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L', 'M' 등 상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원고별로 피고가 입점한 백화점 매장에서 피고의 'L', 'M' 등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의 판매대행계약(이하 원고별 판매대행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백화점 판매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이 피고와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이 사건 계약서 상호간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그 내용이 유사한바, 원고 A, C, E, H, J의 계약서(이하 '이 사건 제1계약서'라 한다)와 나머지 원고들의 계약서 (이하 '이 사건 제2계약서'라 한다)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들
원고들은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로 피고에서 퇴직하였음에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 각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은 피고와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여 스스로 판매사원들을 고용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한 독립된 사업자이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2호증, 갑 제7 내지 12호증, 갑 제14, 15호증, 갑 제17 내지 28호증, 갑 제30 내지 32호증, 갑 제35 내지 37호증, 갑 제44 내지 48호증, 갑 제52 내지 54호증, 을 제2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업무의 내용과 수행 방식
이 사건 계약에서는 원고들의 업무와 역할을 '피고가 지정한 매장에서 피고로부터 공급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상품 판매를 위한 매장을 관리·운영하는 행위', '매장 내 상품을 보관 및 관리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행위' 등으로 정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피고의 지시로 이 사건 계약과 무관한 업무까지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출 목표와 경쟁사 대비 점유율 목표를 제시하고 매출현황을 파악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제1계약서 제19조 제1항 제6호는 '피고가 대규모유통업자 또는 건물주와 체결한 특약매입거래계약 또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를 계약의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 제2계약서 제11조 제1항 제10호도 같은 내용을 정하고 있다), 피고가 매출 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은 원고들의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정한 매출액과 점유율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계약이 지속되는 전제이자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들과도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피고의 조치를 곧바로 피고의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경쟁사 브랜드의 매출 현황을 파악하도록 하였으나, 이 역시 백화점 매장 퇴출 방지라는 원고들과 피고의 공통된 목적을 위한 협조와 협업으로 볼 수 있다.
원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은 피고가 최종적으로 정하였다.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금액만을 증가하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피고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의 담당 직원에게 대등한 지위에서 제품 판매, 신상품 입고, 제품 홍보 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이면서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거나 피고 측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매장별 판매촉진 및 매출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광고, 판촉활동 행사의 시행 여부도 해당 원고들과 피고가 협의하여 정한 것으로 보이고(이 사건 제1계약서 제12조 제1항, 이 사건 제2계약서 제8조 제1항), 판매촉진을 위한 사은품 행사시 사은품 비용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피고와 원고들이 각각 50%씩 부담하였다(이 사건 제1계약서 제12조 제2항, 이 사건 제2계약서 제8조 제3항).
피고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특정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게 하는 매장 간 물량 이동을 실시하였고, 재고관리를 위하여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실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바, 원고들의 매장에 공급되는 상품은 여전히 피고에게 그 소유권과 처분권이 있고(이 사건 제1계약서 제7조 제4항, 이 사건 제2계약서 제2조 제5항), 피고는 각 매장에 공급한 상품들이 적시에 판매되어 재고로 남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가 원고들 및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판매사원에게 'L', 'M'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의류상품을 착용하고 근무하게 한 것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영업방침에 불과하고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무상 지시를 하거나 통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근무 시간과 장소
원고들이 근무하는 매장은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피고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 체결 시에 개별적으로 협의한 후 원고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정해졌다.
원고별 근무 장소인 매장은 피고가 백화점과 별도로 체결한 계약에 따라 확보한 곳이고,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원고들의 영업상의 의무에는 '영업장소에서의 제규칙(입점 백화점의 규정 등) 준수'가 명시되어 있다(이 사건 제1계약서 제11조 제3항, 이 사건 제2계약서 제6조 제4항). 원고들은 백화점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에 따라 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원고들이 근무하는 장소의 특성에 비롯된 것이다. 피고가 원고들의 출·퇴근 여부나 근무 여부를 사후적·전체적으로 보고받는 것을 넘어 보고 내용을 검증하거나 상시적으로 관리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는 없고, 오히려 원고들은출·퇴근 시간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근무 시간에도 개인적 용무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백화점 휴무일을 사전에 보고한 경우가 있으나, 피고가 원고별 근무 장소인 매장을 백화점과 별도로 체결한 계약에 따라 확보한 곳인 점을 고려할 때 백화점 휴무일을 사전에 보고한 것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판매사원의 채용과 업무의 대행
이 사건 제2계약서에는 원고별로 해당 매장에 근무할 판매사원의 인원수가 지정되었고(이 사건 제2계약서 제3조 제3항), 판매사원의 급여도 수수료율 산정에 반영되었다.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인원수에 맞추어 판매사원을 채용하는 것이 강제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판매사원은 원고들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채용하였고 이 사건 계약에서 예정한 판매사원수가 준수되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원고별로 판매사원에게 지급한 급여는 월별 또는 채용 인원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실제로 판매사원의 급여는 원고들이 정한 것으로 보이고, 수수료율을 정할 때 고려된 판매사원의 급여란 실제의 비용이 아니라 피고가 예상한 수치에 불과한 것으로서 피고가 판매사원의 급여 지급을 통제하거나 사후적으로 정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판매사원은 원고들이 개별적인 채용공고를 통하여 원고별로 채용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2014년까지 원고들의 판매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절차에 참여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판매사원의 급여를 고려하여 원고들과의 수수료율을 산정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 판매사원으로서 부적합한 사람을 배제하기 위한 절차로 보일 뿐 피고가 원고들이 채용할 판매사원을 지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이 채용한 신규 판매사원에 대하여 영업, 브랜드, 의류, 용품, 신발 등에 관하여 피고 본사에서 4시간 동안 교육을 실시하였고, 판매사원 중 퇴사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하여 면담절차를 진행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판매사원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보수의 성격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보수로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원고별 매장의 판매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으로 산정되었다. 수수료율은 원고들과 피고가 개별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원고별로 수수료율이 달랐다. 그리고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다.
이 사건 계약에서 각 매장의 매출액 중 위탁수수료율은 원고들마다 상이하였는바(이 사건 제1계약서 제15조, 별첨 제2항, 이 사건 제2계약서 제5조 제1항), 수수료율에 관한 원고들과 피고의 협의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율을 정할 때 원고 또는 매장의 과거 판매 실적이 반영되는 것 외에 원고별 판매 업무 경력이나 종사 기간, 매장별 업무 수행 난이도와 같은 원고별 노무 제공에 관한 요소는 고려되지 않았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계약기간 중에도 수수료율을 변경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2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별로 수수료율을 정할 때 판매사원의 급여, 매장 유지비 등이 고려되었으나, 수수료 자체는 원고들의 매출실적에 연동하여 지급되었고, 따라서 원고별로 지급된 수수료뿐만 아니라 특정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 사이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다.
일부 원고들에게 고정수수료가 지급되었으나(이 사건 제2계약서 제5조 제1항), 이는 앞서 본 판매사원의 인원수 규정(이 사건 제2계약서 제3조 제3항)에 따라 원고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피고가 이를 지원하는 취지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와 같이 지급된 고정수수료에 원고들의 근로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소결
결국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강영희 이정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