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6. 13. 선고 2023나7036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6,282,909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4. 13.부터 2025. 6.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 하라.

2.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부대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서울 강서구 D 일대 1,763.7㎡ 지상에서 E연립주택(이하 'E연립'이라 한다)을 재건축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위하여 E연립의 35세대 구분소유자들이 2008년경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가로주택조합은 E연립의 구분소유자들이 2020년경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특례법에 따라 설립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다. 원고는 2008. 5. 9.부터 2020. 9. 19.까지 피고의 조합장이었던 자이다.

나.

피고는 2012. 1. 26.경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와 사이에 지분제 방식<1>에 따른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는 등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위 계약은 2012. 8.경 종료되었고, 이 사건 사업은 2012. 1. 15. 개최된 총회를 마지막으로 특별한 진전 없이 장기간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 있었다.

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2020. 5. 24. 이사회를 거쳐 2020. 6. 27. 피고의 임시총회(이하 '이 사건 임시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였는데,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제1호 안건 : 청산보고 및 재건축사업비 정산 결의의 건(이하 '이 사건 정산 안건'이라 한다)'과 '제2호 안건 : 조합해산 및 청산 결의의 건(이하 '이 사건 해산 및 청산 안건'이라 한다)'이 각 상정되었다. 이 사건 정산 안건과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은 제안사유와 함께 '재건축사업비 미지급 정산내역서(이하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라 한다)'가, 이 사건 해산 및 청산 안건과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은 제안사유와 함께 '청산매몰비용 정산결의 동의서(이하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라 한다)'가 각 제출되었다. 위 2개의 안건

모두 피고 조합원 35명 중 29명의 찬성으로 각 의결되었다.

라.

E연립의 구분소유자들 중 31명은 같은 날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창립총회(이하 '이 사건 창립총회'라 한다)를 개최하고 가로주택조합의 설립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에 대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 조합장 및 임원을 선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이후 가로주택조합은 2022. 5. 31. K 주식회사(이하 'K'이라 한다)와 사이에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피고의 2020. 9. 19.자 임시총회에서 원고의 해임 및 직무정지의 결의가 이루어졌다.

바.

피고의 정관 및 조합운영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 9 내지 20, 29, 37 내지 39호증(이하 각 가지번호 포함), 을가 1, 2, 9호증, 을나 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소송행위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의 조합장이던 원고는 피고의 2020. 9. 19.자 임시총회에서 해임되었는바, 피고의 정관 제18조 제4항, 제16조 제6항에 따라 피고는 등기부의 이사 중 연장자를 대표자로 등기하여야 한다. 피고의 연장자인 L가 사임하였으므로, 피고는 사임등기를 하고 다음 연장자인 M을 대표자로 등기해야 하나, 위 등기를 모두 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등기부상에 연장자가 대표자로 등기되어 있지 않은 이상, 피고가 행한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이다.

나.

구체적인 판단

살피건대, 을가 5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20. 9. 19. 임시총회에서 조합장이었던 원고를 해임한 사실, ② 피고의 정관 제18조 제4항, 제16조 제6항에 의하면, 조합장 해임 시는 조합장이 조합과의 소송 등에 관련된 경우와 같이 연장자가 피고를 대표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③ 피고의 이사들 중 연장자였던 L가 2022. 8. 31. 이사로서의 직위를 사임하였고, 위 일자에 사임통지가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되어, 2022. 9. 2.경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 ④ 피고는 2020. 8. 19.부터 2020. 10.경까지 원고에게 원고의 조합장으로서의 해임등기에 협조할 것을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와 원고의 위 협조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거절한 사실, ⑤ 피고의 이사들 중 L 다음의 연장자는 M인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피고의 조합장으로서 적법하게 해임된 이상, 위 정관 규정에 따라 피고 이사의 연장자로서, 사임한 L 대신, 그 다음 연장자인 M에게 피고를 대표할 적법한 권한 이 있다 할 것이고, 등기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M을 대표자로 한 피고의 소송행위가 모두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근거도 이유도 없다(원고는 대표권 제한에 관한 민법 제60조의 적용을 주장하나, 기존 대표자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기존 대표자 해임 이후 적법한 대표권자의 대표권을 인정하는 본 사안에 적용될 것이 아니다). 3. 본안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2008. 5. 9. 창립총회에서 조합장으로서 선출된 이후, 2020. 6. 27. 이 사건 임시총회까지 피고의 조합장으로서 재임하였으나, 2012. 8. 이후의 인건비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5.경 비상대책위원회 및 피고의 임원들과 사이에 피고의 해산 및 가로주택조합 설립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인건비가 포함된 피고의 매몰비용을 산정하였는데, 원고의 인건비 중 일부를 삭감하기로 결의하였고,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위 매몰비용을 4억 원으로 확정한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에 관한 결의가 이루어졌다. 위 정산내역서에 포함된 원고의 인건비에는 미지급 임금으로서 2012. 8.분부터 2015. 12.분까지 82,000,000원, 2016. 1.분 5,131,340원, 미지급 퇴직금으로서 23,666,666원<2>이 각 산정되어 있는데, 원고는 그 중 퇴직금 6,000,000원만 지급받았다.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이 사건 정산 안건, 해산 및 청산 안건이 각 결의되었는바, 이는 원고의 인건비인 위 보수 및 퇴직금을 가로주택조합이 새로이 선정한 시공사로부

터 차입하여 이를 변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결의였다. 가로주택조합이 2022. 5. 31. K과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상 원고의 인건비로서 미지급 임금 87,131,340원(= 82,000,000원+ 5,131,340원), 미지급 퇴직금 17,666,666원(= 23,666,666원 - 6,000,000원), 합계104,798,006원(= 87,131,340원 + 17,666,666원) 및 이에 대하여 위 계약체결일 다음날인 2022. 6.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이 사건 정산 안건, 이 사건 해산 및 청산 안건을 각 결의함에 있어 피고의 조합원들이 동의한 것은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가로주택조합과 새로 계약 체결된 시공자가 청산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합원 부담 없이 위 시공사가 피고의 매몰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피고가 아닌 시공사로 하여금 피고의 매몰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는 의미로서, 피고에게는 더 이상 미지급 정산내역에 관하여 아무런 채무도 남아 있지 않음을 승인하는 결의일 뿐, 원고 주장과 같이 시공사로부터 차용한 금원으로 원고에게 변제한다는 식의 변제방법을 결의한 것이 아니었다.

4.

판단

가.

피고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의 발생

앞서 든 증거, 갑 19, 21 내지 28, 30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의 이 사건 정산, 해산 및 청산 안건은 원고에 대한 보수 내지 퇴직금이 피고의 채무라는 전제 하에, 피고의 해산 이후 새로 설립되는 가로주택조합이 새로이 선정하는 시공사로부터 이를 차입하는 방식으로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결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피고의 정관 제19조 제2항은 "조합은 상근하는 임원 및 유급직원에 대하여 조합이 정하는 별도의 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의 조합운영규정 제21조 등 관련 규정들은 조합장을 포함한 유급직원의 보수액 및 그 지급시기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피고는 기본적으로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들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의 주체라 할 것인바, 피고가 2012. 5.경부터 2020.9.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가입자인 원고의 건강·장기요양보험료를 고지 받아왔고, 해당 사업장으로서 조합부담금을 납부하여 온 것 역시 피고가 원고에게 보수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임을 나타낸다.

②

피고는 2012. 1. 26. F과 지분제로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F로부터 원고의 급여가 포함된 조합운영비용<3>을 지원받아왔고, 원고 역시 피고와 F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기 이전인 2012. 7.경까지는 위 조합운영비에서 자신의 급여를 충당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지분제 계약으로 시공사는 분양권을 갖게 되어, 조합사업으로 인한 종국적인 수익 역시 시공사에게 귀속된다 할 것인데, 시공사가 피고와 같은 재건축사업조합에게 조합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조합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통하여 위와 같은 종국적인 수익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지, 시공사가 위 조합운영비에 대한 채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시공사가 조합운영비를 지원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본래 조합의 채무인 임원들에 대한 보수지급의무가 시공사에게 귀속된다거나 시공사가 이를

인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상 조합원들이 '시공사부담으로' 매몰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것 역시 가로주택조합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새로운 시공사로부터 조합운영비를 지원받아 피고의 매몰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봄이 상당하고, 시공사에게 위 채무를 직접 귀속시킨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이 사건 임시총회결의 내용을 피고 주장과 같이 해석한다면, 이는 일종의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제3자로 하여금 채무를 인수하게끔 하는 계약일 것인데, 제3자인 시공사의 동의 내지 승낙이 없었던 위 결의만으로는 시공사의 채무인수로서의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③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르면, 피고의 조합원이 제반 사업일정을 정한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하였을 경우, F은 제반 사업경비의 지원을 중지할 수 있으며, 피고는 F에게 기집행된 사업경비를 지급하여야 하고(제17조),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본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등으로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해제될 시에도 피고는 F로부터 차입한 제반대여금과 기성부분의 공사금액 등을 지체 없이 정산하여야 하는바(제31조 제2항 제2호), F의 조합운영비 등 지원은 이 사건 사업의 진행상황에 따라 언제든 중지될 수 있고, 이 경우 기지급된 사업경비 등 정산의무의 주체는 피고로 예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공사계약은 2012. 7.경 당초 이 사건 사업이 예정하였던 시기보다 공사목적물의 착공이 지연되자 조합운영비를 무작정 지원할 수 없었던 F이 이를 해제 내지 해지함에 따라 종료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는 위 계약조항에 따른 정산의무의 주체로서 F로부터 차입한 각종 사업비용 지급의무와 함께 F로부터 조합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여 지급이 중단되었던 원고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역시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이 사건 임시총회 회의록에 의하면, 피고의 매몰비용 4억 원에 대한 이 사건 정산 안건의 결의를 위해 원고는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를 피고의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며, 그 구체적인 정산내용을 낭독하였는데, 위 정산내역에 원고의 인건비(임금및 퇴직금)도 포함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바와 같다. 특히, 원고의 인건비와 관련하여서는 N 조합원이 그 액수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위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모두가 그 액수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볼 것인데, 그럼에도 결국 위 정산결의는 피고의 조합원 총 35명 중 29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가결되었다. 비록 피고의 조합원들이 위 미지급정산내역을 사전에 고지 받지 못하고, 결의 당일 이를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결의 당일 낭독하였고, 조합원들이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 액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 이상 원고의 인건비 역시 이 사건 정산 안건의 대상인 미지급정산내역에 포함되어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에 '조합원 부담 없이 새로 선정된 시공사가 부담하여 0원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을 시작하는데 동의하는 바이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임시총회의 결의만으로는 제3자인 시공사의 채무인수 효과가 발생할 수 없음은 앞서 본바와 같고,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 이 사건 정산 안건, 해산 및 청산 안건의 결의를 통해 피고의 조합원들은 사업진전이 없었던 피고를 해산하고, 이 사건 창립총회를 통하여 가로주택조합을 설립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사업진행에 있어 특별한 성과가 없었던 피고의 매몰비용에 대한 정산이 선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였던 점, ㉯ 피고의 조합원들은 새롭게 가로주택조합을 설립하여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피고의 위 매몰비용 정산의무가 가로주택조합에 이전되지 않기를 원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기존의 채무자인 피고의 정산의무까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상 위 기재는 시공사로부터 차용한 금액으로 조합운영자금을 지급해온 기존의 방식을 재확인함으로써 피고의 매몰비용 역시 시공사의 지원을 받아 이를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봄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피고에게 어떠한 미지급 정산의무도 남아 있지 않음이 결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기망행위 주장 : 기각

가)

주장 요지

이 사건 임시총회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승인 결의로 보더라도, 원고는 조합원들의 부담은 전혀 없고, 새로 설립될 가로주택조합이 선정할 시공사에게 매몰비용에 관한 채무를 부담시키겠다고 조합원들을 기망하여 이 사건 임시총회결의가 이루어졌는바, 피고의 조합원들은 피고가 위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았다면 이 사건 임시총회결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사건 임시총회결의는 원고의 기망에 의한 결의로 무효이다.

나)

구체적인 판단

(1)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하여는 거래당사자 중 일방에 의한 고의적인 기망행위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다62641 판결 참조).

(2)

앞서 든 증거, 갑 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임시총회에 앞서 피고의 조합원들에게 '청산비용(업체부담) 및 공급면적 31평형 등을 제안한 업체의 사업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안내문 및 '가로주택조합과 새로 계약을 체결한 시공자가 청산비용 일체를 부담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정산결의 동의서를 배포한 사실,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은 피고의 조합원들에 의해 이 사건 임시총회결의 가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피고의 조합원들을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원고가 위와 같은 설명 내지 안내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초 피고의 채무인 원고에 대한 보수지급채무가 제3자인 시공사에게 인수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일부 조합원들이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보수의 액수를 다툰 것 역시 시공사로부터 조합운영비를 지원 받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위 채무가 여전히 피고의 채무라는 인식 하에 그 정확한 액수를 확정지으려는 의도로 봄이 상당하다.

②

이 사건 임시총회의는 1차적으로 '정산 결의'와 '조합해산 및 청산 결의'가그 주된 안건이었는바 그 채무를 누가 부담하는지는 주된 논의사항이 아니었고(실제로 원고는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전에 계획했던 것과 달리 시공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였다), 앞서 본바와 같이 '시공사의 부담'이란 확정지분제 방식에서 매몰비용이 피고의 채무임을 전제로 그 자금만을 시공사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③ 피고의 조합원들로서는 수년간 진척이 없던 기존의 재건축정비사업을 신속히 종결시키고,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피고의 조합원들은 매몰비용 관련 구체적인 액수는 추후 예정된 청산위원회에서 정산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한 후 현장에 참석한 30명의 조합원 중 29명이 정산결의에 찬성하였던 점, 원고의 '시공사 부담'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위 조합원들이 위 안건들을 부결시켰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위와 같은 설명과 이 사건 임시총회 가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2)

소멸시효 주장 : 인용

가)

소멸시효 완성 여부

(1)

피고는, 원고의 미지급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피고의 정관이 보수의 지급시기를 매월 25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 사건 보수 채권은 1년 이내의 정기로 지급되는 채권으로서 민법 제163조 제1호의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에 해당하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원고가 구하는 미지급 임금 채권은 2012. 8.분부터 2015. 12.분까지 82,000,000원, 2016. 1.분 5,131,340원으로서 2012. 8.부터 2016. 1.까지의 근무에 대한 것인바, 그 변제기는 늦어도 마지막 근무일이 속한 달의 변제기인 2016. 1. 25.이다.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3. 3.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미지급 임금 채권에 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2. 8.경 F로부터 피고에게로의 조합운영비 차입이중단되어 원고의 보수 지급이 어려워지자, 피고가 보수지급일을 '매월 25일'에서 '시공사 선정 후'로 변경하였고,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종국적으로 보수지급시기를 '가로주택조합의 시공사 선정 후'로 확정하였으므로, 미지급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가로주택조합이 K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2022. 5. 31.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고 다툰다.

피고의 조합운영규정 제22조 제1항이 '보수는 매월 25일 지급하되, 필요한 경우 조합장의 승인을 얻어 보수지급일을 임시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의 2012. 12.경부터 2019. 12.경까지의 계정별 원장에는 '미지급 급여(시공사선정후)'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의 미지급 임금채권의 시효기간은 피고의 정관이 정한 바와 같이 매월 25일 기산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① 조합운영규정 제22조 제1항이 "조합장의 승낙 하에 보수지급일을 '임시 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는 2012. 8.경 피고와 F과의 도급계약이 종료된 이후로, 이 사건 임시총회(2020. 6. 27.)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는바, 원고 주장과 같이 위 장기간 동안 보수지급시기가 '시공사를 선정한때'로 변경된 것을 두고 위 규정이 정한 '임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가 제출한 계정별원장은 피고의 예산 · 회계 관련 사항으로, 피고의 정관에 따라 조합은 매 회계연도 종료일부터 30일내에 결산보고서를 작성한 후 감사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이사회에 제출하여 의결을 거쳐야 하며, 이사회 의결을 거친 결산보고서를 총회 또는 조합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원고의 이사회 의사록 내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원고가 위 계정별원장에 대해 감사 의견서와 함께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실은 인정되나, 위 기간 동안 총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기간은 시공사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피고의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장기간 중단된 상태였으므로 조합장의 보수문제가 총회에 보고되었다면 논란의 여지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도 원고의 보수에 대하여 이견이 제기되었다는 사정을 앞서 보았다).

③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조합장인 원고의 승인 하에 원고의 보수지급시기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인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은 법인으로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조합장은 조합과 이익이 상반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대표권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조합장이기는 하나, 자신의 보수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과 같이 피고의 이익과 상반되는 사항에 대해서도 조합을 대표하여 이를 승인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채권자인 원고가 지급시기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당 기간 권리를 불행사한 권리자에 대한 제재라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

④

원고가 매달 피고의 조합장으로서 근무함으로써 원고의 보수채권은 이미 객관적으로 매월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조합장인 원고로서는 피고와 F 사이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시공사로부터 조합운영비를 지원받아 오던 관행에 따라 피고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여야 자신의 보수가 지급될 수 있다고 신뢰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미지급 임금채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한 것은 사실상의 장애사유로서, 이를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소멸시효 중단 여부

(1)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건강보험료를 계속하여 납부하였으므로, 미지급 임금채무에 대한 승인이 월차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미지급 임금을 포함한 매몰비용 지급결의가 이루어진 이상 피고는 이로써 위 채무를 승인한 것이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재항변한다.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온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보험료 납부는 실질적으로 조합장인 원고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나아가, 이 사건 임시총회로서 채무승인 내지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가 있는지 살피건대, ① 원고는 2012년 이후로 원고의 미지급 임금채권을 보고하거나 이에 관한 승인을 받기 위한 총회를 개최한 적이 없어 피고의 조합원들로서는 이 사건 임시총회가 되어서야 이를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임시총회 도중 피고의 조합원들 일부가 미지급 임금채권의 액수를 다투었고, 구체적으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자 위 조합원들은 피고 해산 이후 설립될 청산위원회에서 그 액수를 정확히 확정지은 후 정산에 이를 것에 합의한 점, ③ 피고의 조합원들은 장시간 진척이 없던 재건축사업을 정리하고, 소규모 재건축사업의 시작을 위해 이 사건 임시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원고의 미지급 임금채권과 같이 시효가 완성된 것이 있다면 그 면책을 의욕하였을 것이 넉넉히 짐작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시총회로서 피고의 채무 승인 내지 시효이익 포기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재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다.

미지급 퇴직금의 범위

원고는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상 2008. 8. 13.부터 2019. 12.경까지의 퇴직금 미지급액을 구하는바, 원고가 위 기간 동안 피고의 조합장으로 근무한 사실, 원고의 기본급이 월 2,000,000원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기본급 이외 기타 수당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기본급 및 계속근로기간에 기초하여 피고의 퇴직금을 산정하면 아래와 같다.

○

근무 기간: 4,157일(2008. 8. 13. ~ 2019. 12. 31.)

○

최종 3월 일수: 92일(2019. 9. 30. ~ 2019. 12. 30.)

○

최종 3월분 급여: 6,000,000원(= 월 2,000,000원 × 3개월)

○

1일 평균임금: 65,217원(= 최종 3월분 급여 6,000,000원 ÷ 92일)

○

퇴직금 계산: 22,282,909원(= 1일 평균임금 65,217원 × 30일 × 총 재직일수 4,157일 ÷ 365일)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으로 22,282,909원에서 원고가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6,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16,282,909원(= 22,282,909원 - 6,000,000원)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금의 이행청구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3. 4. 1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5. 6. 13.까지는 민법이 정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22. 6. 1.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나, 이사의 퇴직금 청구권은 근로기준법상 퇴직금과 같게 볼 수 없는바(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다31771 판결 등 참고), 이에 대하여 이행기를 정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이행청구일 다음날부터의 민법 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비율에 따른 지연손해금만 인정한다. 따라서 이를 초과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부대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와 피고의 나머지 부대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수희(재판장) 김춘수 김익환

각주1) 시공사가 재건축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조합운영비와 같은 사업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고 그 대가로 일반분양분 등에 서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각주2) 이 사건 미지급 정산내역서에 기재된 원고의 미지급 퇴직금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총 25,932,720원(= 11,266,640원 + 6,666,400원 + 7,999,680원)으로 산정되나,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른다.

각주3) 을가 1호증 제13, 14조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