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직위해제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조세제도와 조세행정 및 기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조사 · 연구 · 분석함으로써 국가의 조세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1992. 7. 15.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고, 원고는 미국 C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1993.부터 현재까지 피고 D팀 소속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하여 오고 있는 사람이다.
원고는 E로부터 2005. 12. 2. 23:30경부터 생방송 예정인 'F(주제 : G)' 프로그램에 토론자로 출연할 것을 요청받자, 출연 바로 전날인 2005. 12. 1. 16:52경 피고의 전자게시판에 위 방송출연사실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당시 피고의 원장인 H에게 위 대외활동계획을 보고하였다.
원고는 위 'F'에 출연하여 당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던 부동산관련 조세정책인 이른바 '8 · 31. 부동산대책'에 반대되는 입장에서 토론에 임할 예정이었는바, 이에 위 H은 2005. 12. 2. 오전 원고에게 2차례의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통하여 출연 자제를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방송일정 등을 이유로 거부하자 같은 날 14:00경부터 2시간 동안원장실에서 원고를 면담하고, 다시 같은 날 17:27경 '국책연구원 소속 선임연구원인 원고가 위 TV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정부정책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출연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전자우편(갑 2호증)을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예정대로 위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위 '8 · 31 부동산대책'에 반대하는 논리를 주장하였는데, 위 방송이후 위 H은 피고의 선임연구원인 원고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등의 이유로 청와대 및 재정경제부 등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아왔다.
피고는 2006. 1. 1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위원 만장일치로 원고에 대해 '근무태도 불성실(규정위반 및 지시불이행)'을 사유로 '3개월간의 직위해제' 및 '3개월간의 연구조정실 대기발령'과 동시에 '1년간 대외활동 금지'를 결의하고, 2006. 1. 12.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는데, 위 직위해제는 2006. 3. 13. 피고의 직위해제 면제로 종료되었다. 원고는 위 직위해제 기간 동안 피고의 아래 보수규정에 따라 연봉 월액의 38%만을 지급받았고, 그 외에 가족수당, 학비보조금 등이 감액 또는 삭감되었으며, 대외활동금지처분으로 인해 성과급이 감액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되는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 보수규정 · 직원의 대외활동 요령은 다음과 같다.
▷ 인사관리 규정
제5조(임용권자) 직원은 원장이 임용한다.
제22조(승진의 제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승진대상에서 제외한다.
징계처분, 직위해제 또는 휴직 중에 있는 자
징계처분의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다음 기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정직 : 1년 6월
감봉 : 1년
견책 : 6월(2회 이상)
제37조(직위의 해제) ① 원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직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제3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해서는 아니된다.
신체상의 이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으나 면직시키기 부적당한 자
징계대상이 되어 있는 자
형사사건으로 제소된 자
소속부하에 대한 지휘 및 감독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된 자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또는 근무태도가 극히 불성실한 자
제1항 제1호 · 제4호 및 제5호의 규정에 의하여 직위해제된 자에 대하여 3개월 이내의 기간 대기를 명한다.
제41조(징계의 종류와 효력) 징계는 파면 · 해임 · 정직 · 감봉· 견책으로 구분하며, 다음 각호에 의 한다.
정직 : 직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장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그 기간은 1월 이상 7월 이하로 한다.
감봉 : 1회의 액은 평균임금 1일분의 반액을 감급하고, 총액은 월보수 총액의 10퍼센트 이내 로 하며, 그 기간은 1월 이상 6월 이내로 한다.
견책 : 시말서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전과에 대하여 훈계하고 회개하게 한다.
재44조(진술서) 인사위원회가 징계를 심의할 때에는 징계사유가 있는 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 를 부여하여야 한다. 다만, 징계사유가 있는 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또는 진술의 기회부여를 스스로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진술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진술없이 심의할 수 있다.
▷ 보수규정
제11조(직위해제기간중의 보수) ① 직위 해제된 자에 대하여는 연봉월액의 38퍼센트를 지급한다. 다만, 인사관리규정 제37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직위해제된 자가 직위 해 제일로부터 3월이 경과하여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때에는 그 3월이 경과한 이후의 기간중에 는 연봉월액의 24퍼센트를 지급한다.
▷ 직원의 대외활동요령
제1조(목적) 이 요령은 B연구원 복무규정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직원의 대외활동에 관한 절차 와 통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5조(대외활동승인 및 결과보고)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는 별지 제1호 서식의 대외활동계 획보고에 의거 사전에 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는 별지 제2호 서식의 대외할동결과 보고에 의거 원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1호증 내지 갑 6호증, 갑 11, 12호증, 을 1호증 내지을 5호증의 각 기재, 증인 I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소 중 직위해제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그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직위해제가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 인사규정 등에 의하여 승진 · 승급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은 없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호 판결 등 참조), 원고에 대한 직위해제가 약 2개월 후인 2006. 3. 13. 피고의 면제로 종료되었고,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2조 제1호가 '직위해제 중에 있는 자를 승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음은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미 효력이 상실된 직위해제로 인해 이후 원고에게 피고의 규정상 승진 · 승급이 제한되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위 직위해제로 인한 급여감소 등의 불이익은 법률상 불이익이 아닌 사실상의 것에 불과하거나 원고가 무효확인 청구와 더불어 구하는 금원지급 청구로써 구제를 받는 것이 분쟁해결을 위한 유효 ·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직위해제 무효확인 청구는 그 보충성도 결여되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의 규정위반 및 지시불이행 여부
피고의 '직원의 대외활동요령'은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원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2000년대 정보화사업의 추진으로 '대외활동계획보고 및 결과보고'의 방식이 피고의 원내그룹웨어 중 '대외활동예정보고'란에 이를 게시하여 승인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변경된 사실, 원고가 2005. 12. 1. 16:52경 피고의 위 전자게시판에 이 사건 방송출연 사실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피고의 원장 H에게 이를 보고한 사실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거나,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인정할 수 있고, 갑2호증, 을 6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I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위 H은 평소 연구원들에게 국책연구기관이라는 피고의 특성상 정부정책과 관련하여서는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원장에게 보고하거나 위 전자게시판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사전에 승인요청을 하도록 지시하여 온 사실, 위 H이 2005. 12. 2. 오전 전자게시판을 통해 원고의 위 방송출연보고를 접한 후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하여 원고에게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2차례에 걸쳐 출연자제를 요청하였고 원고가 응하지 않자 연구팀장 회의를 소집하여 논의한 결과 '8 · 31 부동산대책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이고 국회에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있으므로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위원으로서 정치적인 논쟁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같은 날 14:00경부터 2시간 동안 원고와의 면담을 실시하여 방송출연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뜻을 굽히지 않자 위 H은 같은 날 16:30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다시 한 번 출연금지를 요청한 후 같은 날 17:27경 원고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어 최종적으로 출연금지를 지시한 사실, 그 과정에서 피고의 연구조정실장인 I 등이 원고에게 위 방송출연을 자제하라고 권유하였으나 원고가 거부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위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방송출연 전날 위 사실을 피고의 전자게시판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보고하고 피고의 원장인 H으로부터 휴대폰 문자메세지 및 면담 등을 통하여 거듭된 출연금지지시를 받았음에도 응하지 않았고, 이에 위 H은 최종적으로 전자우편으로 위 출연금지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설령 원고가 위 방송출연 이전에 위 전자우편을 열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H의 방송출연금지 지시를 위반한 사실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피고 원장의 승인 없이 대외활동인 위 방송출연을 함으로써 피고의 '직원의 대외활동요령' 제5조를 정면으로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배치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직위해제사유의 존부 및 양정의 정당성 여부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또한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두1460호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위 규정위반 및 지시불이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규정위반의 정도, 피고는 그 예산의 80%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그 소속 선임연구원인 원고가 TV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정부정책과 반대되는 견해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경우 그 견해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원고 개인의 견해가 아닌 피고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조세제도, 조세행정 및 기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조사 · 연구 · 분석함으로써 국가의 조세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국민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의 설립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점, 원고가 피고의 원장이던 H으로부터 면담을 포함하여 거듭되는 지시를 받고도 정면으로 이를 위반한 것은 피고의 기관운영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박사급 연구원인 원고의 직책과 역할을 고려해 보더라도 피고가 그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연구활동 등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고의 위 규정위반 및 지시불이행이 인사관리규정 제37조 제1항 제5호가 규정한 '근무태도가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의 인사처분을 한 것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사권자에게 인정되는 상당한 재량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이와 배치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직위해제 절차상의 하자 여부
직위해제는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므로, 취업규칙 등에 직위해제에 관하여 특별한 절차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직위해제를 함에 있어 징계에 관한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직위해제 기간 동안 연봉 월액의 38%만을 지급받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를 징계의 일종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등에 연구원의 직위해제에 있어 징계에서와 같이 당사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는 이상, 직위해제에 징계에 관한 절차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론
그러므로 원고에 대한 직위해제는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금원지급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직위해제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만경(재판장) 이경은 박병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