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양천구 E에 있는 ‘F’ 음식점(이하 ‘이 사건 음식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사업자이고, 망 G(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이 사건 음식점에서 2016. 12. 1.부터 2018. 10. 30.까지 주방조리실장으로 근무한 근로자이다.
망인은 피고와의 근로계약을 매해 갱신해 왔는데, 2018. 1. 1. 피고와 사이에 최종 갱신된 근로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망인은 2018. 10. 30. 주방 작업실에서 설렁탕 안에 들어가는 고기를 얇게 써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도착 전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 A, B은 망인의 자녀로서 2019. 2. 4. 서울가정법원 2018느단54241호로 망인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상속포기신고수리심판을 받았고, 원고 C은 망인의 배우자로서 2019. 1. 28. 서울가정법원 2018느단54260호로 상속한정승인신고수리심판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는 망인을 근로자로 채용하여 근무하게 함에 있어 사용자로서 업무환경을 개선하거나 업무 과중을 방지하는 등의 안전배려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해태하여 망인에게 과중한 업무상 부담을 장기간 지우는 등으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되나(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12,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조리과장인 H가 건강상의 이유로 무단결근을 할 때 망인이 출근하여 업무를 대신하였으며 별도의 대체근무자를 두지는 않은 사실, 사망 당일에도 망인이 H를 대신하여 근무한 사실, 망인 등을 비롯한 이 사건 음식점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피고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시행하여 그 결과에 따라 업무량을 조절하지는 않은 사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와 을 제2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회신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음식점의 작업환경 자체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는 것이었거나 그밖에 피고가 당해 근로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망인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근무를 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음식점에서 10시부터 22시까지 주 6일 근무하였고(월요일 휴무, 1주일 평균 60시간 근무), 식사시간은 10시, 14시, 18시를 기준으로 각 20분씩 주어졌으며, 14:20부터 18:00 사이에 다른 직원들과 교대로 1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휴게시간은 손님의 숫자에 따라 1시간보다 길어질 수 있었다.
망인이 이 사건 음식점에서 담당한 주된 업무는 설렁탕용 고기를 썰거나 국솥을 젓고 음식의 간을 맞추는 등의 작업이었는데, 이와 같은 망인의 업무는 근로시간 내내 계속적,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는 아니었고 근로시간 중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망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중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며, 근무기간 동안 업무량의 급격한 변화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망인이 밑반찬 제조, 새로운 메뉴 개발 등 부수적 업무도 수행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다른 판매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거나 업무시간 일부를 할애하여 다른 음식점에서 조리법을 배워오는 방식으로 수행하여 그로 인하여 망인의 업무가 가중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이 H를 대신하여 근무하기도 하였으나 피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증거가 없고, 이에 대하여 망인이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건강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거나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증거도 없으며, 이와 같은 대체근무의 횟수와 시기 등에 비추어 그것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건강검진자료에는 망인의 당뇨 질환이 의심된다는 기재가 있으나, 망인이 피고에게 이를 알리거나 호소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또한 망인이 피고에게 업무 강도를 조정해 달라는 등의 요청을 한 사실도 없어 보인다.
피고가 이 사건 음식점의 작업환경과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안전․보건 등과 관련한 조치를 소홀히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이 사건 음식점의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망인의 심장에서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와 심근의 반상 섬유화 등 병변이 보여 망인이 평소 심장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심장의 병변이 있을 경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성 심근경색증 또는 급격한 심장기능의 이상이 발생하여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심장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중요 위험인자에는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 등이 있는데, 망인은 당뇨 및 고지혈증이 있었음에도 오랜 기간 음주 및 흡연을 즐겼으며 이에 대하여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재해보상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위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에게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C 주장의 요지
망인은 2016. 10. 27.부터 2018. 10. 30.까지 이 사건 음식점에서 근무하다가 사망하였는데 2018. 10. 임금 3,800,000원과 퇴직금 7,691,558원을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 C에게 위 퇴직금 및 임금 합계 11,491,558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피고가 망인의 2018. 10. 임금 3,80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 C에게 미지급 임금 3,8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망인의 퇴직금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 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하고, 이 때 평균임금은 퇴직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 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는바, 망인이 2018. 10. 30. 사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망인이 근로계약에 따라 2018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지급받은 월급 총액이 11,400,000원인 사실, 2018년도에 망인에게 지급된 상여금 총액이 1,000,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산정한 원고의 평균임금은 126,630원[= 위 3개월간의 월급 총액 11,400,000원 + (3개월 치 상여금 1,000,000원 × 3/12)/2018. 7. 31.부터 2018. 10. 30.까지 92일,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고, 퇴직금은 7,639431원(= 위 평균임금 126,630원 × 30일 × 2016. 10. 27.부터 2018. 10. 30.까지의 계속근로일수 734일/365일)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C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1,439,431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망인은 근무기간 중 피고로부터 임금을 가불 받아갔는데, 피고와 망인은 그 가불금에서 망인이 향후 받을 임금 및 퇴직금을 공제 내지 상계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 망인의 2018. 4. 5. 기준 가불금 잔액은 6,700,000원이고, 망인은 2018. 5. 23. 피고로부터 8,000,000원을 더 가불 받아가 망인의 사망 당시 총 가불금은 14,700,000원이다. 따라서 위 총 가불금 14,700,000원에서 망인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을 공제 내지 상계하면 오히려 망인이 피고에게 5,600,000원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원고의 C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9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제1심증인 I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① 망인은 2016. 10. 10. 2,000,000원, 2016. 11. 6. 2,500,000원, 2017. 5. 25. 10,000,000원 합계 14,500,000원을 피고로부터 가불금 명목으로 수령한 사실, ② 피고는 위 가불금에서 2016. 11.경부터 2017. 12.까지 매월 200,000원씩 14개월간, 2018. 1.부터 2018. 4.까지 매월 300,000원씩 4개월간 합계 4,000,000원을 공제한 후 망인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 ③ 피고는 2017. 11. 5. 망인과 사이에 2016. 10. 27.부터 2017. 10.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정산하기로 하여 그 정산퇴직금 3,800,000원을 위 가불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사실, ④ 이 사건 음식점의 경리업무를 담당한 I는 2018. 4. 5. 망인에게 가불금 잔액이 4,800,000원<1>이라고 고지하였고 이에 대하여 망인은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한 사실, ⑤ I는 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이전에도 망인에게 가불금 변제내역이나 그 잔액을 확인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망인은 ‘알겠다’는 취지로 답하였을 뿐 이를 다투지 않은 사실, ⑥ 망인은 2018. 5. 23. 피고로부터 8,000,000원을 가불금 명목으로 더 수령하였고, 그 후 피고는 2018. 5.부터 2018. 9.까지 매월 300,000원씩 합계 1,500,000원을 위 가불금에서 공제한 후 망인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망인과 피고 사이의 가불금 지급 및 그 정산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와 망인은 가불금에서 향후 망인에게 지급될 임금 및 퇴직금을 공제 내지 상계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다만 망인과 피고 사이의 퇴직금 정산에 따른 공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중간정산 사유가 있다고 볼 사정이 없어 무효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와 망인 사이의 공제 내지 상계합의에 따라 망인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과 가불금을 정산하면 망인의 사망 당시 총 가불금 잔액은 17,000,000원(= 2018. 4. 5. 기준 가불금 잔액 10,500,000원 + 2018. 5. 23. 가불금 8,000,000원 - 2018. 5.부터 2018. 9.까지의 임금 공제금 합계 1,500,000원)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은 망인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은 합계 11,439,431원이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은 모두 소멸하고 오히려 망인이 피고에게 5,560,569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준서(재판장) 강희석 오연정
각주1) 위 가불금 14,500,000원에서 위 공제금 합계 4,000,000원 및 퇴직금 공제금 3,800,000원을 공제하면 6,700,000원이 되는데, 달리 망인과 피고 사이의 가불금에서 더 공제되었다고 볼 금전을 확인할 자료가 없으므로 이는 착오로 보이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망인과 피고 사이의 퇴직금 정산에 따른 공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중간정산 사유가 있다고 볼 사정이 없어 무효인바, 결국 2018. 4. 5. 기준 가불금 잔액은 10,500,000원이 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