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 10. 17. 선고 2013고단2239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기 안산시 D 807호에 있는 (주)E의 대표자로서 상시 근로자 6명을 고용하여 건물관리, 경비업에 종사하던 중, 2011. 11.경 서울 성동구 F 소재 G 관리운영협의회장 H으로부터 G 경비용역 업무를 위임받아 I 등을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하여 경비 용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인은 2012. 11. 27.부터 2012. 11. 30.까지 위 G에서 경비용역업무를 위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I에 대한 임금 840,00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개인별 체불금품 내역서(다만, 순번 제36, 37, 45, 46, 48번 기재 각 근로자들에 대한 2012. 11. 28.부터 2012. 11. 30.까지의 미지급 임금 부분은 제외) 기재와 같이 근로자 120명에 대한 임금 합계 76,080,00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 및 변호인의 변소내용

이 사건 I 등 근로자들을 실제 사용한 자는 피고인이 아닌 H이고, 피고인은 단지 H과 I의 용역사용 관계를 중간에서 매개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I가 근로자들을 대표하여 H과 사이에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피고인의 지급의무는 면제되었을 뿐만 아니라(별지 일람표 기재 미지급내역도 사실과 다르다),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는 2012. 7. 25.경 G관리운영협의회(이하 'G협의회'라 한다)의 회장이던 H과 사이에 서울 성동구 F 소재 G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한 인도집행 및 인도 후 점유상태의 유지를 위한 인력의 동원 및 경비에 관한 용역업무의 수행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2)

G협의회는 2012. 6.경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해 이 사건 건물의 일부에 관하여 인도집행을 하고자 하였으나 제3자인 J이 점유하면서 집행에 응하지 않아 인도집행을 하지 못하였고, 이에 2012. 6. 28.경 J에 대하여 가집행선고부 판결의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3)

J은 2012. 7.경 위 승계집행문 신청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가 2012. 7. 24.자로 기각결정을 받은 후(서울동부지방법원 2012카기1245), G협의회를 상대로 승계집행문에 대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 1억 원을 담보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2012. 7. 26.자 인용결정을 받은 다음, 위 담보금을 공탁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2카기1386).

4)

J은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가단42704 승계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2. 9. 20. 위 법원은 J의 청구를 기각하고, 2012카기1386호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J이 다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나9333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2. 11. 21. J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5)

G협의회는 2012. 11. 23. J 등이 점유하고 있는 이 사건 건물의 점유부분에 대해 인도집행을 하려다가 집행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당시 인도집행을 시도하기 위해 200명 정도의 인력이 동원되어 대기를 하였다가 무산되었고, 당일 H은 동원된 인력에 대한 차비, 식사비 등 경비명목으로 I에게 4,000만 원을 직접 지급하였다.

6)

다시 G협의회는 2012. 11. 27.경 집행관 입회하에 J 등이 점유하고 있는 이 사건 건물의 점유부분에 대하여 인도집행을 실시하였고, 당시 집행현장에는 채권자의 대리인으로 K이 참석하며서 H 자신도 현장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채무자 측의 거부로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고 채권자의 점유로 이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실제 집행에 120명 정도의 인력이 동원되어 점유를 이전받았고, 당일에 동원된 인력은 채권자인 G협의회에서 고용된 인력으로 하고자 이들과 G협의회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이후 2012. 11. 30.까지 4일간 점유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G협의회의 점유보조자로 사용되었다.

7)

그런데 I 등 근무자들은 4일 동안 점유를 뺏기지 않기 위해 경비를 섰고 그러던 중 발생한 물리적 충돌과정에서 5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기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통해 21,700,000원만을 지급받자(I는 이를 식대, 차비 등 순수 경비명목으로 주장하기도 하고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음), I의 지시에 따라 2012. 12. 30. 야간에 이 사건 건물에서 전부 철수하였다.

8)

피고인은 2012. 12. 1. I와 사이에, 체불임금 1억 4,000만 원을 지불한다는 체불임금각서를 작성하였는데, 당시 위 체불임금의 1차 지급시기는 2012. 12. 3.로 하고, 2차 지급시기에 관하여는 2012가단42704 승계집행문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담보공탁금 전액(1억 5,000만 원)을 받는 날로 정하였다. 위 체불임금각서는 H의 양해하에 이루어졌고, 2차 지급기일 및 그 지급방법에 관하여도 H의 동의하에 이루어져 실제 피고인과 I는 각자 H에게 위 담보공탁금을 찾기 위한 서류를 교부하였다.

9)

I는 2012. 12. 20. H에게 합계액 115,500,000원의 용역비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해주었고, 2012. 12. 21.경 H으로부터 교통사고로 다친 인력 5명에 대한 치료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다.

판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924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그 인정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I에 의해 동원된 인력들의 업무 형태는 이 사건 건물 중 타인의 점유부분에 관해 인도집행을 하고 이후 주야간을 교대로 12시간씩 이 사건 건물의 점유를 유지하기 위한 경비를 서는 것으로, 그 목적이 G협의회가 받은 민사판결에 따른 인도집행 및 인도 후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지 않기 위한 것이어서 계속성을 요하지 않고 단기간이 예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G협의회 내지 E와 동원 인력들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인도집행 당시 채권자측의 이행보조자 역할을 하고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고, 인력들 역시 동원에 따른 대가, 즉 일당 형식으로 계산된 돈을 지급받는 것으로 일을 하였을 뿐 근로계약서 작성 상대방인 피고인 내지 H과 사이에, 업무내용, 취업규칙, 복무규정, 근무기간, 최소 근무시간, 휴게시간 및 대가 지급시기 등에 관한 약정은 하지 않았던 점, ③ I는 G협의회의 대표자인 H으로부터 직접 일정 대가를 지급받거나 H에게 직접 대가를 청구하기도 하였으며,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형식적으로 E와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G협의회와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였던 점, ④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상 대부분의 인력들이 2012. 12. 27.부터 같은 달 30.까지 4일간 주야 모두 경비를 선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그런데도 피고인과 I는 위 기간 동안 발생된 대가의 총액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과 I는 계약에 따른 대가에 관하여 동원된 노무제공자마다 개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서 단순히 전체적인 총액으로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 야간 교대, 휴식, 취침 등으로 인해 경비를 서지 않는 인력이나 그 시간에 관해 노무제공자마다 개별적으로 일정한 규칙에 따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출 · 퇴근에 관한 관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H에게 지시받은 대로 인도집행 당시 판결문에 따른 이 사건 건물의 인도부분을 점유하도록 I에게 지시하였을 뿐, 이후 이 사건 건물의 점유유지에 관하여는 동원 인력들에 대한 지휘, 감독이 I에 의해 이루어졌는바, 피고인이 인력들에게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⑥ I는 인력들이 경비를 서는 데에 필요한 무전기 등 일부 용품을 개인적으로 구입하여 사용하고, 피고인으로부터 대가로 받은 금전을 위와 같이 구입한 물품이나 식대, 버스 대차비 등 경비명목으로 우선적으로 계산하였으며, 피고인의 동의나 지시를 받지 않고 이 사건 건물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⑦ 피고인이 운영하는 E는 건물관리서비스 영업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로, 이 사건 인도집행 및 점유보존 업무는 건물관리서비스 영업과는 무관하고, 이 사건 건물은 E의 사업장도 아닌 점(H과 피고인은 인도집행 후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하여 실효적으로 점유가 유지되는 경우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종합시설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⑧ 통상 이 사건 건물의 시설관리를 위해 필요한 인원은 이 사건 당시 동원된 인력의 수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⑨ H은 동원 인력들의 철수로 인해 이 사건 건물의 인도집행 및 점유유지 목적을 달성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용역업무에 따른 나머지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시설종합관리용역 도급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⑩ 이 사건 건물의 인도집행 및 이후의 점유보존 용역업무에 관하여는 피고인보다 I에게 더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I가 식대나 비품 구입비 등 업무에 소요되는 부수적인 경비를 스스로 조달하고, 업무수행 중 다친 인력들에 대한 병원비를 인력 동원에 따른 대가를 지급받기 전에 먼저 지불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⑪ 피고인이 H으로부터 위탁받은 용역업무는 지하4층 중앙감사실 전기실, 기계실, 기사대기실, 지하1층 방재실, 지상1층 주차관리부스, 지상2층 L 사무실에 대한 인도집행과 집행 후 점유유지를 위한 방어활동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구체적인 역할의 내용이나 개인별 역할, 타인의 점유침탈시에 취하여야 할 방어의 태양 등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사이에 약정이 이루어지거나 피고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⑫ 인력들을 사용한 대가가 성별이나 구체적인 업무의 태양, 숙련도, 근로시간 등에 따라(적어도 점유 층수에 따라 역할의 난이도가 다를 것으로 보임) 정해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해졌고, 그 금액 또한 주야간 구별 없이 12시간에 1인당 12만 원이어서 그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려운 점(피고인과 I는 수행할 용역업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그 수행에 따른 대가를 개개 인력별 일당 형식으로 계산하고, 책정된 일당 및 합산 금액에는 피고인, I의 이윤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⑬ 120명 인력들 중 일부 인원은 이 사건 점유 장소에서의 이탈이 가능하였고, 그로 인해 점유 방어에 부족한 인원은 다른 인력으로 쉽게 대체하여 보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동원된 인력들은 단기간 이 사건 건물의 인도집행 및 점유보존을 위해 동원된 것으로 근로관계 제공의 계속성도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I 등 120명의 노무제공자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승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