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회원에 대한 신용사업 등을 목적으로 C법에 따라 설립된 D조합이고, 원고는 2018. 1. 2. 피고에 입사하여 2025. 1. 31.까지 전무로 재직하며 금융사업 등 피고의 실무를 총괄한 사람이다.
피고는 2024. 11. 29.부터 2024. 12. 5.까지 피고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가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근무시간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이에 피고는 2024. 12. 중순경 직원들로부터 원고의 비위행위에 관한 진술서를 제출받았고, 2024. 12. 19. 원고에게 서면조사서를 발송하여 해명을 요청하였으며, 원고는 2024. 12. 24.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서면진술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의 대표자인 이사장은 2024. 12. 31. 피고의 이사회에 인사규정 제60조 제1,6, 8호 및 복무규정 제3조를 근거규정으로, 성실의무 위반 및 근무태만, 품위유지의무위반, 직장 내 괴롭힘을 징계사유로 기재한 징계의결요구서(이하 '이 사건 징계의결요구서'라 한다)를 보내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2025. 1. 2.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이 출석이유로 기재되어 있는 출석통지서(이하 '이 사건 출석통지서'라 한다)를 보내 2025. 1. 10. 16:00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통지하였다.
<생략>
2025. 1. 10. 개최된 피고의 징계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면직 처분이 의결되었고, 2025. 1. 31. F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서 위 징계면직 처분을 승인함에 따라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라 한다)를 보내 징계면직 처분이 내려졌음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라 한다).
<생략>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5. 4. 7.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성실의무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징계사유가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피고의 인사규정 중 이 사건과 관계있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생략>
[인정근거] 갑 제1, 2, 3호증, 을 제1 내지 7, 22, 23,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 요지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은 아래와 같은 절차적 ·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피고가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과 관련하여 일시 · 장소 · 상대방 · 행위태양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징계사유를 밝히지 않아 원고는 적절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피고의 이사장이 작성한 징계의결요구서에도 징계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인사규정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을 하면서 인사규정 제62조 제1항 전단에 따른 징계의결요구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피고의 다른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등으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원고의 근무태도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에는 정당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의 비위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일 다음날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의 효력
절차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를 특정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받았다는 주장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등 참조).
성비위행위와 같이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 등이 달라질 수 있는 비위행위의 경우,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함이 원칙이나(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징계사유의 특정이 필요한 이유는 징계시효의 확인과 징계대상자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에 관하여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그에 대한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데 있으므로, 형사절차의 공소사실과 같은 정도로 엄격하게 특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정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행한 비위행위를 하나의 징계사유로 하여 징계처분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를 다소 포괄적 · 개괄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징계사유가 다소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서의 내용 및 징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을 통하여 당사자가 어떠한 사유로 징계를 받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징계사유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두33323 판결의 취지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출석통지서,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에 원고의 업무 외 지시 행위나 근무태만 행위가 발생한 일시 · 장소 ·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20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든 징계사유는 원고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반복적으로 행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개별 행위가 이루어진 일시 · 장소 및 행위태양을 정확하게 특정하는 것이 곤란한 측면이 있는 점, ②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기 전 2024. 12. 19. 다른 직원들이 제보한 원고의 비위혐의에 관하여 해명을 요청하는 취지로 서면문답서를 보냈는데, 위 서면문답서에는 '다른 직원들에게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대학교 과제와 관련된 조사나 발표자료의 작성 등 사적인 지시를 한 사실이 있는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준수하였는지', '근무시간 중 개인노트북을 이용하여 대학교 강의를 수강하는 등으로 업무와 무관한 활동을 한 사실이 있는지'와 같이 업무 외 지시 및 근무태만 행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다수 기재되어 있었던바 원고는 출석통지 이전부터 이미 자신이 어떠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출석통지서에서 재학 중인 대학교의 과제, 대리시험, 발표자료 준비 지시, 업무 시간 중 대학교 강의 수강 행위, 출퇴근 시간 및 점심시간 미준수 등을 원고가 저지른 업무 외 지시행위와 근무태만 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하였으므로 그 행위유형 자체로 다른 행위들과 충분히 구별되어 원고가 어떠한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는 지 파악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을 통지하면서 교부한 이 사건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에는 원고와 피고의 다른 직원들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내역, 원고가 사용한 피고 소유노트북에 저장된 자료들의 작성 · 편집 시간 등을 토대로 원고의 혐의를 인정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위 카카오톡 메시지의 전송 경위나 노트북 저장 자료들의 작성 · 편집 경위를 밝힘으로써 쉽게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출석통지서를 수령한 후 자신이 어떠한 혐의로 징계심사를 받고 있는지를 스스로 정리하고, 출석통지서에 징계사유로 기재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거나 다른 직원들이 호의로 사적 업무를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주장이 포함된 해명진술서(을 제20호증)를 제출하면서 직원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참고자료로 첨부하였고,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내려진 후 원고가 피고의 다른 직원들과 서로 호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적인 일을 부탁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그 동안 원고의 근태를 문제 삼지 않다가 명확한 입증도 없이 근태불 량을 사유로 들어 징계처분에 나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바, 피고가 징계사유를 포괄적 · 개괄적으로 특정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을 하면서 징계사유가 된 행위가 발생한 일시 ·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가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거나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사유에 대하여 이사장의 징계요구가 없었다는 주장
관련법리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서, 근로자에게 일정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징계의결요구권자가 먼저 징계사유를 들어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를 하고 징계의결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되 징계위원회는 징계대상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이익되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며 징계의결을 하는 경우에는 징계의 원인이 된 사실등을 명시한 징계의결서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경우, 징계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징계의결 요구권자에 의하여 징계의결이 요구된 징계사유를 심리대상으로 하여 그에 대하여만 심리·판단하여야 하고 징계의결이 요구된 징계사유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징계의결 이후에 발생한 사정 등 그 밖의 징계사유를 추가하여 징계의결을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인사규정 제62조 제1항이 "이사장은 직원이 제60조 각 호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될 때에는 이사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사장의 징계의결요구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2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건 징계의결요구서에 징계사유가 '성실의무 위반 및 근무태만, 품위유지의무 위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징계사유가 된 비위행위의 발생일시 · 발생장소 · 행위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① 피고의 이사장이 위 징계의결요구서를 첨부하여 결제한'이사회 징계의결 요구의 건' 공문에는 "H(2024. 12. 9. :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의 건)호와 관련입니다", "위 호와 관련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이는 행위와 비위 사실을 인지함에 따라 아래와 같이 이사회에 징계의결을 요구"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징계의결요구서가 피고의 내부문건이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의 징계위원회로서는 이사장이 2024. 12. 초 · 중순경 실시한 면담과 직원들로부터 수령한 진술서에서 드러난 원고의 업무 외 지시 및 근무태만 행위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② 피고의 징계위원회가 이 사건 출석통지서 및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에 기재된 업무 외 지시, 근무태만 행위에 대하여 징계심사에 나아간 것이 징계의결요구서에 기재된 '성실의무 위반 및 근무태만, 품위유지의무 위반,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징계사유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다른 징계사유를 추가하여 징계의결을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피고의 인사규정 제62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한 판단
다른 직원들에 대한 업무 외 지시 행위
을 제2, 3, 6 내지 15, 17, 26, 3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출석통지서,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의 기재 내용과 같이 피고의 다른 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 외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피고가 2024. 11. 29.부터 2024. 12. 5.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결과, 다수의 직원들이 "A전무의 개인적 가족여행 비행기 표 티켓팅이나 마일리지 사용 등 많은 요청을 여직원들에게 지시함", "I 과장이 A전무의 부당한 업무지시(사적 여행 항공티켓 업무, 수강신청 업무, 장학금 신청업무) 등에 매우 힘들어함, J도 가끔씩A전무 대학과제 업무를 업무시간에 해줌"(이상 을 제6호증의1 참조), "전무의 사적인대학과제도 자주 시켜서 매우 힘들었음. 25년에 전무의 대학원 진학을 반대했음. 그 업무 대신 해주느라 매우 힘이 들기 때문임"(을 제6호증의4 참조) 등으로 원고가 업무 외의 사적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구체적으로 토로하였다.
피고의 직원들은 2024. 12. 중순경 자신에 대한 원고의 업무 외 사적 지시내용을 기재한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생략>
피고의 직원들이 위와 같이 작성하여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은 대체로 카카오톡 메신저 통신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일시를 특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또한 L, M, N, P은 I의 대학 과제 수행 행위를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고, N는 원고를 위하여 골프 라운딩 예약을 하는 J의 모습을 보았다고 진술하였으며 Q과 R은 원고가 퇴사한 S 주임에게 여러 차례 대학 과제를 대신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진술하는 등으로 상호간에 진술 내용이 일치하는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원고 스스로도 피고에게 제출한 서면진술서 등에서 I에게 택배 정리를 시키거나, J이 원고를 위하여 부동산 임대 광고를 게시하여 준 적이 있다고 인정하는 등 일부 혐의에 관하여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 바 있고,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내려질 무렵 피고의 상시 근로자 12명 중 대부분에 해당하는 10명이 일치하여 원고가 업무 외의 사적 지시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진술서의 내용은 신뢰할 수 있다.
원고는 친밀한 관계에 있던 직원들에게 많은 시간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 도움을 구한 것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지시가 피고 내부에서 관례적으로 허용되고 있었으며, 다른 직원들 역시 별다른 불만 없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는 피고의 전무로서 금융사업 등 피고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어 다른 직원들로서는 피고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원고의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의 직원들은 진술서에 원고로부터 업무 외 지시를 받았을 당시의 기분에 관하여 '원고가 상급자여서 거절했을 경우 인사평정에 불이익이 있다', 'L가 괴롭힘에 지쳐 다른 지점으로 갔기 때문에, 원고의 부탁을 거절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 이 들었고, 정말 불쾌했다', '자괴감이 심하게 들었고,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오기도 했다' 등의 내용을 기재하였다. 비록 원고가 지시한 내용이 개별적으로 볼 때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는 수년에 걸쳐 다수의 직원들에게 반복하여 사적 지시를 하였고, 원고가 지시한 일 중에는 딸의 미국 비자 사진 인화, 딸의 결혼식 하객들에 대한 답례품 발송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영역에 속한 일이나, F 중앙회에서 실시하는 교육 강의를 대리수강하게 하는 등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의 업무 외 사적 지시는 사회상규나 관례 등에 의하여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근무태만 행위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18, 19, 25, 32, 35호증의 각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출석통지서,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의 기재 내용과 같이 업무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업무시간 중 사적인 용무를 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의 비위에 관하여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진술서들을 살펴보면, 원고의 업무 태도에 관하여 '이사장이 외근을 나가면 뒤이어 전무도 점심식사를 핑계로 10:30경 나가서 14:30경 들어옴', 'D조합 업무 시간 중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본인 학교 동영상강의, 과제, 발표준비 등 학교 관련 일만 함', '거의 매일 학업에 필요한 과제,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17시에 퇴근한다', '업무시간에 본인 업무보다 학교 과제 및 시험공부에 집중함', '학교 간다고 일찍 가고, 시험 본다고 일찍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회사 프린터를 이용하여 대학 수업 강의안을 출력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업무상 노트북이 필요 없음에도 항상 책상에 노트북을 두고 이어폰을 꽂은 채 대학교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였다', '제대로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아 결재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등으로 원고가 출퇴근 시간 및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업무시간 중 대학교 강의를 듣는 등으로 사적인 용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였다는 진술이 다수 확인되고, 그 내용도 대체로 일치한다.
실제로 원고가 업무시간 중 사용한 피고 소유의 노트북에는 원고의 대학교강의자료가 다수 저장되어 있고,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기록된 책임사 승인 권한 이양내역을 살펴보면, 원고가 수시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창구 업무의 결재 및 승인에 관한 권한을 L, J, K에게 이양해 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원고 스스로도 근무시간중 한달에 두차례 정도 이어폰을 끼고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원고는 자신이 전무로서 피고의 실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외부고객과 미팅을 하였기 때문에 출퇴근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할 수 없었고, 피고의 이사장 역시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업무시간 중 자리를 비우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것이며, 원고는 영업 등의 업무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구두로 이사장에게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았다
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고객과 함께 식사와 차담을 나누었을 뿐으로, 이를 피고의 영업과 관계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2025. 9. 16.자 준비서면 24면 등 참조), 원고는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며 수행한 영업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바 영업 외에도 피고의 모든 실무를 총괄하면서 창구 업무의 결재 및 승인도 담당하고 있던 원고가 빈번하게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운 채로 직접 처리해야만 하는 고객응대 업무가 실제로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징계재량권 일탈 · 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28, 30, 31호증의 각 기재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인사규정 제61조 제2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고의 질서를 심히 문란케 한 직원(제1호)', '사고의 유형에 불구하고 그 사고로 인하여 중대한 물의를 일으킨 직원'에 대하여 징계면직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원고는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다수의 직원들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의 직원들은 원고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근무시간에 일을 수행할 수 없어 업무효율이 떨어졌다거나 심각한 자괴감, 우울감을 느꼈다고 진술하였으며, 일부 직원들의 경우 그로 인하여 퇴사하거나 다른 지점으로 전출을 희망하기도 한바, 이는 피고의 내부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행위로서 그로 인한 해악이 중대할 뿐만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조직의 규율과 질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 ③ 원고는 피고의 비위행위 조사단계에서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직원들이 원고의 심부름을 할 것을 자청하였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피해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바 개전의 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오랜 기간 T조합에서 근무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형평에 어긋나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임금 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에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징계면직 처분이 절차적, 실체적 하자로 인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길(재판장) 김창수 김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