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구두 제조, 납품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의 구두제조공정은 ① 제품 기획 및 설계, ② 견본 제작, ③ 재단작업, ④ 제갑작업(재단된 가죽을 구두의 형태로 접착 및 봉제하는 작업), ⑤ 저부작업(저부공이 작업지시서에 따라 골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창을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 ⑥ 검품 및 출고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원고들은 각 별지 표 '입사일'란 기재 일시부터 '퇴사일'란 기재 일시까지 피고의 건물 3층 등에 출근하여 저부작업을 하고, 피고로부터 작업한 구두 개수에 비례한 돈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원고 H, I, L, N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제작물 공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이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1 내지 15호증, 을 제35 내지 41호증, 을 제43 내지 4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들이 피고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근로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별지 표 '원고 청구금액'란 기재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와 도급계약 관계에 있었을 뿐이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다.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였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7 내지 11호증, 을 제20 내지 26호증, 을 제28 내지 32호증, 을 제48, 53, 5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작업공정별로 분업하여 구두 완제품을 생산하였는데, 원고들이 담당한 저부작업은 피고의 구두제조과정 중 필수적인 업무이다. 피고의 제조과정 중 원고들이 담당한 저부작업 외의 나머지 과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에 의해 처리되었다.
피고의 공장장은 제품생산에 필요한 작업 순서와 구체적인 주의사항이 세부적으로 기재된 작업지시서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작업지시를 하였다. 피고의 공장장은 작업지시서 및 일감 등을 저부공들에게 배정하면서 세부적인 지시를 하였고, 원고들이 작업지시서 또는 견본품에 반하여 저부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현장에서 수정을 지시하기도 하는 등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
원고들에게 피고 소속 근로자에 관한 취업규칙이 적용되거나 피고가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 등을 관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들은 당일 배정받은 작업량을 완료해야 보수를 받을 수 있었고, 원고들이 작업을 게을리하는 경우 피고가 원고들의 수입과 직결되는 작업량을 줄이거나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었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에 의해 정해진 작업량에 따른 보수가 생계수단의 전부인 원고들의 출퇴근을 관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원고들은 설, 추석 명절과 여름 휴가를 제외하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내지는 토요일까지 출근하였고, 주어진 작업량을 마치기 위하여 야간근무 및 휴일근무를 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칼, 가위, 망치 등의 개인장비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제작재료 및 그라인더, 건조기 등의 기계류는 피고가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였다. 이처럼 저부작업에 필요한 주요 시설이나 장비 등이 피고의 건물에 비치되었기 때문에 원고들은 모두 피고의 건물에서 작업을 하였고 원고들이 스스로 작업장소를 선택할 수 없었다. 피고의 대표이사 Q은 수사기관에서 저부공들이 피고의 건물 외의 장소에서 구두 제작을 할 수 없고, 제작재료나 기계류 등을 피고의 건물 밖으로 가져나갈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 제7조는 원고들이 피고용인을 사용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저부작업의 속성상 상당한 정도의 숙련이 요구되는 점, 원고들은 피고의 건물에서 작업을 하였고, 제작재료나 피고의 장비 등을 밖으로 반출할 수 없었던 점, 원고들이 실제로 제3자를 고용하여 작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의 형식적인 문언과 달리 원고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구두제조 물량의 수주나 제조된 구두의 판매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고, 저부작업을 한 구두들이 실제 고객에게 팔렸는지, 매도가격이 얼마였는지, 그에 따른 수입이 얼마인지 또는 손실이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작업량에 따라 책정된 보수를 받았을 뿐이므로,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들과의 개별적인 합의 없이 모든 저부공에게 적용될 단가를 결정하여 원고들에게 보수를 지급하였고, 원고들에게 배분할 작업량도 결정하였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보수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갖는 임금에 해당한다.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였지만, 원고들이 2년에서 6년 동안 장기간 피고의 저부작업만을 하였던 점에서 근로제공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제작물공급계약은 원고들의 겸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고의 대표이사 Q은 수사기관에서 저부공들이 동종업체의 일을 받아서 겸업을 할 수 없다고 진술한 점, 원고들이 피고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동종 또는 유사업체의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은 점, 원고들의 근무시간에 비추어 보면 다른 회사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 대한 전속성도 인정된다.
피고는 원고들을 피고의 임직원들이 가입하는 상조회에 가입하게 하고 원고들에게 지급할 보수에서 상조회비로 매월 2만 원을 공제하기도 하였다. 또한 원고들이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칙이나 휴가제도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본급이나 고정급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들로서 쉽사리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은 별지 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15,774,000원, 원고 B에게 10,118,000원, 원고 C에게 15,504,000원, 원고 D에게 23,815,000원, 원고, E에게 16,269,000원, 원고 F에게 8,468,000원, 원고 G에게 11,818,000원, 원고 H에게 7,220,000원, 원고 I에게 11,367,000원, 원고 J에게 11,329,000원, 원고 K에게 6,246,000원, 원고 L에게 12,737,000원, 원고 M에게 17,371,870원, 원고 N에게 25,135,000원, 원고 O에게 11,764,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 F, K, L에 대하여는 2015. 10. 1.부터, 원고 B, J에 대하여는 2016. 10. 1.부터,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는 2017. 6. 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M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원고 M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원고 M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전재현 이진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