피고 회사 등'이라 한다).
원고들은 보수를 지급받을 무렵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 제7조 제4항, 제12조 제2, 3항에 기한 퇴사 시의 보수․프로모션 반환의무와 관련하여 해당 월의 보수·프로모션 합계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액면금으로 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한 다음, '① 갑은 을이 상호 협의된 바 없이 DB를 유출하거나 무단으로 계약 이행을 거절하거나 회사에서 허용하지 않는 영업방식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행사하지 않고, ② 을과 갑이 상호간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을 해지한 이후에는 위 약속어음공정증서는 부기 공증 혹은 원본과 등본을 폐기하여 무효화'하기로 약정하였다.
그 중 피고를 수취인으로 하여 발행한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 한다)과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라 한다)는 다음과 같다.
원고 A: 2019. 2. 28. 발행한 액면금 1,909,046원의 약속어음과 별지 제1목록 제4항 기재와 같이 작성한 공정증서
원고 B: 2019. 2. 28. 발행한 액면금 5,555,069원의 약속어음과 별지 제2목록 제2항 기재와 같이 작성한 공정증서
원고들은 2019. 6. 30.경까지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무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16, 28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4, 갑 제12, 17호증의 각 1, 2, 갑 제29, 30호증의 각 2, 을 제4, 8호증, 을 제9호증의 1, 2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들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되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 제7조 제4항, 제12조 제2, 3항의 보수·프로모션 반환 약정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여 무효이다. 그리고 C가 아닌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귀속주체가 될 수 없는바, 이 사건 약속어음은 원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또한 생계유지를 위하여 급여의 수령이 절실하였던 원고들의 궁박함을 이용하여 작성된 이 사건 약속어음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피고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개별사업자이고, 이 사건 약속어음은 계약상 보수 및 프로모션 반환의무 이행 담보를 위해 작성된 것이다. 피고의 실질적 경영자 G은 모든 텔레마케터들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어 형식상 존재하는 여러 법인을 실상은 법인 구분 없이 회원유치는 텔레마케터가, 플랫폼 제공은 피고 회사 등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경영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TM수당 및 프로모션 금원은 궁극적으로 피고가 모두 지급한 것이므로, 이 사건 약속어음은 원인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야 한다.
판단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11655 판결 등 참조).
갑 제1, 2, 6, 16, 19, 21호증,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21호증, 갑 제24호증의 1 내지 4, 갑 제27호증의 1 내지 3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 회사 등은 '채용공고'를 내어 TM을 모집하면서 '근속수당' 등 주로 근로관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출근시각은 오전 9시부터로, 원고들은 피고 회사 등이 제공한 사무실에 출근하여 정해진 자리에서 피고 회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컴퓨터, 전화, 기타 비품 등을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의 업무 수행은 피고 회사 등이 제공한 "데이터베이스(DB)"상의 무료 회원 명단과 주식정보 및 "상황별 스크립트"를 기초로 이루어졌고, 유료 회원 가입 단계에 있는 회원과의 통화 내용은 피고 회사 등의 시스템에 녹음되었다.
피고 회사 등은 '인사관리대장'이라는 내부 문서에서 원고들을 '사원'이라고 호칭하였고, TM을 실장, 팀장, 사원 등 직급으로 나누어 관리하였다. 원고들의 매일의 업무성과 등을 포함한 사항이 일일업무보고 등의 형식으로 피고 회사 등에 정기적, 주기적으로 보고되었는데, 여기에는 TM들 중 당일 매출 1위, 2위, 3위의 이름과 매출액 등이 기재되었다.
원고들과 같은 TM은 중간 관리자인 H으로부터 근태에 관한 관리를 받아, 매일의 출근 여부, 연가·병가·조퇴 등 복무사항이 H을 통하여 피고 회사 등에 보고되고 허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 의하면, 원고들은 피고 회사 등의 서면 동의 없이는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고(제4조 제1항), 위탁계약기간 및 계약 만료 후 3개월 동안 동종업계에서 위수탁업무를 하거나 근로제공을 할 수 없으며(제9조), 퇴사일로부터 2년 동안 피고 회사 등의 허락 없이 경쟁업체에 종사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제11조 제3항).
원고들은 피고 회사 등에 전속하여 근무하면서 그로부터 지급받는 보수․프로모션 수입을 주요한 생계유지수단으로 해 왔다.
피고 회사 등은 TM들이 약속어음을 작성하기 전에는 그달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곤 하였고, 퇴사자들을 상대로 미팅을 하고 태도 여하에 따라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등으로 근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사용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거나 추론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과 피고 회사 등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 등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을 제3호증의 1 내지 3, 을 제4 내지 6호증, 을 제10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들의 업무 수단은 피고 회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데이터베이스의 무료회원 명단이고, 업무 방식에 있어서도 피고 회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스크립트를 기초로 하는 등, 그 업무 내용을 피고 회사 등이 정하였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역시 피고 회사 등이 정하였고 원고들은 여기에 구속을 받았으며, 비품도 피고 회사 등에 의하여 제공되었다. 원고들은 G의 지시에 따라 C 외 G이 실질 경영하는 다른 피고 회사 등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사실상 전출될 수 있었다(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서 제16조).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서 업무위탁기간을 2년으로 정하여 원고들이 비교적 장기간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반면, 원고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원고들이 업무위탁기간 동안 및 그 만료 후 3개월 동안 동종업계에서 위탁업무를 하는 것 등이 금지되어 있는바,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피고 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보수와 프로모션 등은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는 사실상 해당 월의 프로모션 등을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약속어음공정증서가 근무분위기 조성 등 통제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원고들은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 회사 등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의 업무수행 내용·방식 및 고객들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전적으로 피고 회사 등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DB)에 의존하도록 되어 있고, 업무위탁기간뿐만 아니라 퇴사 후 3개월 혹은 2년 동안 계속하여 원고들의 동종업계 겸직이 전면적 혹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바(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서 제9조, 제11조), 원고들의 독립개별사업자성보다는 피고 회사 등에 대한 종속성이 강하게 나타나다.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상 '업무 위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당사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는 규정들까지 두고 있고, 원고들과 같은 TM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이 없었으며, 원고들이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에 피고 회사 등의 사업장 근로자로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고, TM은 피고 회사 등의 관리직 조직과 달리 그룹웨어 사용권한, 회사 이메일 아이디 등을 부여받지 못하였고 보수 체계도 달랐으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 회사 등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의 집행력 여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들의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바로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미리 함으로써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위 조항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 제12조 제2항, 제3항은 그 취지가 원고들이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으로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피고 회사 등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피고 회사 등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명백히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 제7조 제4항 단서는 원고들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피고 회사 등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로서,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원고들은 수취인인 피고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대항할 수 있고,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성훈(재판장) 최수진 황정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