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 계약에 따라 O아파트와 E아파트의 택배 집배송을 전속적으로 담당하고 있었는바, 위 구역의 택배 집배송 및 그에 부수되는 모든 업무는 피고인의 고유 업무이고, 피해자가 임의로 당해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체 배송 기사를 투입하여 위 구역에 택배를 배송한 것은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G호, H호, I호, J호 현관문 앞에 배송된 택배 5개를 현관문 옆 배관함에 넣어두었고 고객들이 피해자에게 택배가 배송되지 않았다고 항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해자는 택배 분실을 우려하여 택배 배송 기사들에게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두라고 교육한 적이 있고, 해당 구역에서는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두는 것이 매우 흔한 관행이었다. 피고인은 아침까지 택배를 집에 들이지 않은 일부 세대의 택배 분실이 우려되어 기존 관행대로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둔 것이므로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고, 피해자의 업무가 방해되었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과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① 피해자는 C D지점 집배점의 점장으로 C 주식회사와 C 택배 집배점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D지점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피고인 포함)과 사이에 각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 계약’을 체결하여 집배송 업무 및 소속 택배기사들을 관리하여 왔으므로, 택배 집배송 업무는 피고인 및 피해자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② L노동조합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면서 2021. 6. 7.부터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시작하였고, 피고인은 조합원으로서 위 쟁의행위에 동참하고 있었는데,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완료하지 못한 택배 물량 배송을 위해 C M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로 하여금 2021. 6. 9.
및 2021. 6. 10. 피고인 담당 구역의 일부 집배송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③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별하고 있고, C은 지역을 구분하여 각 구역의 집배점주들로 하여금 각 집배점 소속 배송기사들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고, 각 집배점 소속 배송기사들은 업무 편의상 구역을 할당받아 집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다른 집배점 소속 배송기사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대체 배송기사 사용이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④ 설령 대체 배송기사 사용행위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개인적인 판단 하에 대체근로의 결과로서 고객의 현관문 앞에 배송이 완료된 택배상자를 취거하여 숨겨놓는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법한 대체근로에 대한 정당한 항의 방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⑤ 배송장소에 관하여 고객과 사전 합의가 있는 경우에 배송방법으로서 배전함에 택배를 두는 것이 가능하나, 이 사건에서 그러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고(고객들은 택배가 배송되지 않았다는 항의 연락을 하였다), 피고인은 대체근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 피고인의 고의 또한 인정되며, 달리 배전함 배송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택배 배송업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는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6도382 판결 등 참조). 피해자는 집배점의 점장으로 C 주식회사와 택배집배점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집배점을 운영하면서 택배 집배송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해 왔는바, 피해자의 업무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대체 배송 기사는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의 대체 배송 기사 사용행위는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사업’을 구별하고 있는 점, 대법원은 ‘사업’이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 점(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의 취지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91조는 같은 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당해 사업’의 의미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유사하게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택배회사가 각 지역별로 집배점을 두고 각 지역의 택배화물 운송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다른 집배점 소속의 택배 배송 기사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대체 배송 기사 사용행위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대체 배송 기사인 K가 2021. 6. 9.경 G호, H호, I호에 배송을 완료하였다는 내용의 운송장 상세내역(수사기록 제10~12쪽), K가 ”택배 배송을 마친 다음 날 고객들로부터 ‘물건이 배송됐다는 메시지가 왔으나 물건이 없다’라는 내용의 항의 전화나 문자를 계속 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18~19쪽), I호 고객이 택배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내역(수사기록 제6쪽), 배관함에서 발견한 택배 사진 1건(수사기록 제7쪽), 피고인이 ”G호, J호 택배를 배관함에 넣어둔 사실은 기억이 나고, 그 날 1층에서 15층까지 다 돌아다닌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22~23쪽), 이에 K가 배송 장소에 다시 방문하여 물건을 배관함에서 찾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G호, H호, I호, J호 현관문 앞에 배송된 택배를 현관문 옆 배관함에 넣어두었고, 이에 고객들이 택배가 배송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하여 피해자에게 항의하였으며, 대체 배송 기사가 위 고객들의 집에 다시 방문하여 택배를 찾게 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택배 배송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택배 배송 기사들에게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두라고 교육한 적이 있고 해당 구역에서는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두는 것이 관행이므로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배관함에 택배를 넣어둘 때에는 문자를 보내두라고 교육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33~34쪽), 피고인도 “평소에 택배를 문 앞에 놔두는데, 비싼 물건은 고객에게 문자를 하고 보관함에 두기도 한다.”라고 진술하였는바(수사기록 제26쪽), 피고인이 고객들에게 별도로 문자를 남기지도 않은 채 현관문 앞에 정상적으로 배송된 택배를 배관함으로 이동시키는 행위가 해당 구역의 관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대체근로에 대한 항의로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정당행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유환우 임재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