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4노389 판결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법리오해

D는 동물병원 진료와 관련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였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주거지로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또한 D는 자신이 키우던 애완견이 폐사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으로부터 2차례 상담을 받았고, 그 이후 피고인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추가적인 진료 안내의 필요성이 없었고, 피고인은 D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피고인은 D가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막거나 항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D의 동의 없이 주거지에 찾아간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함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가 성립하였으므로, 이와 달리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에 있는 'C'의 원장으로, 위 동물의료센터를 찾아 온 손님들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 항목 란에 '성명,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 란에 '진료·접종·검사결과 안내, 입원환축·위탁동물 상태 안내'가 각각 기재된 환축등록카드를 교부받은 후 그 개인정보를 위 동물의료센터의 컴퓨터 내 차트프로그램에 보관하였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한 경우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3. 4. 28. 10:30경 자신과 D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하여 D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자 위 차트프로그램에 보관되어 있던 D의 개인정보인 주소를 이용하여 그의 동의 없이 서울 금천구 E에 있는 D의 주거지에 방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D의 주소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D로부터 따로 방문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보관되어 있는 D의 개인정보인 주소를 이용하여 D의 주거지에 방문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D가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피고인에게 항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방문에 대한 별도의 허락 없이 D의 주거지에 방문한 것은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D가 동의하고 제공한 개인정보를 진료 안내 등과 관련하여 이용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2016도18031 판결 참조).

1)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피면,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없다.

2)

한편 검사의 당심 주장과 같이, D가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할 당시 피고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주거지에 찾아올 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제1호)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 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였으며, 같은 법 제71조 제2호는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각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기준은 '피고인의 행위 자체가 개인정보 수집 목적 범위 내의 것인지 여부'이다. 더 나아가 검사가 전제하는 것과 같이 '정보주체 D가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할 당시 구체적으로 예상하였던 또는 예상할 수 있었던 행위였는지'를 주요한 기준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될 수 있어 허용되기 어렵다.

3)

검사는 D가 애완견 폐사 후 피고인으로부터 2차례 상담을 받았고, 피고인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들며 추가적인 진료 안내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D는 위 상담 이후 인터넷에 피고인과 피고인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비난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하였고, 이를 확인한 피고인의 사과와 해명 연락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D가 자신의 진료 안내를 납득하지 못하였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반복적인 비난 글 게시로 동물병원 운영에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진료 안내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4)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D에게 폐사한 애완견에 대하여 이루어진 진료 행위, D에게 청구된 진료비 및 상담비 산정 근거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할 목적으로 D의 주거지에 방문하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이는 당초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인 진료·접종·검사결과 안내, 입원환축·위탁동물 상태 안내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이 D의 주거지를 방문하면서 종국적으로는 대화를 통하여 갈등을 해결하고 비난 글 게시가 중지되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단순히 비난 글 게시를 막고 D에게 항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소결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맹현무(재판장) 박세라 이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