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송파구 D빌딩에 있는 E요양병원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100여 명을 사용하여 의료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8. 17.부터 2013. 9. 16.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F에 대한 연차수당 553,50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8. 17.부터 2013. 9. 16.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F에 대한 퇴직금 2,796,844원, 2012. 8. 20.부터 2013. 8. 31.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G에 대한 퇴직금 2,015,480원 합계 4,812,324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의사인 H는 서울 송파구 D빌딩에서 I요양병원(이하 'I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의사인 피고인은 2013. 7. 9. 송파구 보건소장에게 'E요양병원'(이하 'E병원'이라 한다)이라는 명칭으로 I병원 소재지에서 요양병원을 개설한다는 취지의 의료기관 개설신청을 하면서 같은 달 15일 H와 사이에, I병원의 '근무인력, 의료장비, 식당 및 진료기록부 일체를 2013년 7월 16일부터 양도-양수합니다'라고 기재된 양도양수계약서(수사기록 제2권 102쪽), 법령상 관할 보건소장에게 설치 및 사용신고가 필요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관하여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양도양수서(수사기록 제1권 제33쪽)를 각 작성하였다. 뒤이어 피고인은 2013. 7. 18. H와 사이에 I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취급하던 마약류에 관하여 마약류 양도 승인신청 계약서(수사기록 제1권 제37쪽)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이 2013. 7. 15. 의료기간 개설신청 당시 제출한 E병원에서 근무할 의료인(의사,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의무기록사,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명단에는 총 104명이 있었는데, 그 중 피고인을 제외한 103명은 모두 I병원에서 2013. 7. 16.로 고용보험을 상실하고 같은 날 E병원을 사업장으로 한 고용보험취득신고를 한 사람들이었다.
피고인은 2013. 7. 16.부터 E병원을 운영하였는데, I병원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138명(위에서 본 의료인 포함) 중 118명이 같은 날 E병원을 사업장으로 한 고용보험을 취득하였고, 대부분 기존의 업무를 계속하였으며, I병원의 환자 170여 명은 대부분 E병원에서 요양, 치료를 계속하였다.
F은 2012. 8. 17. I병원에 입사하여 E병원이 개설된 후인 2013. 9. 16.까지 관리부 대리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판결 선고일까지 F에 대한 연차수당 553,500원, 퇴직금 2,796,84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G은 2012. 8. 20. I병원에 입사하여 E병원이 개설된 후인 2013. 8. 31.까지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판결 선고일까지 G에 대한 퇴직금 2,015,48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F, G에 대한 퇴직금 등의 지급의무 유무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E병원 개설 이전부터 근무하다가 그 이후 퇴직한 F, G(이하 'F 등'이라 한다)에게 수당 또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① 피고인과 H 사이의 영업양도에 따라 영업양수인인 피고인이 H와 F 등의 근로계약과 관련된 H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거나, ② 피고인과 H 사이의 병원시설 등의 양도약정의 내용에 따라 F 등과 같은 근로자들의 동의하에 피고인이 H와 F 등의 근로계약상 H의 지위를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핀다.
영업양도에 따른 지위 승계 여부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2다70822 판결 참조).
그러나 상법 제42조 제1항에서의 영업양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양도되는 영업이 상법의 적용을 받는 상행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바, 의료법 제4조 제1항에 정한 바와 같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은 상법 제46조 각 호에 규정된 기본적 상행위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취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에 정한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 의료기관의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의 준수사항을 지켜야 하는 점(의료법 제36조),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점(의료법 제59조 제1항), 국민보건의 보호 증진에 기여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개설, 운영행위 등 의료행위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니 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를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 소정의 상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I병원의 인적·물적 조직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H로부터 피고인에게 이전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상법의 영업양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영업양수인으로서 H와 F 등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지위(H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양도약정 내용에 따른 승계 여부
피고인과 H 사이에 작성된 양도양수계약서에 '근무인력, 의료장비, 식당 및 진료기록부 일체를 2013년 7월 16일부터 양도-양수합니다'라고 기재되었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E병원 설립을 전후하여 담당 업무의 변동 없이 계속 근무를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I병원에서 근무하다가 E병원에서도 계속 근무한 근로자들에게 E병원 설립 이전인 2013. 7. 1.부터 같은 달 15일까지의 임금을 지급하였고, 증인 J은 이 법정에서 "H가 피고인에게 병원을 양도할 당시 피고인에게 '새로 병원을 하게 되더라도 직원들이 피해를 보게 될 부분은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달라'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며(제3회 공판조서), 증인 K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병원을 인수한 직후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인사하면서 '다 같이 잘해보자'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제5회 공판조서).
위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H의 사용자 지위를 승계함으로써 피고인과 F 등 사이에 E병원 설립 이전 기간에 관하여도 근로계약 관계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E병원 설립 이전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한 것은, 피고인이 7월분 월급 지급일인 2013. 8. 5.경 근로자들에게 2013. 7.분 월급 중 E병원 설립 이후에 해당하는 기간(2013. 7. 16. ~ 2013. 7. 31.)의 급여만 지급함에 따라 F 등을 비롯한 근로자들이 파업을 강행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거나, F 등을 비롯한 근로자들이 관할 관청에 진정을 제기함에 따라 이를 무마하고 병원을 계속 운영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일응 이를 부담하여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되, 추후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받으면 이를 피고인에게 보전해 주는 것으로 상호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제9회 공판조서 중 증인 F, L의 각 진술 기재, 증 제5호증의 1 내지 6, 증 제6호증의 1 내지 12), 증인 J의 위 진술 내용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원진술자인 H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가사 증거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비추어 당시 피고인이 H와 I병원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상 H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증거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2013. 8. 5.경 근로자들에게 7월분 급여에 관하여 E병원 설립일 이후의 기간에 관하여 일할 계산한 금액만을 지급하였고, 애초에 F 등을 비롯한 근로자들은 2013. 7. 1.부터 E병원이 설립되기 전날인 2013. 7. 15.까지의 임금에 관하여 피고인이 아닌 I병원 경영자인 H를 피진정인으로 하여 진정을 한 사정도 엿보인다(수사기록 제2권 제8쪽 내지 제55쪽).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인정한 피고인과 H 사이에 작성된 양도양수계약서의 '근무인력 일체를 양도양수한다'는 취지의 기재,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E병원 설립 전후로 기존의 업무 변동 없이 근로를 계속 제공하였다는 사정,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K의 진술기재만으로는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I병원 근로자들에게 E병원에서의 근무를 허용한다'는 취지를 초과하여 기존의 H와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지위를 피고인이 승계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H, 피고인, 근로자들 사이에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와 같이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F 등 사이에 E병원이 설립되기 전인 2013. 7. 15. 이전부터 근로계약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재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