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 A은 2012. 12. 9. 주식회사 화인테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주식회사 화인테크의 원도급인인 피고가 시공하고 있던 부산 서구 암남동 761 소재 수산물수출사공선 진화단지 건설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에서 판넬 설치 작업 조공 인부로 일하였다[인정근거: 갑 2-1, 4, 을 2, 8의 각 기재].
원고 A은 제5번 요추-제1번 천추간 추간판 탈출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2013. 3. 19. 개방성 수핵 제거시술을 받았다[인정근거: 갑 6의 기재].
원고 A은 '원고 A이 2012. 12. 15. 이 사건 현장에서 철근 다발(지름 20mm, 길이 150cm인 철근 20개)을 운반하던 중 갑자기 주저앉으며 갑작스런 허리통증을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3. 1. 9.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인정근거: 갑 2-1, 을 2의 각 기재]. 근로복지공단은 2013. 2. 13. '자문의사회의 심의결과 방사선 소견상 제5요추~제1천추간 추간판 탈출증이 관찰되나, 골극을 동반한 퇴행성 소견으로 일회성 재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인정근거: 을 2~4의 각 기재].
원고 A은 이에 대하여 요양급여 불승인처분 취소신청을 하였고, 2013. 6. 17.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사의 소견 및 산재심사위원회의 의결 등에 의하면, MRI상 제5요추-제1천추간 우측으로 추간판탈출에 의한 신경근의 급성 압박 소견이 관찰되는 상태인 점, 의무기록상 재해경위가 확인되는 점, 과거 동일 증상에 의한 수진 내역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해와 원고 A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였다[인정근거: 갑 4, 을 16의 각 기재].
원고 A은 2014. 4. 7.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12. 12. 15.자 이 사건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8,993,600원의 장해일시금 지급결정처분을 받았다[인정근거: 갑 8의 기재].
원고 B은 원고 A의 아버지, 원고 C는 원고 A의 어머니이다[인정근거: 갑 1의 기재].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피고는 이 사건 현장의 사업주로서 ①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5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준수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하며,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② 법 제5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건설을 할 때 산업안전보건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③ 법 제23조 제2항에 따라 운송, 운반,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고, ④ 법 제31조의 2에 따라 피고는 건설업의 사업주로서 원고 A과 같은 건설 일용근로자를 채용할 때에는 기초안전, 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이와 같은 법령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말미암아, 원고 A은 2012. 12. 15. 혼자서 판넬설치 작업에 필요한 철근다발을 운반하다가 주저앉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함으로써 허리에 추간판 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령상 의무위반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원고 A에게 배상할 손해금은 44,200,860원(= ① 일실수익 43,674,460원 + ② 위자료 952만 원 - ③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일시장해금 8,993,600원)이다. 또한 원고 A이 상해를 입음으로 말미암아 가족인 원고 B과 원고 C도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하여 위자료로 원고 B, C에게 각 100만 원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적 성질도 가지고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재해보상책임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사망'이 있으면 발생하는 무과실책임인 반면, 위 보험급여는 실제 손해를 기준으로 보상하여 주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 손해가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경우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피고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법령상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본다(불법행위책임). 즉 원고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적절한 작업환경 개선의무 위반, ② 법에 정한 기준 위반, ③ 운송, 운반시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의무 위반, ④ 기초안전, 보건교육 실시의무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을 6, 8, 1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A은 피고의 하도급 업체 중 하나인 주식회사 화인텍의 일용직 근로자(판넬공)로 고용되어 판넬설치작업 보조업무를 맡아 이 사건 현장에 근무한 사실, 위 판넬 설치작업은 몰드설치, 달대조립, 달대설치, T바 설치, 천정판넬 설치 등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원고 A은 2인 1조로 근무하면서 판넬 설치 작업시 판넬 및 철근을 받아 2.2~2.3m 위의 천정작업자에게 넘겨주는 작업을 한 사실, 원고 A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넬 설치 작업을 하다가 자재가 모자라서 혼자 철근을 가지러 갔다가 철근 다발을 운반하던 중 주저앉아 허리를 다쳤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한 사실, 원고 A과 같이 판넬 설치작업 근로자로는 D, E, F, G 등이 있는데, 위 동료 근로자들은 원고 A이 철근을 들고 오다가 주저앉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가 혼자 철근을 운반하다가 스스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 피고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즉 철근과 같은 무거운 자재를 운반할 때에는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운반하여야 한다거나, 적정한 무게의 철근을 운반해야 한다는 등 철근운반방법에 대한 규정이 있다는 점에 대한 자료가 없고, 철근운반방법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에 대한 자료도 제출된 바 없다.
게다가 원고들은 '원고 A이 영하 5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 혼자 무거운 철근을 운반하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나(2014. 5. 12.자 준비서면 제1면), 이에 부합하는 증거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갑 2-1, 2-2, 2-5, 을 17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A은 2013. 1. 9. 최초 요양급여신청 당시에는 이 사건 현장에서 에폭시 판넬을 천장에 붙이는 작업을 하던 중 요통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을 뿐 빙판에서 넘어졌다는 주장을 하지 않은 사실, 부산 지역의 기온은 2012. 12. 6일부터 12. 12.까지는 최저 기온이 영하였으나, 12. 13.부터 12. 15.까지는 영상의 기온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빙판에서 넘어졌다는 위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음으로 피고 또는 피고의 하수급인인 주식회사 화인테크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본다(채무불이행책임).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자료들만으로 이러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사고경위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 A에게 과도한 무게의 철근다발을 운반하도록 강요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A이 스스로 별다른 무리나 부상 없이 운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철근을 운반하였다고 할 것이니, 피고 또는 주식회사 화인테크의 보호의무위반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찬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