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5. 28. 선고 2025노1928 판결

사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2022. 12. 21. 피해자 주식회사 B(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 제출한 미납 용역대금 상환계획 및 화주 유치계획서(이하 '이 사건 계획서'라 한다)는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운영하던 유한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의 경영악화로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 이를 편취할 의도가 없었다.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피고인은 2024. 11. 13. 인천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2025. 11. 19.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판시한 죄와 위 판결이 확정된 죄는 형법 제37조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고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여부까지 검토한 후에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다음 항에서 살핀다.

3.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G은 인천 서구 H에 있는 물류창고(이하 '이 사건 물류창고'라 한다)를 신축한 L 주식회사(이하 'L'라 한다)의 지분 100%를 보유하다가 2022. 1.경 해당 지분 전부를 M 주식회사(이하 'M'이라 한다)에 매각하였고, 그 과정에서 2021. 12. 17.경 L로부터 이 사건 물류창고를 보증금 23억 8,100만 원, 차임 월 4억 원에 임차하였다.

2)

피해자 회사는 L와 이 사건 물류창고에 관한 관리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후 G과 새로운 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소급하여 체결하고 관리업무 용역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피해자 회사는 2021. 11.부터 2022. 1.까지의 용역대금과 2022.4.부터의 용역대금을 받지 못하였다. 이에 피해자 회사는 2022. 11. 17.경 G 측에 용역대금의 지급 및 상환계획의 제출을 요청하였다.

3)

피고인은 G의 대표이사로서 2022. 12. 21.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계획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1~2개월 내에 보세창고 및 화물 유치를 통해 월 4억 7,700만 원 상당의 매출이 예상되고, 이로써 2023. 1.부터 2023. 11.까지 기 발생 및 장래 발생할 용역대금 채무를 모두 상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 계획서에는 예상 화주, 화주별 예상 물량 및 예상 월 매출액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4)

그럼에도 G은 피해자 회사가 관리업무 용역을 제공한 2023. 1.경부터 2023. 7.경까지 사이에 2023. 2. 28.경 2022년도 4월분 용역대금을, 2023. 6. 1. 2022년도 5월분 용역대금을 지급한 것 외에는 용역대금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

5)

피해자 회사는 용역대금의 지급을 독촉하다가 2023. 7. 31. 이 사건 위탁계약을 해지하였다. L와 M 역시 G이 2023. 1. 26.부터 임대료를 미납하자 결국 2023. 9. 25.경이 사건 물류창고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는데, 당시 G의 연체 차임은 보증금에서 공제하고도 합계 12억 원을 초과하였다.

6)

이 사건 당시 G의 부사장으로서 화주 유치 영업을 담당한 R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제출한 이 사건 계획서상의 예상 매출액은 상당히 부풀려졌고, 자신이 영업을 담당한 예상 화주 중 일부만이 실제로 유치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피고인은 M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피해자 회사에 대한 용역대금 채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화주를 유치하는 등 G의 경영상황을 개선하고 피해자 회사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고자 노력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판시한 사정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회사에 허위로 작성한 이 사건 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기망하여 관리업무 용역을 제공받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R은 수사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 계획서상의 예상 화주는 영업행위의 대상일 뿐 계약 체결이 확정된 상대방은 아니고, 그중 주식회사 S, T 주식회사 등 일부만이 실제로 유치되었다. 한편 이 사건 계획서상의 예상 매출액은 자신이 영업을 담당한 업체들에 대해 보고한 예상 매출액과 비교하여 크게 과장되었다. O, AB 및 S의 경우 1,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AC의 경우 1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T의 경우 1,000~1,500만 원을1,800만 원으로 각각 부풀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88~490면).

2)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각 창고 위수탁 계약서에 의하면, G은 2022. 6. 21.부터 2023. 3. 27.까지 화주 유치계약서에 기재된 예상 화주 중 주식회사 AD, 주식회사 S,T 주식회사 및 AE조합(주식회사 AF 외 3곳은 해당 조합의 회원사로서 G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과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526~574면). 그러나 G과 위 화주들은 계약서에서 파렛트 1개당 월 임대료만을 정하였을 뿐, 전체 임치물량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아 피고인이 화주 유치계약서상의 예상 물량 및 예상 매출액을 산출한 근거가 불분명하고, 피고인 역시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나아가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G의 대표로 재직한 기간 월 매출액은 최대 2억 5천만 원, 최소 1억 원 정도였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241면), 이 사건 계획서에 따른 예상 매출액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피고인도 그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3)

이 사건 당시 피해자 회사의 직원 I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G은 2021. 11. 15. 피해자 회사와 이 사건 물류창고에 관한 관리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며 월88,442,000원(부가세 별도)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2022. 1.경 위 계약에 따라 소급하여 지급하기로 한 2021년도 11월분 및 12월분 대금을 미납하였고, 2022. 4.경부터는 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 회사가 미납 용역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피고인은 2022. 12. 21. 이 사건 계획서를 보냈다. 그러나 G은 이후로도 2023. 2.28. 2022년도 4월분 대금을 지급한 것 외에는 위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고, 피해자 회사가 2023. 4. 3. 재차 용역대금 지급을 독촉하며 불이행시 2023. 5. 31. 이 사건 위탁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자, 피고인은 2023. 4. 7. 새로운 용역비 상환계획을 제출하였으나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 회사는 2023. 4. 28. G에 2023. 5. 31. 자로 이 사건위탁계약을 해지할 것임을 통지하였으나, M이 개입하여 자신들이 2023. 4. 7.부터 G의 매출대금 계좌에 대한 자금통제를 실시하고 있음을 알렸다. 피해자 회사는 M과 협의하여 이 사건 위탁계약의 해지일자를 2023. 7. 31.로 연기하기는 대신 2023. 6. 1. 2022년도 5월분 용역대금을 지급받았으나, 이후 G이 다시 채무 이행을 중단하자 결국 2023. 7. 31. 이 사건 위탁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 회사와 G이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 역시 위 진술에 부합한다(증거기록 7~10면, 58~79면, 83~86면).

이처럼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계획서를 제출한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 회사에 대한 채무를 계속해서 이행하지 않던 중 피해자 회사가 용역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실현가능성이 없음에도 피해자 회사의 독촉을 일시적으로 무마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의 이 사건 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를 고의로 기망하였다고 인정된다. 여기에 더해 피고인은 이후에도 G의 피해자 회사에 대한 채무 중 극히 일부만을 변제하며 새로운 용역비 상환계획을 제출했으나 마찬가지로 이행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채무 상환을 위하여 특별히 노력하였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계획서 제출 당시부터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제출한 이 사건 계획서상의 예상 매출액이 실현가능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G은 그와 무관하게 용역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M의 직원 K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L와 G 사이에 체결된 책임임대차계약서 등에 의하면, G은 이 사건 물류창고의 임대인인 L에 월 4억 4,000만 원의 임대료(부가세 포함)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였고, 그 외에도 전기료(월 5~6,000만 원), 인건비(월 2,000만 원) 등의 비용을 고정적으로 지출하였는데(증거기록 279~280면,479면), 이와 같은 G의 고정비용은 이 사건 계획서상의 예상 매출액 월 4억 7,700만 원을 초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G은 2022년경부터 전기료 2개월분과 부가세 월 4,000만 원을 계속해서 미납하였고, 선납한 1년 치 차임 48억 원이 소진된 이후 2023. 1. 26.부터 이 사건 물류창고의 임대료를 미지급하여 임대차보증금 22억 원이 전액 공제되었으며, 결국 L는 2023. 9. 25.경 차임 연체를 이유로 G과의 책임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증거기록 300~307면,477~480면). 나아가 G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계획서를 제출한 2022. 12. 21.경 이미 용역대금 8개월분을 연체하여 이를 2023. 1.부터 2023. 5.까지 우선적으로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그조차도 2023. 2. 28. 2022년도 4월분, 2023. 6. 1. 2022년도 5월분을 각 지급한 것 외에는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G은 당시 변제능력이 부족하였고, 피고인은 위 회사의 경영자로서 그와 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음에도 M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하여 그러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K, I의 각 원심 법정진술, M이 피해자 회사에 발송한 이메일 등에 의하면 M은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2023. 4. 7.부터 G의 매출대금 입금계좌에 대한 자금통제를 실시하였고, G은 자금집행에 M의 동의를 요하게 되었다(증거기록 65면, 76면). 그러나 K은 원심 법정에서 "G에 대한 자금통제는 해당 회사와 L 사이의 운영합의서에 근거하여 실시되었다. G 명의의 AG은행 계좌에 질권을 설정하고 화주들로 하여금 모든 매출대금을 해당 계좌에 입금하도록 하는 한편, G이 자금을 집행할 때는 M이 집행내역을 전달받아 확인하고 질권을 해지하였다가 집행 후 다시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것은 매출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실제로 M은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위탁계약의 해지 시점을 2023. 7. 31.로 연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2023. 6. 1.G으로 하여금 2022년도 5월분 용역대금 47,784,913원을 지급하도록 하였다(증거기록 9~10면, 67면, 86면). 나아가 피고인은 M에 의한 자금통제가 실시되기 이전인 2023. 1.경에도 이미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이 피고인의 채무불이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M은 G에 대해 자금통제를 실시하는 것 외에도 2022. 1.경 G으로부터 L의 지분 100%를 양수하였으나(증거기록434~469면, 476면), 그 과정에서 피고인 주장과 같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4.

원심의 배상명령 부분

원심은 배상신청인 피해자 회사의 배상명령신청을 받아들였는데, 피고인이 원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위 배상명령 부분도 당심으로 이심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부분에 관하여는 별다른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았고,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사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그대로 유지한다.

5.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