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12. 24. 선고 2020가단111773 판결

주문

1.

피고는

가.

원고 A에게 9,816,295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8. 15.부터,

나.

원고 B에게 6,979,91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9. 4.부터,

각 2020. 12. 24.까지 연 6%의,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A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55%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A가 각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50%는 피고가, 나머지 원고 B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D’이라는 상호로 구두를 제작·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의 구두제조공정은 ① 작업지시서의 작성, ② 견본 제작, ③ 재단작업, ④ 갑피작업(재단된 가죽을 신발의 형태로 접착 및 봉제하는 작업), ⑤ 저부작업(골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창을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 ⑥ 검품 및 포장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나.

원고 A는 2012. 2. 29.부터 2017. 7. 14.까지, 원고 B은 2012. 2. 29.부터 2018. 8. 14.까지 피고의 공장으로 출근하여 저부작업을 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매월 20일 작업한 수량에 비례한 돈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2, 24, 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들이 피고에 고용되어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와 도급계약 체결한 사업자이지 근로자가 아니라고 다툰다.

3.

판단

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과 갑 제3, 4호증, 을 제5 내지 10, 24 내지 28호증 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비록 원고들이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으며,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사정이 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①

피고는 작업공정별로 분업하여 수제화 완제품을 생산하였는데, 원고들이 담당한 저부작업은 피고의 구두제조과정 중 필수적인 업무이다.

②

피고는 작업지시서를 통하여 원고들이 수행할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과 작업량을 결정하였다. 원고들 피고가 작성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저부작업을 수행하였고 원고들의 독자적인 구상이나 생각 등이 반영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포괄적 의미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불량품이 발생할 경우 피고는 공장장을 통하여 작업현장에서 원고들에게 수정작업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③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작업량을 완료해야 보수를 받을 수 있었고, 원고들이 작업을 게을리 하거나 불량률이 높은 경우 피고는 원고들의 보수와 직결되는 작업량을 줄이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었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할 수 있었다.

④

원고들은 칼, 망치, 가위 등의 개인장비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그라인더, 압축기와 건조기 등의 기계류와 구두 원자재는 피고가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였다. 제화작업에 필요한 주요 시설이나 장비 등이 피고의 공장에 비치되었기 때문에 원고들은 피고의 공장에서 작업을 하였고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⑤

저부작업의 속성상 상당한 정도의 숙련이 요구되고, 원고들이 피고의 공장에서 작업을 한 점, 구두 원자재나 피고의 장비 등을 밖으로 반출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사실상 제3자를 고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는 구두제조물량의 수주나 제조된 구두의 판매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고, 제화작업을 한 구두들이 실제 고객에게 팔렸는지, 매도가격이 얼마였는지, 그에 따른 수입이 얼마인지 또는 손실이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작업량에 따라 책정된 보수를 받았을 뿐이므로,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⑦

피고는 원고들과의 개별적인 합의 없이 모든 저부공에게 적용될 단가를 결정하여 원고들에게 보수를 지급하였고, 원고들에게 배분할 작업량도 결정하였다.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작업량에 의하여 그 지급액수가 결정되는 사정이 있으나, 매월 정기적으로 보수가 지급되었고, 그 액수도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근로에 대한 대가인 임금으로 봄이 상당하다.

⑧

원고 A는 5년 4개월 남짓, 원고 B은 약 6년 5개월 남짓 피고 공장에서만 저부작업을 수행하였고, 다른 사업자의 저부작업을 수행한바 없으므로, 피고에 대한 전속성도 인정된다.

나.

퇴직금 지급의무 및 범위

1)

퇴직금 지급의무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재직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퇴직금 액수의 산정

을 제5 내지 10, 24, 27, 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A의 재직일수는 1964일이고, 원고 A가 퇴직 전 3개월 동안 피고로부터 합계 9,542,650원(2017. 5.분 3,587,550원+ 2017. 6.분 3,199,400원+ 2018. 7.분 2,755,700원)의 보수를 지급받은 사실, 원고 B의 재직일수는 2360일이고, 원고 B이 퇴직 전 3개월 동안 피고로부터 합계 6,621,100원(2018. 6.분 2,960,500원+2018. 7.분 2,070,300원 +2018.8.분 1,490,300원)의 보수를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 A의 1일 평균임금은 104,864원(9,542,650원/91일,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고, 퇴직금은 16,927,635원(104,864원×30×1964일/365)이 된다. 원고 B의 1일 평균임금은 71,968원(6,621,100원/92일)이고, 퇴직금은 13,959,820원(71,968원 ×30×2360일/365)이 된다.

다.

피고의 주장과 판단

1)

신의칙 위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일할 당시 퇴직금을 지급받는 방식을 포기하고 퇴직금을 대체한 3.3%의 사업소득세를 피고가 대신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피고는 이를 믿고 원고들과 거래를 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퇴직금 청구는 신의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의 이 사건 퇴직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상계 주장

가)

피고의 주장요지

피고는 원고들이 납부하여야 될 3.3%의 사업소득세를 대신 납부하였고, 이는 퇴직금을 대체하여 지급한 퇴직금의 선지급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퇴직금 대체 약정이 무효라면 원고들은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가 대납한 사업소득세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피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대납 세액 상당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야 한다.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들의 위 퇴직금 청구권과 상계한다.

나)

판단

(1)

관련법리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4조 각 항의 규정상 근로자의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고,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데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위와 같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다만,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 정책적 이유에서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다69930 판결 등 참조).

(2)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채권과 상계

(가)

부당이득 반환채권의 발생

을 제2, 3, 11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대신 원고들의 사업소득세를 대납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한 사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의 위 각 재직기간 동안 원고 A의 사업소득세로 합계 7,111,340원을, 원고 B의 사업소득세로 합계 8,350,300원을 각 납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으로서 근로기준법 제34조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이 사건 약정이 무효로 됨으로써 사용자인 피고는 위 대납세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원고들은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원고 A는 7,111,340원을, 원고 B은 8,350,300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피고에게 각 반환하여야 한다.

(나)

상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대신 원고들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여 왔으므로, 피고는 위 부당이득금 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피고가 위 부당이득금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답변서 부본이 2019. 9. 3. 원고들에게 도달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그리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부당이득 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을 상계할 수 있는 범위는 원고들의 위 각 퇴직금 채권의 1/2을 초과하는 부분이다.

피고의 위 상계 의사표시에 따라 원고 A에 대하여는 원고 A의 위 퇴직금 채권의 1/2을 초과함이 계산상 분명한 7,111,340원의 부당이득금 채권 전액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 B에 대하여는 위 8,350,300원의 부당이득금 채권 중 위 퇴직금 채권의 1/2을 초과하는 6,979,910원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적상일인 원고들의 각 퇴직시를 기준으로 원고들의 위 각 퇴직금 채권과 그 대등액에서 상계하면, 원고 A의 퇴직금 채권은 9,816,295원이, 원고 B의 퇴직금 채권은 6,979,910원이 남게 된다.

4.

결 론

피고는 원고 A에게 퇴직금 9,816,295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 이후로서 위 원고가 구하는 2017. 8. 15.부터, 원고 B에게 퇴직금 6,979,910원 및 위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 이후로서 위 원고가 구하는 2018. 9. 4.부터, 각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20. 12. 24.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문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