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4,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4. 5. 2.부터 2026. 5.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B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버스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C은 피고 회사의 업무과장으로 근무하다 2025. 2.경 퇴사한 자이며, 원고는 2017. 6. 2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는 자이다.
원고는 2024. 5. 1. 16:00경 피고 회사의 D번 노선버스를 운행하여 서울 서초구E 앞 반포대교 고가 하단에서 유턴을 위하여 4차로에서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라 후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여 버스 좌측 뒷부분으로 1차로를 주행 중이던 벤츠 차량 우측 앞부분을 접촉하는 사고를 내게 되었다.
1) 피고 C은 사측의 지시에 따라 2024. 5. 2. 11:47경 본사 사무실로 원고를 호출한 후, 원고에게 '휴대폰 사용하다 사고 내면 해고 아니면 스페어(예비기사)다. 사표를 쓰던가 예비기사로 가던지 당장 선택하라'며 원고가 예비기사로 근무하는 것에 즉시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의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뜻을 고지하였다.
이에 원고는 같은 날 피고 C에게, '본인은 D 노선 고정기사로 근무 중에 타성에 젖어 운행 중 휴대폰 사용하다가 사고를 내어 이에 반성하며 당분간 타노선 근무를 하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스페어 근무를 신청하여 근무하려하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1) 피고 회사는 2024. 5. 7. 원고에게, '2024. 6. 1.자로 D노선 공정기사에서 본사예비기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을 내렸다.
한편, 피고 C은 2024. 6. 2. 뇌출혈로 쓰러져 그 무렵부터 병가상태를 유지하다 2025. 2.경 퇴사하였다.
1) 원고는 2024. 6. 7. 피고 회사에, 피신고인을 '피고 C'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생략>
원고가 소속된 노동조합은 2024. 6. 11. 피고 회사에게 '취업규칙이 정한 대로즉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아울러 피해사원인 조합원에게 조사기간 동안 유급휴일을 부여하여 보호조치를 취하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 회사는 2024. 6. 14. 원고에게 '신고대상인 C 과장이 병가를 사용하여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고, 운전기사인 원고의 업무는 시내버스 운전으로 근무장소가 당사 버스이며, C은 근무장소가 사무실이기에 별도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사료되고, 그런 이유로 유급휴가 부여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다.
1) 원고는 이와 별도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이하 '고용노동청'이라 한다)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고, 고용노동청은 2024. 7. 17. 피고 회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니 2024. 8. 5.까지 이를 시정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피고 회사는 2024. 8. 22. 원고에게 '귀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여부 심의결과 C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하였다'는 뜻을 통지하였다.
한편, 고용노동청은 2024. 9. 26. 원고에게 '피고 C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사업장에는 피해근로자와 행위자에 대해서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시정지시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사건 처리결과 회신을 보냈다.
피고 회사는 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2024. 10. 23. 원고에게, '예비기사로의 전환배치를 철회하고, 2024. 10. 23.자로 고정기사로 복귀한다. 유급휴가는 최초 진단서와 현재 상태의 소견서를 제출한 후, 진료가 있는 날 배차실에 미리 근무배제를 요청하고, 사후에 진료확인서를 제출하였을 때 부여한다. C에 대하여는 현재 병가 중이고 복직 여부를 단정할 수 없어 추후 복직하게 된다면 후속조치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8호증, 갑제16호증의 1, 2, 을가제1호증, 을가 제3 내지 6호증, 을가제8 내지 10호증, 을나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의 사업주 ·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업무 등과 관련하여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위 인정사실과 각 증거 및 갑제9 내지 11호증, 갑제14, 15호증, 을가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를 통해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실이나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 C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고'를 이유로 원고에게 퇴사와 예비기사전환 중 선택을 강요하고, 원고로부터 예비기사 전환에 동의하는 내용의 이 사건 확인서를 징구한 행위는, 피고 C이 적정 업무 범위를 벗어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C은 불법행위의 당사자로서, 피고 회사는 피고 C의 사용자로서 피고 C과 공동하여 피고 C이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행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C은 피고 회사의 업무과장이자 인사업무에 관한 피고 회사의 지시사항을 이행한 자로 원고에 대하여 지위 또는 업무상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제52조는 제재(징계)를 훈계, 경고, 인사발령, 감봉, 승무정지, 정직, 징계해고 등 7가지로 구분하고 있고, 전보, 전직, 배치전환과 같은 인사발령을 제재의 한 종류로 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규칙 제56조는 인사발령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해고, 정직, 승무정지, 감봉의 경우와 동일하게 인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에 의한 결의로 결정하되, 예외적으로 징계대상자가 동의한 경우 정식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집행부서장 3인의 의결로 약식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약식징계에 대한 징계대상자의 동의는 자신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면 어떤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징계절차를 통해 소명하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약식절차에 동의하는 것이 유리한지 등 관련 규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숙고를 거친 자발적 동의여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C은 원고의 행위가 징계해고 대상임을 전제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충분히 사안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이 없이 그 자리에서 사표를 쓰거나 또는 예비기사로의 전환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원고로 하여금 예비기사로의 전환배치에 동의하도록 강요하였는바. 이러한 피고 C의 행위는 적정한 업무처리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예비기사는 고정노선을 운행하는 기사와 달리 업무시간, 투입될 노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피고 회사의 경우 신입기사를 예비기사로 투입시키고 근무경험이 쌓이면 고정노선기사로 배치시키는 형태로 인력운영을 하고 있어, 고정노선기사가 예비기사로 전환배치되는 것은 급여 등에서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원고의 업무환경에 악화를 초래하는 것이거나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이익 처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피고 C이 위와 같이 선택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원고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는 방법으로 원고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도 원고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의 내용과 그 정도,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당시에는 이미 피고 C이 병가상태로 출근을 하지 않은 상태에 있었던 점, 원고가 치료를 받기 시작한 시점과 유급휴가 필요성에 대한 원고의 소명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내용과 정도, 그 발생경위, 불법행위 이후의 정황과 원고가 입은 피해의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위 피고들이 배상할 위자료 액수를 4,000,000원으로 정한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4,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24. 5. 2.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26. 5.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 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재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