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1. 8. 선고 2023가합101562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 6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와 D 사이의 위탁계약

1)

피고는 국가기간방송으로 국내외에 대한 방송의 실시와 방송문화의 보급 및 이에 수반하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공법인이고,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 한다)은 피고의 방송제작 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2)

피고는 D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C 방송프로그램 제작업무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은 연도별로 다소 달라졌으나 주요 내용은 변경되지 않았으므로 이하에서는 2017년도의 계약 내용을 기준으로 기재한다).

나.

원고들의 파견근무

1)

원고 A은 2012. 3. 1.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 파견되어 2018. 2. 28.까지 NLE<1> 업무를 수행하다가 그 무렵 퇴사하였다.

2)

원고 B은 2012. 4. 1.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 파견되어 2016. 10. 14.까지 NLE 업무를 수행하다가 그 무렵 퇴사하였다.

다.

시정지시에 따른 피고의 직접고용

1)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2019. 6. 5. D 소속 근로자들 중 뉴스진행, 뉴스영상편집, 스포츠중계, SNG밴<2> 운용, 오디오녹음, 지역보도CG, NLE, 편성CG 업무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 192명에 대하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실질적 파견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2019. 7. 10.까지 위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하였다.

2)

피고는 2019. 9.경 위 시정지시에 따라 직접고용대상자 192명 중 피고에 직접고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동의 확인서를 제출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89명을 특정직으로 고용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위탁계약은 실질적으로 파견법 제2조에서 정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을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피고의 고용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파견법 제21조에 의하여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면 아니 됨에도, 원고들에게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파견법 제21조의 차별금지규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파견근로를 개시한 시점부터 원고들이 근로를 종료한 시점까지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의 차액 상당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원고들은 D 소속 근로자로서 D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였고, 피고는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 설령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상 요구를 하였더라도 이는 도급인의 지시권을 행사한 것이고, 원고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거나 직접적인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 또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D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므로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고, D은 독자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 징계권을 행사하고 교육 및 훈련시켰으며, 작업시간, 휴게시간, 휴가 등을 결정하고 근무태도를 점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위탁계약은 파견법에서 정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고용의사표시 청구는 기각되어야 하고, 원고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역시 모두 이유 없다.

2)

설령 원고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에는 현저한 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는 비교대상근로자가 될 수 없고 차별적 처우에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

3.

직접고용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2022. 4. 28. 선고 2021다290160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업무의 개요

원고들이 담당한 NLE 업무는 피고 지역국의 보도국에서 기획·제작하는 정규 편성프로그램의 영상 보정, 화면 및 자막의 이펙트 효과를 제작하는 등 영상물에 대한 편집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이다.

2)

원고들의 근무 형태 등

①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위탁업무의 내용으로 ‘(지역) NLE 편집지원 업무’가 기재되어 있는데, 지역국 소속 NLE 담당자들은 영상물에 대한 컷편집, 색보정, 오디오 보정 등의 편집 작업 외에도 타이틀 제작, 2D·3D 이펙트 제작 등 특수영상제작 관련 업무와 광고 제작, 포스터 제작, 인제스트 업무 등을 함께 수행하였다.

②

피고의 지역국은 규모가 크지 않아 지역국별로 NLE 담당자가 1명 정도 배치되어 있었고, 담당 프로그램에 대하여 제공되는 영상과 음성 등을 기초로 대본의 내용 및 담당 PD 등의 요청사항에 맞게 영상을 편집하고, 색보정 및 음향 작업, CG제작 등의 작업을 하였으며, 작업 결과에 대하여 PD 등의 수정요청에 따라 보완 작업을 거친 후 최종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다. PD 등의 수정요청은 전화, 문자, 직접 지시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③

NLE 업무 담당자들의 근무시간은 기본적으로 09:00부터 18:00까지였으나 방송일정 및 피고 소속 PD 등의 요청에 따라 연장근로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④

NLE 업무 담당자들은 지역국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피고 지역국 내부에 사무실이 존재하였고, 제주총국의 경우에는 같은 사무공간 내에서 피고 소속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였다. 대구총국의 경우 D 소속 NLE 담당자가 피고 소속 직원들과 함께 연락망에 기재되어 있다.

⑤

원고들이 담당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편집 작업 등은 피고 소속 직원이나 별도로 고용한 프리랜서 등이 담당하였다. 피고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엔딩 스크롤에는 NLE 업무의 담당자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D 소속 근로자들이 함께 기재되기도 하였다.

⑥

피고는 D 소속 NLE 업무 담당자들을 포함하여 시스템 활용이나 편집방법 및 기술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⑦

NLE 업무 담당자들은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시설과 장비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편집 과정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피고가 구입하여 제공하였다.

⑧

피고 본사는 각 지역국에 대하여 D 소속 CG 요원 등 외부제작요원이 방송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촉구하면서, 외부제작요원이 방송사고를 일으키게 될 경우 피고 소속 관리자(부서장)에게도 지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였다. 피고 대전총국에서는 D의 NLE 업무 담당자에 대하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제작 업무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인력을 대체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시행한 적이 있다.

⑨

피고는 D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업무 성과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직접 표창장 등을 수여한 적이 있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NLE 업무를 담당한 원고들 근로관계의 실질은 D에 고용된 후 피고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행사 여부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담당 프로그램을 배정받았고, 편집 등 작업 과정에서도 담당 PD 등이 요청하는 내용에 따라 그래픽을 제작하며, 영상 및 자막을 수정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피고 측의 이러한 수정요구는 연속인 작업 과정에서 매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하여도 이루어졌다. 반면, 원고들이 NLE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D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어 보인다.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①

원고들은 피고 지역국의 정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CG제작, 특수효과 제작 등의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는 피고 지역국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구체적인 작업 과정에서도 피고 소속 PD, 작가 등의 세부적인 지시를 받아 영상물 편집 작업을 완료하였는바,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리될 수 없고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②

원고들은 피고 지역국 내부 사무실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하였고, 피고 업무연락망 등에 함께 기재되어 있기도 하였으며, 일부 업무에 대하여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기도 하였는바,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협업관계에서 혼재되어 근무하고 있었고,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3)

근로조건 등에 대한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①

원고들의 기본적인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나 피고 측에서 프로그램 제작 일정이나 방송 순서, 근무표 등을 지정하여 통보하면 원고들은 해당 일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실질적인 근무시간은 피고의 방송 일정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보인다.

②

NLE 담당 원고들에 대한 작업배치권 및 변경권은 피고가 행사하였고, 원고들의 근무시간과 연장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휴가일정 등도 피고의 방송 일정에 좌우되는 등 D이 피고의 방송 일정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근무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는바, 사실상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4)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구별성 및 전문성 여부

①

NLE 업무 담당자들은 본래의 NLE 편집 작업 외에도 특수영상 관련 업무나 광고 제작, 포스터 제작, 인제스트 업무 등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하는 위탁업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였는바,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하였고, 원고들이 수행하는 부가적인 업무에 대하여 별도로 대가가 지급되지도 않았다.

②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편집 작업 등을 분담하여 수행하였고, 동일한 사무공간에서 같은 장비를 사용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등 혼재되어 근무하고 있었는바, 원고들이 맡은 업무는 피고 근로자들의 업무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았다.

③

원고들이 수행한 NLE 업무는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이기는 하나, 원고들은 실제 업무 과정에서 피고 소속 PD 등으로부터 매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까지 지시를 받아 수정작업을 진행하면서 재량의 여지가 크지 않았고, 피고 내부에는 원고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존재하였는바, NLE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외부에 위탁하여 처리할 필요성이 있었다거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의 구비 여부

원고들은 NLE 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피고로부터 제공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D이 고유의 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을 투입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라.

소결: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1998. 2. 20.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된 파견법은 제6조 제3항 본문에서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된 파견법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대체하여 제6조의2 제1항 제4호에서 ‘사용사업주가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된 파견법(이하 ‘개정 파견법’이라고 한다)은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서 ‘사용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원고들은 개정 파견법 시행일인 2012. 8. 2. 이전부터 파견근로를 제공하였으나 2012. 8. 2. 당시 파견근로 기간이 2년이 지나지 아니하였으므로,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그 시행일인 2012. 8. 2. 피고에 대하여 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파견법상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내용과 개정 경과 및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비록 피고에 대한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이후 파견사업주인 D에서 퇴사하였더라도 여전히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4.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외주사업체)로부터 사직하는 등으로 근로 제공을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부터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었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도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파견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한편 원고들은 피고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특정하지 않은 데다가, 위 법리를 고려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임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①

직접고용의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에서, 실제로는 파견근로자들과 사용사업주 사이에 근로조건이나 임금 등을 정한 근로계약이 존재할 수 없음에도, 통상적으로 파견법이 정한 기준에 의한 임금 상당액(사용사업주의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임금 등)을 재산상 손해로 인정하는 것은,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파견근로자와 고용관계가 성립되어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을 것이고 그 대가로 위와 같은 임금을 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전제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발적 의사로 퇴직한 자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가 성립하였으리라는 전제가 당연히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임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추가적인 사정에 관하여 보다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직접고용의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청구에 있어서 손해의 발생 사실과 그 손해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배상액에 관하여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②

그런데 파견근로자들이 파견사업주 업체에서 자의로 퇴사하는 등으로 사용사업주에 대해서 더 이상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는 묵시적으로나마 계속근로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셈이 되므로, 원고들이 파견사업주인 D에서 퇴사한 이후에는 피고로부터 해당 노무의 대가나 임금 상당액을 청구하거나 지급받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기는 어렵다. 특히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파견 근로 제공을 중단한 지 5 ~ 6년가량 지나고 나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원고들에게 퇴사 당시 계속 근로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나 증거도 제출된 바 없다.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들이 더 이상 근로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그러한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행위를 하고 나아가 충분히 장기간 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그 사이 피고에 대해서 고용이나 근로와 관련하여 아무런 청구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었던 경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도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 기간 동안 원고들이 주장하는 임금 상당의 손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원고들이 ‘원고들의 퇴직의사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근로를 제공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추단할 수 있는 구체적, 개별적 사정 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다는 불가피한 사정(비자발적인 퇴사처리) 등 노무 제공을 중단하거나 종료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등에 관하여 밝힐 필요가 있으나 원고들은 이에 대한 아무런 주장도 하고 있지 않다.

③

구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인 피고에게 파견근로자들이 명시적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파견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파견근로자가 피고에게 이행청구나 고용에 관한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은 채 퇴직하여 더 이상 파견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피고가 그 퇴직 여부에 관여하였다거나 근로자들이 비자발적으로 퇴직을 한 것이라는 사정 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적어도 근로자들이 퇴직하였다는 사정변경이 생긴 시점 이후에는 피고로 하여금 그러한 근로자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직접고용 및 계속근로의사를 일일이 확인하여야 하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아무런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사직 또는 퇴직함으로써 근로의무를 면한 것과 마찬가지인 파견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도 임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이나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상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개별적 사정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기간 파견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들에 대해서 일률적·획일적으로 과거 파견근로를 제공한 적 있는 사용사업주와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임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는 경우, 사용사업주에 대해서 계속 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들은 외주사업체로부터 받은 임금 상당액이 지급받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데 반해, 오히려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파견근로자들은 임금 전체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부당하다.

나.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파견법상 차별금지규정의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감안하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비교대상 근로자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통상적인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 경우 사용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차별을 받은 파견근로자에게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적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왔다는 주장만 할 뿐, 피고의 비교대상 근로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피고 직원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에서 원고들의 업무와 주된 내용이 본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지에 대해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원고들이 받았을 임금과 원고들이 D으로부터 받은 임금과의 차액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