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97,053,966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0. 1.부터 2023. 6. 27.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설비자재 도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기계설비공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20. 11. 26. C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D’ 신축공사 중 기계․소방설비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1,540,000,000원에 하도급 받았고, 2020. 12. 1. 전문건설업체 ‘E’의 실제 운영자 F에게 이 사건 공사 중 덕트공사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공사를 1,210,000,000원에 재하도급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소장인 G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2020. 12.부터 2021. 9.까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배관 등 자재를 공급하였다.
피고는 2021. 3. 31.부터 2021. 8. 30.까지 원고에게 2021. 12.~2021. 6. 공급분자재대금 합계 306,571,267원을 송금하였다.
원고는 2021. 7.~2021. 9. 공급분 자재대금 97,053,966원은 현재까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주장 및 판단
계약 책임 부분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서 현장소장인 G의 주문을 받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 자재를 공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와의 계약당사자로서 원고에게 2021. 7.~2021. 9. 공급분 자재대금 97,053,96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G은 E의 직원일 뿐 피고의 직원이 아니고, 피고는 원고와 어떤 계약도 체결한 바 없으며, 원고와의 거래당사자는 E이다. 다만 피고는 E의 요청에 따라 E에 지급할 재하도급금액 범위 내에서 E이 원고에게 지급할 자재대금을 직불하였을 뿐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
판단
이 부분 쟁점은 현장소장 G이 피고의 직원인지 여부인데,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대부분을 E에 재하도급 하였고 실제로 공사를 진행한 자는 E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 별도로 현장소장을 둘 별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G은 이 사건 공사 이전에 피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던 반면에 E 운영자인 F과는 친분이 있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공사 수주에 도움을 준 H의 요구로 H가 소개한 E과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F이 H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확약서(을 제18호증의 2)나 특약사항(을 제18호증의 3)에는 G도 F과 함께 공사진행자 또는 현장소장으로서 지장을 찍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G은 F과 함께 재하도급 공사를 진행하였거나 그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G은 2020. 11.경부터 피고의 직원(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고 하면서도 2021. 5.경까지 피고로부터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하고 있는바, 이는 이례적이다. 한편 F이 E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여 이 사건 공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자, 피고는 2021. 6. 1. F과의 협의를 거쳐 G을 포함한 E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재하도급금액 범위 내에서 피고가 직불하기로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G을 형식상 피고의 근로자로 등재한 다음 임금을 직불해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G이 2021. 7.~2021. 10. 피고 소속으로서 건강․장기요양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처리된 점을 들어 G이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G에게 피고의 현장소장 명함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였으나,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재하도급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1> 피고가 마련한 근로계약서 양식(갑 제11호증의 1)의 피고 명의 부분에 ‘현장대리인 G’이라고 기재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G이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G은 2021. 11. 20.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자재 구입대금으로 피고로부터 3,000,000원을 차용하면서 차용증(을 제12호증)을 작성해주었는데, 위 차용증에는 ‘E D 현장소장’이라는 기재가 있다. G을 피고 소속 현장소장이라고 본다면 피고가 지급할 자재대금을 피고의 직원인 G이 피고로부터 빌려서 지급하고 이를 피고에게 갚기로 하는 차용증까지 작성해주었다는 것이 되므로 상식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G은 ‘F으로부터 업무용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였는데, 한도초과로 더는 사용할 수 없어 피고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다’고 진술하는바(G의 증언), 이러한 점 역시 G이 피고가 아니라 E의 직원이었다는 점에 부합한다.
G 등에 대한 임금미지급을 이유로 한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에서 F은 G 등에 대한 임금 미지급 사실을 자백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대표자 I도 ‘직상수급인으로서 하수급인(F)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입건되었으나, 처벌불원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한편 G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신청(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차794호<2>)을 하면서 그 신청서에 ‘직상사업자로서의 연대책임에 기하여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한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이러한 사정도 G이 피고와 직접 근로관계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명의대여자 책임 부분
책임 부담 여부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진다(상법 제24조). 한편 건설회사의 현장소장은 해당 공사현장에서의 시공업무와 관련하여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 해당하므로(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884 판결 참조), 해당 공사현장의 시공업무와 관련한 자재구매계약 체결 등의 권한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G에게 피고의 현장소장 명함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였다. 그리고 G은 원고에게 피고 명의의 자재발주서를 이메일로 송부하면서 자재공급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자재를 공급하였다. 또한 원고는 공급받는 자를 피고로 한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를 피고의 공용 이메일 주소로 송부하였으며, 피고는 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였고, 2021. 6.분까지의 자재대금은 원고에게 모두 지급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G을 피고의 현장소장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자재거래에 관하여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원고가 명의대여사실 즉 G이 피고가 아닌 E의 현장소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에게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또는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바,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위와 같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자재거래 초기에 E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가 이를 취소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던 사실, 원고의 대표자는 G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던 사실 등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명의대여사실에 관하여 악의였다거나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G을 피고의 현장소장으로 알고 있었고 G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자재거래 초기에 E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을 뿐이며, 이후 대부분의 기간에 피고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자재대금도 정상적으로 받았던 점에 비추어, 피고를 거래당사자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금의 적정성 여부
피고는, 원고가 자재대금을 부풀려 청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G의 발주발주서와 원고의 거래명세표, 세금계산서 및 매출원장 내용, 피고는 원고로부터 거래명세표 등을 받고서도 별다른 이의 없이 자재대금을 지급해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21. 7.~2021. 9. 공급분 자재대금이 원고 주장대로 97,053,966원에 이른다고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 공급하였다는 총 자재대금이 당초 피고의 예상액을 상당히 초과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원자재 가격 폭등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 자재대금이 부풀려진 것이라거나, 원고가 이 사건 현장에 위 자재대금 상당의 자재를 공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97,053,966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공급일 다음 날인 2021. 10.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6. 27.까지 상법상 연 6%,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한다.
판사 강화석
각주1) 피고의 임직원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한 H와 F도 피고의 부사장 또는 관리이사 명함을 사용하였다.
각주2) 피고의 이의로 소송(같은 법원 2022가소10516호)으로 이행되어 현재 계속 중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