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들은 장례업, 장례비품 도·소매 및 대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장례지도사들이다.
원고 J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나머지 원고들’이라 한다)은 별지 퇴직금산정표 ‘근무기간’란 기재 초일 피고 L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5. 11. 20.경까지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 L가 장례의전업무를 피고 주식회사 M(이하 ‘피고 M’이라 한다)에 위탁하기로 함에 따라 피고 L와 나머지 원고들은 2015. 11. 21.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였고(이하 ‘이 사건 해지 합의’라 한다), 나머지 원고들은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해지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해지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들은 2015. 11. 21.경부터 피고 M과 의전대행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별지 퇴직금산정표 ‘근무기간’란 기재 말일까지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주위적 청구원인(피고들에 대한 청구)
피고들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법인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해지 합의를 전후로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들 근로자의 지위에서 수행한 업무 내용과 근무 방식은 완전히 동일하다. 또한, 원고 J는 피고 M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서 장래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산정표 ‘근무기간’란 기재 말일 피고 M에서 퇴직하였으므로 실질적으로 하나의 법인인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피고들 소속 근로자로 근무한 기간에 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원인(피고 L에 대한 청구)
피고 L는 나머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위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다음 피고 M으로 위 원고들의 소속을 이전시키기 위해 위 원고들에게 ‘소속을 변경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위 원고들을 기망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이에 속아 피고 L와 이 사건 해지 합의에 이르렀다. 이 사건 해지 합의는 위와 같은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해지 합의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2022. 7. 6.자 준비서면 부본의 송달로 취소되었다.
원고들은 2015. 11. 21.경부터 피고 L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피고 L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자로 근무하였으므로, 피고 L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피고들 소속 근로자로 근무한 기간에 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하여
관련 법리
전적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며,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6다38438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21806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원인 주장은 피고들이 동일한 회사이고,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L 사이의 계약관계가 위 원고들이 피고 M과의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에도 동일하게 계속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M이 배후에 있는 피고 L의 도구에 불과하거나, 피고 L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이 사건 해지 합의를 전후로 하여 피고들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다거나, 피고 M의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는 등 피고 M이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피고 L의 의사에 따라 운영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피고 M은 장례의전 업무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피고 L와 상호, 대표자, 본점 위치 등이 다르다.
피고 M은 피고 L로부터 위탁받은 장례의전 업무 이외에 별개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피고들 사이의 의전대행 위탁계약 제13조는 ‘피고 L는 피고 M의 본 위탁업무수행과 유사한 제3자와의 거래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M 사이에 위 원고들과 피고 L 사이의 기존 계약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내용의 특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 L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장례의전 업무를 수행하던 원고들을 비롯한 장례지도사들은 피고 L가 장례의전 업무를 피고 M에 위탁함에 따라 2015. 11. 21.경 기존의 위탁계약을 합의해지하였다. 피고 L와 위탁계약을 합의해지한 장례지도사들 중 일부는 피고 M과 새로운 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피고 L와 위탁계약을 합의해지한 장례지도사들이 피고 M과 새로운 위탁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는 장례지도사들의 의사에 달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원인 주장은 원고들이 피고 M의 근로자로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전제로 하는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M은 장례지도사들에 대한 센터 대기 제도를 두지 않았고 원고들은 피고 M의 출동 요청을 받기 전까지 출근 의무가 없었으며 출동 전까지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피고 M이 원고들에게 출동을 요청한 경우에도 출동요청에 응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원고들의 의사에 달려 있었다. 또한 피고 M은 원고들이 출동 요청을 거절한 경우에도 원고들의 출동 기회를 빼앗는 등 징계와 유사한 불이익을 주거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 M의 요청에 따라 출동한 경우에도 회원(유족)의 종교, 가풍 등을 고려하여 회원과 협의하여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진행하였을 뿐, 피고 M으로부터 구체적인 장례절차에 관한 지시‧감독을 받지 않았다. 또한 원고들은 필요한 경우 피고 M에 통지하기만 하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제3의 인력을 투입하여 계약 이행을 대체할 수도 있었다.
피고 M은 원고들과 같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한 장례지도사들이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고 M과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피고 M이 아닌 다른 업체에서 장례의전 업무를 수행한 장례지도사들도 존재한다.
원고들은 피고 M의 요청에 따른 업무를 마친 후 행사정산서를 제출하여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숙박비, 유류비 등은 원고들이 부담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위탁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이를 보증하기 위하여 1,000만 원을 예치금 명목으로 피고 M에 납부하였고, 만약 원고들이 피고 M이 소유하는 설비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고, 위 예치금에서 이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배상하였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원인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하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L가 나머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위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다음 피고 M으로 위 원고들의 소속을 이전시키기 위해 위 원고들에게 ‘소속을 변경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위 원고들을 기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나머지 원고들이 작성한 이 사건 해지 합의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이 확인될 뿐이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을 동일한 회사라고 볼 수 없고,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L 사이의 계약관계가 위 원고들이 피고 M과의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에도 동일하게 계속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원인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