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관계
K 주식회사(이하 ‘K’이라 한다)는 의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영국 M Ltd.로부터 ‘N’라는 브랜드 라이센스를 받아 위 브랜드의 골프의류 등을 수입, 제조, 판매하였다. K은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사이에 ‘백화점 특약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 의하면 백화점 운영회사들은 위 브랜드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하여 백화점에서 판매한 후, 그 판매 수익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K에 지급하고, K은 백화점 내에서 판매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파견한다고 정하였다.
원고들은 K과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사이에 체결된 위 백화점 특약매입거래계약에 따라 백화점으로 파견되어 위 브랜드 매장에서 상품 판매, 매장 운영 및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위탁사업자거래약정의 체결
원고들은 K과 사이에 각 위탁사업자거래약정(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별지1 목록 원고별 각 ‘입사일’란 기재 날짜부터 각 ‘퇴사일’란 기재 날짜까지 각 ‘근무지’에서 위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K로부터 매월 판매분을 정산한 후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원고들과 K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은 별지2 기재와 같다(원고 별로 근무한 각 백화점에 따라 수수료율 및 판매보조원과 관련된 고정 지원금은 다르나, 그 나머지 내용은 대체로 동일하다).
K 주식회사의 파산
K은 2020. 10. 7. 서울회생법원 2020하합100426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으로 피고가 선임되었다(이하 파산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K과 피고를 통틀어 ‘피고’라고만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목록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각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원고들은 피고 소속 각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2022. 10. 2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에게 별지1 목록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금액 상당의 퇴직금을 구하는 것으로 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2,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들 주장
원고들은 전산프로그램에 출근 시간과 퇴근시간, 휴무일을 입력하여야 했고 피고는 원고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였던 점,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매출목표액을 설정한 점, 피고는 원고들에게 상품에 대한 단가를 지정하였고 행사기간 및 행사단가도 일방적으로 지정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는 상품에 대한 가격 결정권이 없었던 점, 피고는 손실 등을 담보하기 위해 원고들로부터 보증금을 받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은 그 실질에 있어서 피고의 지시․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목록 원고별 각 청구금액 기재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
원고들은 업무의 내용이나 수행방법, 업무수행 시간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상품 판매금액에 연동한 수수료를 지급받고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자로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 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3, 4, 7, 8호증의 각 기재, 구미세무서장 및 동수원세무서장에 대한 각 과세정보제출명령 회신 결과, 증인 O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근무시간은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시간으로, 피고가 원고들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각을 통제하거나 휴게시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증인 O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들이 출근 및 퇴근 시각을 입력하는 전산프로그램에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 직접 전화로 원고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여야 했고, 퇴근시각은 따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휴가 신청 등에 대한 별도의 결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태 관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매월 판매량을 정산하여 일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 받았다. 즉, 수수료는 원고들의 판매실적에 비례하여 산정되었고, 상한과 하한도 정해져 있지 않아 개별 원고의 각 월별 수수료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위와 같은 수수료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그 실적에 따른 보상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수수료를 근로 자체에 대응하여 비례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선비, 포장비,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였다. 특히 수선비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외부업체에 수선을 맡기거나 본사에 의뢰하여 수선하였는데 위 비용들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을 수수료에서 공제되었다. 그밖에도 원고들은 매장에서 발생한 ‘Loss’, 즉 매장에서 훼손된 상품의 대금 역시 부담하여야 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 보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판매보조원을 채용할 수 있었고, 그 판매보조원에 의해 원고들의 업무가 일정 정도 대체될 수 있었다. 피고는 원고들이 채용한 판매보조원의 인원수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시기에 따라 매출실적이 크게 변동되는 백화점 매장의 특성상 고정적인 지출비용을 보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보일 뿐, 원고들의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매출실적에 비례하여 지급받은 수수료나 지원금을 재원으로 하여 자신이 채용한 판매보조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비용을 지출하고, 거기에서 남는 금원의 유무나 그 규모에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을 입게 되었다. 결국, 원고들은 본인 스스로의 업무를 통하여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원고들은 백화점 매장 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였거나 판매할 수도 있었고, 그밖에 다른 겸업을 하면서 별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고 I의 경우 2012년도에 P(주)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을 취득하였고, 원고 F의 경우에도 2014년도 및 2015년도에 (유)Q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피고가 정하는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에게 정기적으로 판매실적 및 재고현황을 보고였으며, 원고들의 판매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피고로부터 판매증진에 대한 독려를 받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사정들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근로자성에 부합하는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는 피고가 전국 백화점 여러 매장을 통일적으로 운영하고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수반되는 피고의 고유한 업무로 볼 여지도 있고, 이는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에 대한 피고의 관리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한, 상품이 판매될 때까지는 상품의 소유권이 피고에게 있고, 이는 피고 전체의 재고 관리와도 연결되어 궁극적으로는 원고들에게 매월 지급될 수수료의 산정과 피고의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월 판매실적과 재고현황을 보고 받고, 판매가 부진한 경우 판매 증진을 독려하거나 상품 진열 등에 관하여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를 사업장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다. 그밖에 원고들이 그 각 업무 방식과 내용에 대한 피고의 요청 내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들과의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징계 등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원고들 중 일부가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전에 피고의 근로자였는데, 피고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위탁판매업자로 일괄적으로 강제 전환되었을 뿐, 그 전후 근로 형태나 처우가 다르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위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A, B, C, E, H, J은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하기 전에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들의 신분이 피고의 근로자에서 위탁판매업자로 강제 전환되었다거나,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이후에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증인 O은, ‘피고가 2004. 8. 일괄적으로 근로계약서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원고들과 위탁계약 관계로 전환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은 피고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퇴직금을 지급 받은 후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별지1 목록 기재 위 각 원고별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업무를 담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원고들의 신분이 위탁판매업자로 전환된 것은 원고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위 원고들은 피고와 위탁관계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면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건강보험 등에도 가입되지 않았으며, 별도의 근태 관리를 받거나 징계 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급여의 산정방식이나 급여 금액이 피고 소속 근로자일 때와 비교하여 많은 부분이 변경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와 근로관계를 맺고 있었던 위 원고들의 처우나 근무조건 등이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결국,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완(재판장) 김찬미 박선임
사건정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가합105867
판결선고
2023. 5. 11.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