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82,000,000원, 원고 B에게 347,349,120원, 원고 C에게36,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 5. 4.부터 2025. 11. 14.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2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 A와 망 E는 부부이고, 원고 B, 원고 C는 그들의 자녀이며, 망 F은 원고 B의 아들이다.
원고 C는 2022. 2. 17. 원고 A, 망 E와 함께 살고 있는 집[서울 영등포구 G, H호; 이하 위 건물을 '이 사건 아파트', 위 호실을 '이 사건 호실'이라 한다]에 인터넷과 TV를 설치하기 위해 주식회사 I(이하 'I'라 한다)와 서비스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장비를 3년 간 임차하기로 하였다. I는 같은 날 이 사건 호실을 방문하여 현관 쪽 통신단자함에 특정소출력 무선기기(통상 와이파이 공유기라 불리는 기기로, 이하 '이 사건 공유기'라 한다) 및 그 부속품인 전원 어댑터(이하 '이 사건 어댑터'라 한다), 인터넷선을 설치해 주었다. 위 장비들은 모두 I가 주식회사 J(이하 'J'라 한다)로부터 일체로 납품받은 것이었으며, 그중 이 사건 어댑터는 피고가 수입하여 J에 공급한 것이었다.
2022. 5. 4. 저녁 이 사건 호실 현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 당시 그곳에 재실해있던 망 E와 잠시 방문 중이었던 망 F(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이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9, 10호증, 을 제6, 7, 13,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어댑터의 하자·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어댑터의 제조업자인 피고는 주위적으로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기초하여, 또는 예비적으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기초하여 원고들에게 망인들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1>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화재의 발화점 및 발화 원인
인정사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호증, 을 제1 내지 5, 8, 9, 12, 22,27호증의 각 기재·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 화재는 2022. 5. 4. 21:19:41경 최초로 신고되었고, 이후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22:18경 완진되었다. 소방당국은 그 직후부터 그다음 날인 2022. 5. 5. 새벽까지 제1차 현장조사 및 합동감식을, 2022. 5. 6. 오전 무렵 제2차 현장조사 및 합동감식을 각 실시하였고, 2022. 6. 8. 이 사건 화재에 관한 제1차 화재현장조사서(갑 제7-2호증)를 발표하였다. 위 조사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 그 요지는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호실 통신단자함 주변의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2>
한편 소방당국과 함께 2022. 5. 4.~6.경 제1, 2차 현장조사 및 합동감식에 참여한 한국전기안전공사 측에서는 이 사건 화재에 관한 중대사고 원인 조사결과 보고서 (을 제8호증)에서 아래와 같이 기재하였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위 제1, 2차 현장조사 및 합동감식 과정에서 수거된 이 사건 공유기, 어댑터 등에 대하여 감정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감정 결과(갑 제7-3호증)를 제출하였다.
<3> 라) I는 제1차 화재현장조사서를 받아본 후 '이 사건 아파트 8층에 위치해있는 화재수신기에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작동한 시각에 비춰볼 때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21:14경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유기는 로그기록상 21:16:07경까지 작동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유기 부근이 발화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방당국에이 사건 화재 원인에 관한 재조사를 요청하였다.
이에 소방당국은 2022. 7. 26. 오전경 이 사건 아파트에서 다시 현장 시연 등을 진행하였고, 2022. 8. 9. 그에 대한 심의를 거친 뒤(을 제4, 5, 12호증) 제2차 화재현장조사서(갑 제7-4호증)를 작성하여 화재 원인을 '미상'으로 수정하였다. 위 조사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3>
이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I와 J의 책임이 다퉈지고 있는 관련 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23가합101104호)에서는 화재 원인에 관한 감정촉탁이 진행되었고, 해당 사건의 감정인으로 지정된 K은 전술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한뒤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어댑터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제2차 화재현장조사서에는 여러 오류가 있다.'는 취지의 감정서를 제출하였다. 위 감정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호실의 현관 통신단자함 부근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이 사건 화재가 용융흔(단락흔)이 발견된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어댑터 몸통에서 코드로 나가는 전원선) 부분의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통신단자함 외부에서 방화 등의 외적인 요인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화재는 통신단자함 내부, 즉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의 전기적 요인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호실의 현관에 위치해있던 적재물들을 고려해볼 때 통신단자함 부근에서 외부적 요인 없이 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통신단자함 내부의 통전기기들뿐이었다. 그 외에는 통신단자함 앞에 있던 철제카트, 그 바로 좌우측의 간이신발장과 우산통, 분리수거를 위한 생활쓰레기 등이 발화점의 후보가 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적재물들은 모두 방화가 아닌 이상 자연적으로 발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그렇다면 남는 것은 인적 요인, 즉 고의·과실에 의한 방화 가능성뿐인데, 현관 하단 바닥 부분에서 발화 관련 특이 잔해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간이유증검사 역시 음성으로 나와 위 적재물들을 이용한 방화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라이터나 담뱃불 등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70대 외할아버지와 7세 손자 관계인 망인들이 굳이 인적이 드물지 않은 저녁 9시경 이 사건 현관에서 고의로 방화를 저지를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고, 잔여 담뱃불 등에 의한 발화를 고려하더라도 그 장소가 이 사건 현관 통신단자함 바로 앞이라는 것은 매우 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본래 통신단자함 바로 앞에는 철제카트가 위치해있었다) 그 경우 망인들이 사망에 이르기 전 충분히 불길을 진화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설득력있는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제1차 화재현장조사서 등 초기보고서에서는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하였던 것이고 이는 여러 차례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화재 당시 발화점이 될 수 있는 후보는 사실상 통신단자함 내부에 있었던 통전기기들로 한정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8층에 위치해있는 화재수신기가 작동할 당시 표시된 시각은 17:44이었고, 이는 실제 시각과 3시간 30분 정도의 차이가 있어 결국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21:14경이므로, 로그기록상 21:16:07경 통신이 두절된 이 사건 공유기나 어댑터는 발화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단 자동화재탐지설비에 표시되는 시각과 실제 시각의 차이가 3시간 30분이라는 것 자체가위 설비 시각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2차 화재현장조사서상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작동 점검 내역 사진들을 보아도 발신기에 표시된 시각(11:43:13)과 수신기에 표시된 시각(11:40)에는 3분의 차이가 있으며, 지하1층 계단의 감지기를 작동한 시각(11:47:34)과 수신기에 표시된 시각(11:44)에도 3분의 차이가 있고, 감지기에 표시된 시각(11:43:51)과 핸드폰 시각(11:44:01)에는 10초의 차이가 있는 등 시간 표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애초에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최대한 신속하게 화재를 감지하여 경보를 발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려는 설비가 아니므로, 이를 기초로 분단위의 화재 발생 시각을 추정하여 이 사건 화재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지를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아울러 관련 사건의 감정인 K에 따르면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더라도 그 이후 얼마간 이 사건 공유기의 통전 상태가 지속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를 고려할 때 이 사건 화재의 흐름은 '(i) 21:07경 이 사건 공유기에 정상적인 로그가 기록됨→ 이후 어느 시점에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 쪽에서 발열이 시작됨 → 연기가 발생하여 21:14~21:15경 자동화재탐지설비에 감지됨 → 본격적으로 발화가 시작되어 21:16:07경 이 사건 공유기의 통신이 완전히 두절됨 → 21:16~21:19경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화재가 확산되어 경비원이 소화기를 들고 승강기에 진입함 →21:19:41경 이 사건 아파트 L호 거주자가 119에 최초로 신고함'으로 재구성해볼 수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사건 화재가 21:14경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에서 이 사건 화재가 시작되었다는 판단과 충분히 양립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이 사건 공유기의 로그기록만으로 이 사건 어댑터를 발화점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피고가 별도로 제출한 M 교수의 전문가 의견서(을 제22호증)에서는 통신단자함 외부에서 발화되었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긴 하나, 위 의견서는 사감정 결과로서 법원에 의한 절차적 공정성·객관성을 갖추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단지 통신단자함 좌측에 있는 목재 몰딩 표면에 'U 패턴'이 관찰된다는 점(제2차 화재현장조사서 사진 59)을 근거로 통신단자함 좌측 하부 전방에서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재의 다른 사진들(제2차 화재현장조사서 사진60, 62, 70)을 보면 위 패턴은 그 부분에 위치해있던 간이신발장으로 인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발화를 추정할 수 있는 'U 패턴'의 내용은 기존에 작성된 어떤 보고서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어서 위 사감정 의견서만으로 통신단자함 외부 좌측 하단에서 방화 등의 별도 이유로 발화가 되었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4>
다만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어댑터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경우 (i) 통신단자함 외부에서 내부로 화염이 들어가는 형태의 패턴이 확인되었다고 판단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보고서(을 제8호증)나 (ii) 통신단자함 외부에서 내부로 연소 확대되는 패턴이라고 판단한 소방당국의 심의결과(을 제5, 12호증)와 다소 배치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어댑터가 통신단자함 내부에서도 앞쪽, 즉 전단부에 위치해있었음을 고려할 때 통신단자함 기준으로는 외부에서 내부로 연소가 확대되는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이고, 이는 화재가 확대되면서 재연소되어 만들어진 패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참고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견해는 통신단자함 좌측, 우측 모두 외부에서 내부로 화염이 들어가는 형태의 패턴이 확인된다는 것이어서, 통신단자함 좌측 하단 부분에서 이 사건 화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피고 측 사감정 의견서의 내용과는 어차피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사건 화재 현장 중 통신단자함 내부의 소훼 상태가 가장 심하였던 점, 그중에서도 오직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 부분에만 용융흔(단락흔)이 발견된 점, 통신단자함 위쪽에 위치한 분전함과 현관 천장의 등기구에서는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고 수열흔만 확인된 점, 이 사건 어댑터에서 발견된 용융흔(단락흔)은 통전 상태 및 1050°C 이상의 고온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단지 수열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관련 사건의 감정인 K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만약 다른 부분에서 먼저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화염이 상층부를 거쳐 하층부로 내려오면서 분전함의 차단기가 전기를 차단하였을 것인데(실제 이 사건에서도 제1차 화재현장조사서 10~14쪽 등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연소 현상을 보였다)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의 용융흔은 통전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화재가 퍼지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 부분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개연성 높은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에서 발견된 절단면 등을 고려할 때 인입선 내부 전선에 합선으로 인한 쇼트가 있었거나 애초에 접촉불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화재의 발화점은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이라 판단되고, 그 발화원인은 인입선 내부의 합선, 접촉 불량 등으로 인한 전기적 발열이라고 볼 수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 법리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의2는 '피해자가 ①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③ 그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는 제조물 책임법이 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개정되면서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등의 취지를 반영하여 신설된 것 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소비자로 하여금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을 입증하도록 한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된 것임을 증명하도록 하여 그 증명책임을 보다 완화하였다.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것과 같이 이 사건 화재의 발화점은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이고, 그 발화 원인은 전기적 발열이라고 판단되는바, 피고가 이 사건 어댑터를 수입한 자로서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에 해당함에는 당사자 간 다툼이 없다. 이에 더해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0, 11, 15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어댑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고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어댑터 인입선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그 결함 없이는 이 사건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결국 이 사건 어댑터의 설치 당시 그 인입선에 결함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여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어댑터의 제조업자로서 원고들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 화재는 I가 2022. 2. 17. 이 사건 공유기, 어댑터를 설치한 이후 약 3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원고들은 이 사건 공유기, 어댑터를 통신단자함에 설치된 상태 그대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와 달리 이를 임의로 분해하였다거나 특별히 물리적으로 충격을 주는 등 손상을 야기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5> 물론 통신단자함이 현관에 위치해 있으므로 일상적인 접촉이 발생하였을 수는 있으나 이는 어댑터라는 제조물의 특성상 당연히 예견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수인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세대별로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와이파이 공유기는 한 번 설치하면 거주하는 기간 내내 사용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유독 이 사건 어댑터의 경우 설치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인입선 부근에서 전기적 발열을 일으켰는바, 이에 대하여 제시할 수 있는 사회통념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제조·수입·보관·유통 과정 등의 문제로 인해 이 사건 어댑터의 인입선에 결함이 발생하여 이 사건 호실에 설치될 당시부터 하자가 있는 상태로 제공되었다는 것뿐이다.
피고는 이 사건 어댑터 제품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KC안전인증을 획득하였고, 이 사건 어댑터 납품 시에 I 등이 요구하는 검증 과정을 거쳤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증·검증 과정을 거쳤음에도 전수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한 소수의 불량·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 것이고, 이 사건 어댑터 인입선의 하자 외에 다른 원인으로부터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음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피고가 제조물 책임법상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망 F의 사망 관련
재산상 손해
일실수입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경험칙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 F의 일실수입은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생년월일 및 성별: N생 남성
직업 및 소득: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하는 보통인부의 노임
가동일수: 월 20일[원고들은 망 F의 가동일수가 월 22일에 이른다고 주장하나,2003. 9. 15. 법률 제6974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간 근로시간의 상한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고 그로 인해 2011. 7. 1.부터는 원칙적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으며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 또한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 등으로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되어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진 점,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계법에 의해 지정통계로 지정된 법정통계조사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고용형태별·직종별·산업별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뀐 점 등을 고려할 때(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결 참조), 이 사건 화재 당시 도시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는 20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가동기간: 만 19세로 성년이 된 이후 18개월의 병역복무기간을 마치는 2035. 9. 1.부터 만 65세가 되는 2080. 2. 29.까지
생계비 공제: 일실수입의 1/3을 생계비로 공제한다.
위 인정사실에 따른 계산: 543,372,800원
장례비
원고 B은 망 F의 사망으로 장례비를 지출하게 되었고, 그 금액은 원고 B의 주장에 따라 5,000,000원으로 인정된다.
책임의 제한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화재가 시작된 현관에는 생활쓰레기가 적재되어 있었고 통신단자함 맞은편 벽에 있었던 신발장 내부에는 부탄가스 용기가 있는 등 화재가 확대될 만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던 점, ② 피고도 이 사건 어댑터를 수입한 업체일 뿐 이를 직접 제조한 업체는 아니고, 다수의 제품들 중 하자 있는 제품을 가려내기는 매우 어려운 점 등 피고의 과실 정도, 이 사건 화재가 확대된 경과,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및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고려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책임제한 후 망 F의 재산상 손해액은 434,698,240원(= 일실수입 543,372,800원 × 80%)이고, 원고 B의 재산상 손해액은 4,000,000원(= 장례비 5,000,000원 × 80%)이다.
위자료
피고의 과실 정도, 망 F의 사망 나이 및 경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망 F 본인의 위자료로 80,000,000원을, 그 모친인 원고 B의 위자료로 50,000,000원을, 그 외조모인 원고 A의 위자료로 8,000,000원을 인정한다.
상속관계
망 F의 상속인으로는 모친인 원고 B과 부친인 소외 O이 있고, 각 1/2씩 상속한다.그 상속 대상 금액은 514,698,240원(= 책임제한 후 망 F의 재산상 손해액 434,698,240원 + 위자료 80,000,000원)이므로, 원고 B의 구체적 상속분은 257,349,120원(=514,698,240원 × 1/2)이다.
망 E의 사망 관련
원고들은 망 E의 사망과 관련하여 장례비와 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있는바, 원고 A가 지출한 장례비로는 위 원고의 주장에 따라 5,000,000원을 인정하되 앞서 (다)항에서 본 동일한 책임제한 사유에 따라 그 80%인 4,000,000원으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다. 위 자료의 경우 피고의 과실 정도, 망 E의 사망 나이 및 경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망 E 본인의 위자료로 70,000,000원을, 그 배우자인 원고 A의 위자료로 40,000,000원을, 그 자녀인 나머지 원고들의 위자료로 각 16,000,000원을 인정한다.
한편 망 E의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원고 A와 그 자녀인 나머지 원고들이 있으며, 상속비율은 1.5:1:1이고, 그 상속 대상 금액은 70,000,000원이므로, 원고 A의 구체적 상속분은 30,000,000원(= 70,000,000원 × 3/7), 나머지 원고들의 구체적 상속분은 각 20,000,000원(= 70,000,000원 × 3/7)이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의하여 원고 A에게 82,000,000원(= 망 F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8,000,000원 + 망 E의 손해 상속분 30,000,000원 + 망 E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40,000,000원 + 망 E의 장례비 4,000,000원), 원고 B에게347,349,120원(= 망 F의 손해 상속분 257,349,120원 + 망 F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50,000,000원 + 망 F의 장례비 4,000,000원 + 망 E의 손해 상속분 20,000,000원 + 망 E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16,000,000원), 원고 C에게 36,000,000원(= 망 E의 손해 상속분 20,000,000원 + 망 E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16,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화재발생일인 2022. 5. 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1.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상과 같이 주위적 청구원인을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주진암(재판장) 김종완 신주영
각주1) 원고들의 위 각 청구는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목적으로 경합하여 병존하므로 선택적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각 청구를 당사자가 주위적, 예비적 병합의 형태로 청구함으로써 그 소송심판의 순위와 범위를 한정하는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 청구의 소'도 허용되므로, 원고들이 구하는 순서에 따라 이를 판단하기로 한다.
각주2) 추후 제2차 화재현장조사서에서 이 사건 공유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정되었다.
각주3)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터넷, TV 등 여러 네트워크 장치들을 연결하고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이다.
각주4)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보고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던 거실 벽면에 나타난 V자형 연소패턴은 벽면도배지가 연소된 화염에 탄화되어 도배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또다시 상층부로 연소된 흔적인 것으로 발화지점과 관련 없는 것으로 배제됨(을 제8호증 6쪽)"이라고 기재하며 'V자형 패턴'을 언급하긴 하였으나 위 사감정 의견서가 주장하는 통신단자함 좌측의 'U 패턴'에 대해서는 별도로 주목하지 않았다.
각주5) 피고는 제1차 화재현장조사서 17쪽, 제2차 화재현장조사서 20쪽의 "화재 발생 당시 통신단자함의 커버는 닫혀있지 않고 개방된 상태였다고 C(아들)가 진술함" 부분을 근거로 원고들이 통신단자함을 열어둔 채 생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기재는 화재 직후 통신단자함 커버가 소실되어 열려있었다는 뜻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평소 통신단자함 커버를 열어둔 채 생활하였다는 의미로 읽히지 않는다.
각주6) 이 사건 어댑터의 소유자인 I 역시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바, 이는 피고의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와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의 관계(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