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고정290
판결선고
2025. 1. 9.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구로구 B건물 C호에 있는 D의 대표로서 의복임가공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8. 12.부터 2022. 6. 3.까지 재단사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근로자 E의 퇴직금 5,760,342원을 지급 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그 지급 발생일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 F의 각 법정진술
E의 각 경찰 진술조서
고소장, 진정서
연봉계약서, 각 용역도급계약서, 각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임금거래내역, 출퇴근시간 기록 달력,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지급명세서, 사직서, 확인서, 사업소득자지급현황, 작업내역서, 작업노트, 후불교통카드이용내역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E은 의복 재단사로서 프리랜서로서 업무를 하였을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E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E의 근로자성을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근로자퇴직금여보장법위반죄는 유죄로 인정된다(피고인 및 변호인은 E이 차용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설령 E이 피고인에게 반환해야 할 금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E은 2014. 7. 4.부터 2022. 6. 3.까지 피고인의 작업장에서 근무하였고 총 5번의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계약서 명칭은 연봉계약서 1회, 용역도급계약서 2회, 근로계약서 2회 등 다양하다. 이들 계약서는 피고인과 E 쌍방의 논의에 의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피고인이 미리 준비해온 계약서를 제시하며 작성을 요구할 때마다 E이 이에 서명함으로써 작성된 것이었다.
위 기간 동안 E은 의류 재단사로서 매일 정해진 시각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작업장에서 근무하였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 출근하여 월, 수, 금은 19시경까지, 화, 목은 20시경까지 근무하였고, 토요일은 격주로 9시부터 17시까지 근무하였다. 개인 사정으로 결근 또는 조퇴할 경우 피고인에게 이를 알려야 했다.
E은 근무기간 동안 매월 200만 원 후반대 ~ 300만 원 초반대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구체적인 급여액은 '해당 월의 작업물 총 개수 × 작업물 단가의 평균값'으로 산정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설령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산정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E의 일정한 근무시간에 비추어 대체로 월 200만 원 후반대 ~ 월 300만 원 초 반대의 일정한 금액이 급여로 지급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구체적인 금액은 ① 2014년 ~ 2017년 1월: 매월 290만 원, ② 2017년 2월 ~ 2018년 3월: 매월 300만 원, ③ 2018년 4월 ~ 2020년 4월: 매월 320만 원, ④ 2020년 12월 ~ 2022년 9월: 매월 280만 원 가량이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해당 작업장은 의류 샘플 임가공 작업장으로, 거래처로부터 의류 디자인이 오면,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의류 패턴을 뜨고 이에 토대로 거래처에서 보내온 옷감을 재단한 뒤 봉재(미싱) 작업을 하고 마감(다림질) 작업을 하여 의류 샘플이 완성된다. 해당 작업장에는 패턴을 뜨는 캐드 작업자 4명, 재단 작업자 2명 (E 포함), 봉재(미싱) 작업자 4~5명, 마감(다림질) 1명 가량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캐드 작업자 4명 등 일부 작업자들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일부 작업자들은 프리랜서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정규직과 프리랜서 사이에 근무시간, 근무방식, 복지, 상벌, 등에 있어 별다른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이 했던 재단 업무는 거래처에서 보내준 작업지시서, 원부자재, 원단, 패턴 등에 의해 정해졌고, E이 직접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임의로 제3자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었다. 작업물에 따라 작업 시간이 다양하기 때문에 강제된 하루 실적량은 없었다. 작업 중 추가 부자재가 필요하다든지 문의할 것이 있는 경우 E이 작업대에 설치된 일반 전화기로 직접 거래처 담당자와 소통하였으나, 그 외의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 또는 새로운 작업 방식의 경우, 거래처의 컴플레인이 있는 경우 등에는 피고인이 직접 거래처와 소통하고 기계 세팅과 기술 지도를 하는 등 E의 업무에 관여하였다.
E의 재단 업무에 사용되는 가위, 초크 등의 재단 공구를 포함하여 기계설비인 재단기의 구매 및 유지 비용은 모두 피고인이 부담하고 제공하였다.
재단 업무는 피고인의 의류 샘플 임가공 사업에서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피고인의 적정한 사업 수행은 결국 E의 적정한 업무수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E에 대한 지휘 · 감독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한다.
이상과 같이 E은 근무 기간 동안 피고인의 지시 · 감독 하에 일을 하였다. 피고인은 E이 재단사이고 재단 작업 과정에 피고인이 전혀 개입하지 아니하여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이는 각 작업물에 관하여 거래처의 작업지시서에 의해 정해지는 '재단'이라는 업무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고,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7조등에서는 이른바 '도급 근로자'의 개념을 인정하고 있어 각 작업물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 지시는 없었다 하더라도 노무제공자에 대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E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인을 사업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으며, 설령 E의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였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판사 이효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