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노1575 판결

상습협박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이하 '이 사건 각 발언'이라고 한다)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 두 사람이 근무하는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조직 문화 등에 비추어 이를 협박죄에 있어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적절한 업무수행 태도 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을 뿐,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의사가 없었으므로 협박의 고의 또한 인정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6년의 장기간에 걸쳐 연 3~4차례의 빈도로 하였을 뿐이므로, 이를 동일한 협박의 습벽이 발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로 다투었으나, 원심은 『① 이 사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특히 피고인은 대표이사이고 피해자는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점(피고인은 발언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가 대표이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② 피고인의 발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아니하였고 수년간 상습적, 반복적, 구체적으로 해고, 감봉, 대화방 강제탈퇴 등의 의사를 다소 폭력적이고 모욕적으로 표현하였던 점, ③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실제로 2019년 및 2020년에 감봉 처분을 받았는데 첫 번째 감봉의 경우에는 이유를 고지 받지 못하였고, 이 사건 범행기간 중인 2016. 6. 27. 피고인의 지시로 F이 피해자 명의의 사직서를 작성하여 서명, 날인하라고 요구받은 적이 있으며 그 이후에도 피고인으로부터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사직서를 본 이후에는 진짜 해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실제 해고 등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④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당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단순한 감정적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가 아닌 피해자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피해자는 실제로도 피고인의 범죄사실 기재 내용과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하여 매번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공포심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기간 중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정은 인정되나, 앞서 본 것처럼 협박죄는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악의 고지 및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 범죄사실 기재 내용과 같은 메시지의 내용은 그 구체적인 내용과 표현 방법, 특히 피해자를 향하여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인격 모독적인 표현과 함께 피해자에게 감봉, 해고, 퇴사를 강요하는 등의 신분상의 불이익이 가하여질 수 있다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대화의 뉘앙스, 피해자의 상황 및 반응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아무런 가해의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나온 언동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적절한 방식의 업무 진행의 요구를 넘어서 서 근로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설령, 피해자의 업무 태만 등과 같은 귀책사유로 피해자에 대한 해고나 감봉 등이 검토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위와 같은 해고나 감봉에 대한 언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려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인사담당자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언급이 공개적인 단체 대화방에서 욕설 등 언어폭력과 함께 수시로 이루어진 이상 이를 질책성 발언이나 적법한 업무 지시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수평적인 조직문화 또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발언 이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피해자를 향한 해악의 고지가 정당화될 수도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계속된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여 동일한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범행은 피고인의 동일한 협박의 습벽이 발현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해악의 고지 및 협박의 고의 인정 여부

㈎ 관련법리

협박죄에 있어서의 협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고의는 행위자가 그러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을 인식·인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고지한 해악을 실제로 실현할 의도나 욕구는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행위자의 언동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여 주위사정에 비추어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의미의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주위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7675 판결 등 참조).

㈏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이 사건 각 발언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한 직원 D, L 및 E 등은 피고인의 주장과는 달리 회사 분위기가 매우 강압적이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진술한다.

그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5. 10.경부터 2015. 12.경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한 D은 '회사의 분위기가 매우 강압적이었다. 피고인이 직원을 폭행하는 행위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욕설을 하거나 행위를 강제하는 것들이 많았다', '피고인이 2015. 12.경 피해자에게 팔을 휘둘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그만두라는 식의 강도 높은 폭언을 반복적으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E이 2015. 10.경 이 사건 회사의 사무실 건물 1층으로 내려오라는 피고인의 지시를 뒤늦게 확인하고 오자, 피고인은 분노하며 E의 팔을 주먹으로 가격하다가 오히려 피고인 자신의 손에 부상을 입었다'고 진술하였다. 2014. 4.경부터 2015. 12.경까지 근무한 E은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였다'. '피고인이 2014. 7.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피해자의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때린 사실이 있다'. '피고인이 2015. 10. 내지 12.경 주먹으로 가격하려다가 자신(E)의 왼쪽 팔꿈치를 가격하는 바람에 피고인이 다쳐 3주간 깁스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근무한 L은 '회사 내에서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의사가 절대적이었고, 직원들은 피고인에게 매우 사소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보고하였으며, 잘못을 범한 직원에 대해 전 직원이 돌아가며 지적을 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M와 L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언을 하다가 피해자로 하여금 다른 직원들 앞에서 상의를 탈의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L은 원심 법정에서 '남성 직원들은 뒤돌아서 있으라고 하여 피해자가 실제 옷을 벗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그 외에도 N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고 진술한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회사를 퇴사한 직원들의 진술은 피고인과 별도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 상태의 진술이고, 구체적이며 주요한 부분에서 대체로 일치하여 신빙성이 매우 높다. 위와 같은 사내 분위기와 더불어 이 사건 각 발언의 구체적 내용, 표현 방식, 횟수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각 발언 자체만으로도 피해자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②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SNS 대화내역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각 발언을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로 볼 만한 정황들이 확인된다. 즉 피고인은 회사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에 대해 반말과 비속어 및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일삼는 등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반면에 다른 직원들은 대표이사인 피고인에 대해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였고, 피고인의 모멸적인 언행에 대해 항의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회사 구성원들이 사내 지위에 따라 상반된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회사의 조직문화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업무를 지시하거나 미진한 사항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징계·강제퇴사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을 반복하였으며, 피해자의 반응에서 새로운 구실을 찾아 이를 빌미로 겁박하였는바, 이는 사회통념상 직장 상사로서 허용될 수 있는 질책이나 업무상 지시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에 해당한다.

④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발언을 다른 직원들도 열람할 수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듯한 반응을 보이며 피고인의 발언이 부당하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였다. 일례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2018. 12. 22.자 대화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제출한 결과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시 작업할 것을 지시하다가, "네가 기만한 짓이 용서된 게 아니다. 퇴사하지 않고 사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진짜", "너무 최악인데 넘어갔다", "정말 잊지 않을 거다.넌 진짜 최악의 행동을 올해 많이 했고 이제 널 안 믿는다"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퇴사 등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넵 넵 필터 배치부터 다시 작업해서 보고 드리도록 할게요!" 등과 같이 반응하며 피고인의 언행에 대해 항의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할 말이 그거뿐이냐?""넌 아직도 네 잘못 반성도 안 하냐?", "정신머리 없고 이기적이고 아직도 넌 기만 행동인가 정신 차려라 진짜"라며 피해자를 다시 압박하였고, 피해자가 아직 메시지를 적는 중이었다며 사과하자, "할 말이 순서가 있지", "어제도 할 말 순서 엎어지고 이미지 보내고기만하고 정신이 아직도 없어", "하지 말라는 건 골라서 하는", "네 이상한 습관들 내년에는 부디 고쳐라" 등 피해자의 대답에서 구실을 찾는 듯한 태도를 취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맥락과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보인 반응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은 피해자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상습성 인정여부

㈎ 관련법리

상습협박에 있어서의 상습성이라 함은 반복하여 협박행위를 하는 습벽으로서 행위자의 속성을 말하고, 이러한 습벽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협박의 전과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나 협박의 전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기간, 회수, 수단과 방법, 동기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협박의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습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2122 판결 등 참조).

㈏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5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19차례의 협박성 발언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각 발언의 내용 및 맥락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불만족스러운 업무수행 태도 등을 지적하며 폭언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해고·감봉 등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겠다거나 직원 대화방에서 강제탈퇴시키겠다는 등으로 위협하였으므로, 그 발언의 동기나 고지한 해악의 내용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또한 피고인은 단체대화방뿐만 아니라 사무실 등에서 피고인을 비롯한 직원들에 대해서 불만사항이 생기면 회사를그만두라는 등으로 수시로 폭언과 욕설을 하였던 점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발언은 협박의 습벽이 발현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상당한 기간 동안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였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고,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자료를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다.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많나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점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임선지 조규설

증거목록1

증거목록2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