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2. 8. 선고 2022가단20761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E는 ‘F’라는 상호의 도장공사업자이고, E의 남편 G은 실질적으로 E와 공동으로 위 상호로 도장공사업을 하였다.

나.

피고는 인터넷 뉴스 제공업, 출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파주시 H에 사옥건물이 있다. 피고의 대표자 I은 2019. 9.경 인터넷 검색을 통해 ‘F’를 알게 되어 유선으로 피고 회사 사옥 관련 도장 공사를 맡긴 적이 있었고, 당시 대금 260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피고의 대표자 I은 2020. 7. 1.경 피고 회사 사옥의 지하주차장 입구 상단의 철제프레임에 에나멜 페인트를 칠하고자 하여 이전에 도장 공사를 하였던 업체인 F의 연락처로 다시 전화를 하여 G과 통화하였고, 대가를 약 60만 원으로 정하여 2020. 7. 2.경 도장공사를 하기로 구두 합의하였다. 위 합의 과정에서 I은 G에게 도장공사를 할 지하주차장 입구 상단 철제프레임(이하 ‘이 사건 철제 프레임’이라 한다)의 자세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내 주었다. 위 철제 프레임은 지하로 내려가는 경사진 지하주차장 통로 위에 일정한 높이로 설치되어 있는 구조물이었으므로 지하주차장 입구 쪽에서는 지면이 지상이어서 지면으로부터의 높이가 약 2.7m였으나, 철제 프레임의 가장 안쪽 부분은 그 지면이 지하에 도달하였으므로 지면으로부터 철제 프레임까지의 높이가 약 4.7m였고, I은 G에게 이와 같은 높이를 고지하였다. 또한, 이 사건 철제 프레임은 격자 무늬로 중간에 빈 공간이 많은 형태였다. 이 사건 철제 프레임의 형태는 아래 사진과 같다.

라.

이에 G은 I에게 사다리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2020. 7. 2. 오전 08:00경 도장 공사를 위해 G, E, 직원인 J이 피고의 사옥에 도착하였다. 피고 사옥의 관리소장 K는 I으로부터 사다리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미리 전해 듣고, G에게 “A자로 사용하면 고정핀이 뻑뻑해서 체결할 때 완전히 체결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라는 말을 하면서 피고 사옥에 있던 사다리를 건네주었다. 또한, G은 이 사건 철제 프레임 상단 도장 작업시 철제 프레임 위로 직접 올라가 도장 작업을 하고자 하였고, 프레임이 얇고 빈 공간이 많아 프레임 상단에서의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되자 긴 나무판자(널판지)를 깔고 이를 지지대 삼아 이동하면서 작업을 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G은 K에게 피고 사옥에 나무 판자가 있는지 물었고, K는 피고 회사가 기계 받침으로 사용했던 나무 판자들이 보관되어 있던 피고 사옥의 지하 공간으로 G, J을 안내하였으며, G은 그 중 나무 판자 2개를 골라 가져갔다.

마.

이후 피고 회사 소속 지휘, 감독자가 별도로 없는 상태에서 G, J은 이 사건 철제프레임 도장 작업을 시작하였다. G, J은 손이 닿는 높이는 지상에서 도장 작업을 하고, 사다리를 이용하여 닿는 높이까지는 사다리에 올라가 도장 작업을 하였다(다만, G은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K로부터 교부받은 피고 회사 소유의 사다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구비하고 있던 낮은 사다리를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G은 사다리에 올라서도 손이 닿지 않아 칠하기 어려운 부분의 도장 작업을 위해 나무 판자를 가지고 이 사건 철제 프레임 위로 직접 올라 갔고, 나무 판자를 철제 프레임 위에 깔고 이를 지지대 삼아 이동하며 도장 작업을 시작하였다.

바.

그런데 2020. 7. 2. 10:08경 G이 한 쪽 무릎을 꿇어 나무 판자에 올리고 다른 쪽 다리는 철제 프레임에 올린 상태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나무 판자가 미끄러졌고, G은 균형을 잃으면서 철제 프레임의 빈 공간으로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사건 사고 지점의 철제 프레임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약 4m였다. 이 사건 사고 당시 G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있었을 뿐 아니라 추락에 대비한 아무런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G은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간마비로 2020. 7. 14. 00:02경 사망하였다(이하 G을 ‘망인’이라 한다).

사.

E는 망인의 배우자이자 상속인으로서 근로복지공단에 망인이 피고의 일용노동자임을 전제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

아.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들로 E와 함께 망인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고, 원고들의 상속지분은 각 2/9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K, J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① 피고 회사 사옥의 관리소장 K는 망인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피고 회사가 망인에게 사다리를 제공하였고, 피고의 대표자가 망인에게 작업 내용과 방식을 지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피고의 일용근로자로서 피고와 고용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피고는 근로자인 망인에 대하여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그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설령, 망인과 피고의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도급계약 관계에 있었다고 본다 하더라도 피고가 망인에게 사다리를 제공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업이 가능한 ‘충분히 긴’ 사다리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망인이 이 사건 철제 프레임에 직접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

원고들의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하여 각 34,825,914원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4,825,914원 및 이에 대한 망인의 사망일인 2020. 7. 14.부터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망인의 일실수입 61,194,360원 중 망인의 과실비율 40%를 상계한 금액인 36,716,616원

②

망인의 위자료 30,000,000원

③

원고들의 고유 위자료 각 20,000,000원

④

(36,716,616원 + 30,000,000원) × 2/9 + 20,000,000원 = 34,825,914원

3.

판단

가.

망인과 피고의 고용 관계 여부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아래의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된 근로자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E는 ‘F’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였고, 망인은 E와 생계를 같이 하는 배우자로서 사실상 공동으로 위 업체를 운영하였다. 결국, E와 망인은 자기의 계산과 위험 부담 하에 도장공사업을 경영하는 실질적인 사업자의 지위에 있었다. 피고 회사가 2019년에도 E와 망인에게 도장 공사를 도급한 적이 있는 사실은 원고들도 다투지 아니한다.

②

피고 회사는 출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도장 공사를 지휘·감독할 만한 지식이나 경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회사 사옥에 관리소장 K가 근무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망인의 도장공사를 지휘, 감독하기 위하여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실제로 K가 망인의 작업에 대하여 지휘·감독하지도 아니하였다.

③

㉠ 이 사건 사고 당시 J은 망인 및 E에게 고용되어 3년 정도 페인트 도색 작업을 함께 하면서 주급으로 급여를 지급받아 오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작업에도 망인의 근로자로서 함께 작업하였으며, 공동 작업자인 J과 피고 사이에는 구두 근로계약 등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었던 사실, ㉡ 이 사건 도장공사 대가는 망인이 피고의 대표자와 협의하여 정하였고, 작업에 필요한 페인트와 작업 도구도 망인이 모두 구입하여 준비해 간 사실, ㉢ 망인은 높이 있는 물체를 칠할 때 사다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스카이차를 불러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직접 올라가기도 하여 스스로 작업 방식을 선택하여 도장 공사를 해 온 사실은 증인 J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데, 이를 종합하면 망인과 E가 페인트 도색, 도장 관련 전문업자로서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독립하여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이 사건 도장 공사 기간은 하루에 불과하고, 망인이 피고의 대표자에게 사다리를 요청하기는 하였으나, 필요한 비품도 망인이 결정한 것이며, 피고의 대표자는 망인의 협조 요청에 협조한 것에 불과할 뿐, 망인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지휘, 감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도급관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책임 유무

원고들은 피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철제 프레임의 최대 높이에 닿을 정도로 긴 사다리를 제공하기로 한 약정을 불이행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가 망인에게 피고 소유의 사다리를 제공하기로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데, 실제로 피고는 사다리를 제공한 점, ② 다만, 피고의 대표자와 망인 사이에 ‘최대 4.7m 높이의 이 사건 철제 프레임에 닿을 정도의 높은’ 사다리를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점, ③ 작업 방식은 망인이 단독으로 결정하였고, 이 사건 사고는 사다리의 하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며, 망인이 안전장치 없이 추락 위험 있는 이 사건 철제 프레임에 직접 올라가서 작업하다 발생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의 위 약정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