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B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 소속 I, J, H 등의 업무 지시 등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B는 피고인 회사와 근로시간을 지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받았을 뿐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B 등에게 4대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는바, B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범행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음과 같이 B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
① B는 2016. 5. 19. 피고인과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피고인 회사의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 민원 처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프리랜서 계약서’에는 “피고인 회사와 용역제공인 B는 아래와 같이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기간은 2016. 6. 1.부터 2017. 5. 31.까지 12개월로 하며, 상호계약해지 의사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1개월씩 연장된다.”, “용역보수는 시간당 6,030원에 기타 보수로 콜 수당(1,000건까지는 1건당 150원, 1,000건 이상부터는 1건당 200원)을 가산하여 계산하며, (사업소득세) 3.3% 공제 후 지급한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② B는 위 프리랜서 계약에 따라 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고인 회사의 민원 전화 응대 업무를 하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위 프리랜서 계약기간 만료 후인 2017. 7. 11. B에게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서 ‘근로계약서’ 서식을 새로 보냈다(B는 원심 법정에서 ‘근로계약서 서식을 메일로 받은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회사로부터 근로계약서 서식을 받은 바 있다고 여러 차례 인정하였다). 그런데 B는 주중에 근무하는 다른 사업장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였고, 피고인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도 새로 작성하지 않았다. ③ B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회사가 교부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프리랜서 계약서’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어서 굳이 작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위 근로계약서의 경우 ‘기본급을 832,000원으로’, ‘근로계약기간을 기한의 정함이 없으며, B가 퇴직을 원하는 경우 1개월 이전에 피고인 회사에 통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르는’ 것으로 각정하고 있어서 기존의 프리랜서 계약서와 근로조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B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으로, 피고인이 B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거부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고, 피고인의 근로기준법위반 범행 등에 관한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B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⑴ B의 경우 근로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기본급 또는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앞서 본 프리랜서 계약에 따라 계산된 보수가 매월 지급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주말과 공휴일이 며칠 있었는지, 피고인 회사의 고객센터로 걸려온 전화가 몇통 있었는지에 따라 B가 매월 지급받았던 보수는 차이가 생긴다.
⑵ 피고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B에게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피고인 회사와 B는 당사자들의 합의로 B의 근무 장소를 ‘재택근무’로 정하였고, 위 프리랜서 계약에 따를 때 피고인의 근무 시간은 토요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24시까지, 일요일의 경우 13시부터 24시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B는 인터넷 회선이 연결된 곳에서라면 굳이 집이 아니더라도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민원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근무 장소의 구속을 받는다고 볼 수 없었고, 피고인 회사로서도 고객센터 응대용 전화의 수신 시간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사실상 B가 업무시간을 철저히 준수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더욱이 B는 주말, 공휴일에만 업무를 수행하므로 피고인 회사에서 B를 관리․감독할 사람이 근무하는 시간대가 아니며, 위 프리랜서 계약에서도 B는 피고인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를 ‘성실히 자율적으로 이행’하기로 정해져 있었다(위 계약서 제5조 제1항).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 회사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B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⑶ B는 피고인 회사로부터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부여된 인터넷 전화기를 제공받았지만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컴퓨터, 인터넷 회선 등은 스스로 구비하거나 그 사용료를 부담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는 팀장의 승인을 받으면 B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가 B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팀장의 승인이 없다고 한들 B가 제3자로 하여금 그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B와 피고인 회사 사이에 유효한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임금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
근로기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등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B는 주말과 공휴일에 심야 시간까지 고객센터 전화 응대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B의 위 근로 형태는 단속적 근로로 당연히 주휴의 미사용을 전제로 야간․휴일근무만을 하는 점, 고객 전화의 응대라는 업무의 특성상 실제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보수를 월급여의 형식으로 지급받기는 하였으나 일당으로(프리랜서 계약에서 약정한 근로시간당 6,030원에 콜수당을 가산) 계산한 후 합산된 월급여가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B와 피고인 회사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하여 약정한 근로시간당 6,030원에 콜수당을 가산한 금액을 일당임금으로 정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B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B가 명시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적어도 피고인과 B가 당해 계약의 성격을 근로계약으로 규정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B는 계약이 종료된 후로부터 반 년 이상이 지난 2019. 5. 28.경에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여 조사받는 과정에서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야 근로자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진정을 제기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B조차도 자신이 근로자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위 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B와 사이의 ‘프리랜서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B가 근로자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음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B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른 사업장에서 본업을 수행하면서 일종의 부업 활동으로 피고인 회사에서 주말과 공휴일에만 근무하였고, 본업인 회사에서 피고인 회사보다 장시간 근무하며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B가 피고인 회사에 전속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B 등이 휴가, 병가를 사용하거나 업무시간 중 근무할 수 없는 경우 I, H 등에게 이를 통지하였고, H 등은 B 등의 공휴일 근무스케줄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하여 공지하기도 하였다. B 등이 담당한 주말과 공휴일 민원전화 응대 업무의 특성상 담당 직원이 1인 또는 소수에 불과하여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고 위 프리랜서 계약의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업무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 회사가 B에 대하여 업무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
B 등이 H 등에게 전화상담 내용을 전달하였으나 이는 전화로 받은 민원 내용을 전달하여 피고인 회사가 해당 민원을 처리하도록 한 것으로, 위 프리랜서 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고, 종속적 업무지시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피고인 회사가 B에 대하여 업무상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형권(재판장) 신동헌 김재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