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운영한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택시회사’라 한다)는 정액급여 임금제도를 선택하였으므로, 근로자들은 기준 운송수입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전액 지급받으나, 퇴직금을 산정할 때 이를 임금으로 적용받을 수 없고, 근로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부제소특약까지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근로자 D에게 지급하여야 할 잔존 퇴직금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고의가 인정될 수도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에 있는 C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약 1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택시운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2. 2. 6.부터 2019. 1. 23.까지 택시기사로 근무한 D의 퇴직금 15,603,309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당심의 판단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 등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6969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이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지급의무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D의 퇴직 당시 이 사건 택시회사의 임금협정 및 노사합의서에는 실제 초과수입금의 귀속과 관련하여 정액급여 임금제도와 성과급 임금제도가 있고, 정액급여를 선택하면 초과운송수입금을 기사가 전부 가져가는 대신 퇴직금 산정 시에는 해당 부분을 산정의 근거가 되는 임금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D은 정액급여 임금제를 선택하여 그간 초과운송수입금을 전액 지급받아 왔고, 2019. 1. 23. 퇴직하며 2019. 2. 15. 위 회사로부터 위 규정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 26,898,555원(세금 제외)을 수령하였다(수사기록 18, 20쪽). D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해당 금액의 산정에 초과운송수입금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D은 당시 위 돈을 수령하며 “퇴직금 지급 신청서”라는 서류 아래쪽 ‘위와 같이 퇴직금을 계산하여 산정하오니 지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이라 적힌 부분에 서명하였고, 영수증에도 거듭 ‘은행계좌 입금바랍니다’라고 적고 동일한 취지로 서명하였다(수사기록 18쪽). 한편, D은 같은 날 이 사건 택시회사로부터 추가로 5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500만 원은 퇴직금 추가분으로 정히 영수함’이라고 기재하고 서명을 한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다(수사기록 19쪽).
D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택시회사의 상무 E가 “500만 원을 위로금조로 줄게”라고 하였으나, “합의를 하더라도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합의를 하려면 최소한 1,000만 원을 주십시오. 그리고 못한다면 제가 다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500만 원을 수령한 다음 영수증은 써주었으나 퇴직금 합의를 하지는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82쪽). 그러나 D의 진술 외에는 D이 500만원의 추가 퇴직금을 수령 당시 이의를 제기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D이 500만 원을 수령한 같은 날 작성된 이 사건 택시회사의 지출결의서(수사기록 22쪽)에도 D의 서명이 있는데, 여기에 D이 추가 퇴직금에 대한 “합의금 조”로 500만 원을 수령하였다는 기재가 있다.
그렇다면 초과운송수입금 부분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대하여 D과 이 사건 택시회사 사이에 민사상 부제소 합의가 있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은 D과 합의 하에 그 퇴직금을 모두 정산하여 지급하였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위 2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변성환(재판장) 이창섭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