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19고정1326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 A은 서울 광진구 C 소재 D(이하 ‘D’이라 한다)의 경영지원부장, 피고인 B은 위 D의 정책기획본부장이고, 피해자 E는 위 D의 직원, 피해자 F은 위 E의 법률상 처로 위 D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경 퇴사한 사람이다.

[사건의 배경]

피해자 F은 2018년 1월경, D을 퇴사하기 이전인 2017년 4월경 감사원에 D의 채용비리 등을 조사하여 줄 것을 제보하였고, 퇴사 이후인 2018. 4. 16.에는 고용노동부에 ‘휴일수당 및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을 이유로 한 근로기준법위반’을 이유로 위 D을 진정하였으며, D의 사무총장인 G, D장인 H에게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D이 나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였다”는 취지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인들은 피해자 E가 피해자 F의 육아휴직 기간 중 및 퇴직 이후 위 피해자 F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등을 이용하여 D의 내부 시스템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피해자 E의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시스템에 접속한 행위’를 빌미로 피해자 F의 위와 같은 제보, 진정 등을 취하하게 하고, 향후 D에 불이익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하였다.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공모하여, 피고인 A은 2018년 5월경 위 D에서, 피해자 E를 불러낸 후, 위 피해자에게 “회사 입장은 너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너와 처 F을 형사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F이 감사원, 노동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등의 행위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징계위원회 회부 및 형사고발을 피하고 싶으면 F이 앞으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네가 단속을 하고, 막으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안하겠다’는 이야기가 없으면 아무 필요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피고인 B은 “둘 다 형사고발이 될 수 있고, 형사고발되면 벌금이 될지 징역이 될지 모른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업무에서도 배제된다, 그 다음 앞으로 직장에서의 너의 위치가 어떻게 되고 네가 어떻게 될지, F이 새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거기에도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 봐라, 처 F에게 이야기하여 고용노동부에 민원 제기한 것을 취소하게 하고, 앞으로 회사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라”고 이야기하여 마치 피해자 E가 위와 같은 내용을 피해자 F에게 전달하여 설득하지 아니하여 위 피해자 E를 형사고발하거나, 회사 내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피고인들은 그 시경부터 2018년 6월 말경까지, 수 회 위 피해자 E를 불러내어 위와 같은 취지로 이야기함으로써 이에 겁을 먹은 위 피해자 E로 하여금 피해자 F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고, 이를 전달받은 피해자 F으로 하여금 남편인 피해자 E가 회사 내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거나,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에 겁을 먹고 2018. 6. 21. 인터넷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하여 기히 진정한 위 임금체불 관련 진정을 취하하도록 하고, 재차 피해자 F으로 하여금 ‘향후 회사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도록 하려고 하였으나 위 피해자 F이 이를 거부하여 미수에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E, F을 협박하여 피해자 E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피해자 F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피해자 F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판단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24조).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해자 E에 대한 강요, 강요미수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피해자 E는 피고인들이 수차례에 걸쳐서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들과 피해자 E 사이의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마치 피해자 E가 위와 같은 내용을 피해자 F에게 전달하여 설득하지 아니하여 위 피해자 E를 형사고발하거나, 회사 내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 E의 직장동료이자 상사로서 피해자 E가 피해자 F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여 무단으로 D 그룹웨어에 접속한 일과 관련하여 D에서 피해자 E를 징계하려고 하니 피해자 E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고 피해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면하려면 피해자 F을 설득하여 D에 대한 진정을 취하하도록 하고, 각서를 작성해 오면 D에서도 피해자 E에 대한 선처를 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설득 내지 권유로도 보이는 점, 피고인들은 피해자 E보다 상급자이기는 하나, D의 직원일 뿐 징계권자는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피해자 E에게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고, 피해자 E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징계절차는 D 내부의 직원 징계규정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실상 피해자 E에게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과 피해자 E 사이의 대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해자 E에 대한 징계나 형사고발은 D 원장 내지 사무총장의 의사(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에 따라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E도 피고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D 차원에서의 징계나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들이 직접 피해자 E에 대하여 불이익한 처분을 한다거나 이를 사실상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 B은 피해자 E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형사고발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피해자 E의 잘못을 선처받기 위해 배우자인 피해자 F이 D의 비위와 관련하여 진정한 것을 취하하도록 종용한다든가 각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나, 피해자 E의 직장생활을 위하여 D에 선처를 구해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를 권유한 것으로도 보여 그것이 곧바로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E에 대하여 한 말이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 F에 대한 강요미수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E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한 것이 피해자 F에 대한 강요의 실행의 착수에도 해당한다고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피고인들은 피해자 E와의 사이에서만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하였고, 직접 피해자 F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는 점, 결과적으로 피해자 E가 피해자 F에게 피고인들로부터 들은 얘기의 취지를 일부 전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 E가 피고인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피해자 F에게 전달하지 않을 수도 있고, 피해자 E가 피고인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피해자 F에게 전달하고 상의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들과 피해자 E 사이의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인들의 얘기가 피해자 E가 겁을 먹고 반드시 피해자 F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단정할 만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로 피해자 F은 피해자 E로부터 ‘회사 상사들이 각서를 요구하더라’는 식의 말만 들었지 직접적으로 고용노동부 진정을 취하해 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각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는 점, 피해자 F은 피해자 E에게 무슨 각서를 말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피해자 E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고, D에서 진정을 취하하고 각서를 작성해 주기를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여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미루어 짐작했다는 취지로도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F에게 직접 말한 것이 아닌 피해자 E에게 위 공소사실과 같이 말한 것만으로 피해자 F에 대한 강요의 실행의 착수(협박)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게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E에 대한 언행이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로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 F에 대하여도 강요미수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박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