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E은 2022. 1.말경부터 2022. 3. 31.까지 무급 정직 징계처분을 받아 업무가 배제되었고, F은 외부 인력지원자, H은 수습직원에 불과하여 피고인을 대리하여 업무지시를 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 피고인은 E에게 어떠한 사용지시를 한 바가 없으므로, E은 종속적 관계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
E이 업무배제명령에 불복종하여 일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까지 임금지급채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여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① E은 2022. 1. 24. 피고인 운영 회사에서 4개월 무급 정직과 직급 강등을 통보받고 같은 달 27.경 회사 측에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피고인 회사의 H 상무와 F이 ‘피고인이 아니면 I시설 배관설계 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 출근하여 도와달라’고 하여 위와 같이 징계를 받고도 2023. 3. 31.경까지 매일 출근하여 F 이사를 도왔고, H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도와달라고 한 것을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E은 판시 기재 기간 동안 종전과 동일하게 사업장에 출근하여 F이 스케치를 해주면 캐드 작업으로 도면을 그려 주는 등의 작업을 하였는바, 피고인 운영 회사와 E 사이에 기존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사정이 없고 E은 위 기간 중에도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속 근무하였다고 판단되는 점, ③ 피고인도 판시 기재 기간 동안 E이 출근한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E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업무 보고를 받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기존의 근로조건이 계속 유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이 피고인 운영 회사에 출근하여 계속적,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회사 측의 부탁으로 계속 근로를 제공한 이상 무급 정직 4개월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E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거나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E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F과 H이 I시설 소각시설설치사업이 끝날 때까지 도와달라고 하여 매일 출근하여 F이 스케치를 해주면 캐드 작업으로 도면을 그려 주는 등의 작업을 하였다.”라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H은 2022. 1. 10. 피고인 운영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 운영회사의 상무로 근무하였는데, 원심에서 “E에게 F을 도와드리는 게 어떠냐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전달하였고, 지시는 아니었다. 위와 같은 개인적인 생각을 전달하였다고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H은 회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 상무이고 E의 정직 징계처분을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업무지시가 아니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보인다. H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부하 직원인 E에게 위와 같이 업무를 도와 줄 것을 권유한 것은 인정되고, 근로자로서는 H은 상무의 지위에 있는 점, E이 정직 기간 중임을 알고 있는 상급자의 제안인 점, F이 수행한 업무는 피고인 운영 회사가 진행하는 업무인 점, 권유한 내용이 F을 보조하는 업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권유가 업무상 지시라고 볼 수 있다.
F은 2022. 1. 11. 피고인 운영 회사와 사이에 R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 실시설계 중 배관분야에 관하여 인력지원 협정을 체결하였는데, E이 진행하던 I시설 배관설계업무를 이어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F은 피고인 운영 회사에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는데, “E이 징계일 이후에도 출퇴근시간을 준수하여 사업장에 출근하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E이 없으면 업무를 못하는 구조였다. 전임자가 없으면 업무 파악이 안 되어 도와달라고 이야기하였다. 캐드 작업은 하지 못하여 E이나 다른 사람이 도면 작업을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F은 ‘E이 징계일 이후에도 출퇴근시간을 준수하여 사업장에 출근하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확인한다. E에 대한 징계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E 없이는 설계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서(그 간의 진행상항 및 설계에 필요한 INFORMATION의 저장위치 등을 알 수 없음) 본인이 설계진행할 때까지는 함께 근무하여 달라고 해서 본인이 근무할 때까지 함께 정상근무를 하였다. 피고인은 징계일 이후에도 E이 수행한 업무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였다. 징계일 이후에도 E과 피고인은 같은 사무실 내에서 함께 일하였으며, 피고인은 정상적으로 근무한 E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E과 피고인을 포함하여 다른 직원들도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 등 피고인 및 전체 직원들이 E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E의 교통카드와 업무용 컴퓨터 사용 내역에 의하면 E은 2022. 1. 25.부터 2022. 4. 11.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피고인 운영 회사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한 것을 보이고, 피고인 운영 회사의 직원들과 업무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E의 징계기간 동안 I시설 배관에 관한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었을 뿐 상세설계를 하지 않았다면서 E이 상세설계하였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F은 위 기간 동안 상세설계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실시설계와 상세설계의 구분이 명백하지 않고, E이 상세설계 도면이 아닌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F의 배관설계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E이 대부분 사적인 용무에 본 것이라고 주장하나 E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고, E의 근무태도가 충실하지 않았다고 사정만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운영 회사는 상시 근로자 수가 6명 남짓에 불과하고, 피고인을 포함한 직원들은 모두 개방된 회사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였는데, E도 같은 사무실에 근무시간에 맞추어 출퇴근하였다. E은 정직처분 기간 동안 피고인 운영 회사가 일괄 중식비를 부담하는 점심식사를 직원들과 함께 하였고, 피고인도 통상적으로 위 점심식사에 참석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E이 정직처분 기간 동안 피고인 운영회사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무한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E에게 출근하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명시적으로 노무 수령을 거부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피고인이 E에 대하여 전적인 업무배제를 한 상태였다면 E이 사무실에 출근하게 하거나 회사의 비용으로 E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2022. 2. 20. 이사 Q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E이 I시설 업무 추진도상에 없으므로 대외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말 것을 요구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는 당시 E이 I시설 관련하여 대외적인 업무도 수행한 것에 대한 피고인의 지적으로 보일 뿐이고, 대내적인 업무 수행까지 배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E을 위 메일의 참조인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피고인이 E이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2022년 동종 범죄로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은바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한 점, 미지급 임금 및 상여금, 퇴직금의 액수가 적지 않은 점,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유무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였다. 당심에서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원심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임재훈 이상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