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와 아래 각 시작일에 위임직 채권추심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7. 3. 20.부터 2020. 2. 29.까지는 피고의 C지점에서, 2020. 3. 9.부터 2020. 7. 1.까지는 피고의 경기지점 D에서 근무하다가 2020. 7. 1.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원고는 2020. 1. 1. ‘본인은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되는 개인사업자로서 어떠한 형태로든 귀사와 근로관계의 성립을 원치 않으며, 앞으로도 본인이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귀사에게 어떠한 민·형사상 청구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고 기재된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에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 제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2, 16, 을2, 9, 10(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부제소합의 항변의 요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2017. 3. 20.부터 2020. 2. 28.까지의 근무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서약서로써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판단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하였다면 이는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에 해당하므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라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면 원고는 이 사건 서약서로써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적법한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할 것인바, 위와 같이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의 당부는 원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먼저 원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살펴본다.
원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따라서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본소), 2013다40629(반소) 판결].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갑4 내지 10, 17, 20 내지 24, 27, 28, 30, 을13 내지 15, 23, 25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원고가 2017. 3. 20.부터 2020. 2. 29.까지 피고의 C지점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 근무한 것이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원고가 2020. 3. 9.부터 2020. 7. 1.까지 피고의 경기지점에서 근무한 것도 위임계약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원고가 이에 관하여 제출한 증거들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원고와 관련이 없으며 달리 원고가 위 기간에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의 대부분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로는 원고와 관련이 없는 피고의 다른 지점이나 다른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것이어서 원고가 실제로는 근로자라고 판단할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원고는 2017. 3. 20.부터 2020. 2. 29.까지 ‘E 채권’을 관리하는 피고의 C지점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2020. 3. 9.부터 7. 1.까지 피고의 경기지점 D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갑4(좌석배치도), 7(회의자료), 9(각 실적표), 17(F지점 할당기준): 원고가 근무한 사실이 없는 피고의 F지점 등에 관한 자료일 뿐이다.
갑23, 24(명함, 사원증): 원고가 아닌 다른 채권추심원의 명함과 사원증일 뿐더러, 위 명함과 사원증의 명의자가 원고와 같은 위임직 채권추심원이지만 실질으로는 근로자임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갑27-1(2020년 채권별 캠페인시행안), 28(각 이메일): 원고가 피고의 C지점 또는 G지점에 근무한 기간에 위 지점이 아닌 피고의 경기지점 D을 상대로 전송된 이메일에 불과하여 원고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위 이메일이 원고에게도 전달되었다고 볼 근거도 없다.
갑5, 6, 8, 10, 20, 21, 22, 28-2 내지 4, 30호증(업무 매뉴얼, 업무지시 이메일, 주말근무지시 쪽지, 상벌기준 공지 등): 원고에게 직접 지시된 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특히 갑21, 22, 28-2 내지 4, 30은 원고가 피고의 G지점에 근무할 당시 G지점에 소속된 지점장, H, I, J 등이 수신자로 기재되어 있을 뿐, 원고가 같은 내용의 이메일로 지시를 받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이 사건 위임계약서(갑16) 제3조(수수료)는, ‘원고의 위임업무처리에 대한 성과수수료는 피고가 정한 지급기준에 따르고, 피고가 원고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때 세금을 원천징수하며, 채권추심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지출하는 우편료, 전화료, 민원서류 발급비용, 출장비, 사무실임차료 등 제반 추심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는 자유직업소득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제반 규정을 적용받지 않으며, 계약 종료 시에도 퇴직금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이 없이 본인의 채권회수액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매달 25일경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는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3) 원고가 채권추심 회수실적을 피고에 보고하고, 피고가 이를 집계, 산출하여 내부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관리, 공유하는 것은, 피고가 채권추심 위탁자인 E 유한회사와 체결한 채권추심계약의 수탁자로서 위탁자에게 그 수탁계약에 따른 업무 보고 등을 위해서 그 범위 내에서 한 것이거나(을13) 원고에 대한 채권추심 위임자로서 그 위임 사무 처리를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원고에게 지급할 수수료 정산, 확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종속적 관계라거나 지휘·감독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내역 등을 채권관리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고 원고는 이를 위하여 피고의 사무실 내 지정좌석에서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야만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피고가 원고에게 채권추심을 위임한 채권추심회사로서 채권추심원의 업무현황을 파악하고 실적을 취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발생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일 뿐, 출근 여부나 출근시간이 실질적으로 강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에 원고의 실적이 저조한 경우 피고가 대책을 수립하고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감독과 통제를 해왔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을 관리하며 무단결근이나 지각하는 경우 각종 불이익 조치를 부과하였다거나, 원고에게 집중근무시간을 지정하여 특정 시간에는 이석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원고가 피고의 지휘·감독에 관한 증거로 제출한 갑6, 8, 28 등은 실제로는 원고에 관한 것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2항 제2호, 제4항, 제9항에 의하면, 채권추심회사는 채권추심원과 추심업무에 관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위 임직 채권추심인으로 추심업무를 하게 할 수 있고, 채권추심원이 위 법 규정에 따라 추심업무를 수행하도록 감독 및 교육하여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추심가이드라인’을 정하여 금융회사 등이 채권추심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하는 내부통제기준을 업무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는데, 피고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같은 법 규정에 의하여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이와 같이 피고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준수사항 등에 관하여 교육하고 준수사항 등에 대한 위반 여부에 관하여 감독하는 것이 근로계약 관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위 법령 등에서 정한 권한의 행사나 의무의 이행을 위해 원고에게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나 요구를 하였더라도, 그러한 지시 내지 요구가 실질적으로 원고에 대한 우월적 지위에서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거나 관리·감독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소결론
원고는 이 사건 서약서로써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서약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 입사가 거부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하였으므로 이는 무효라는 취지로 다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위 사정만으로 부제소합의의 효력을 무효라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희석(재판장) 오연정 허준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