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고도 한다)는 종합무역업 및 무역중개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8. 8.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상무보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2020. 3. 6. 회사원들이 익명으로 글을 게시하는 ‘C’ 게시판에 피고의 임원이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을 폭행하였다는 제보성 글이 게시되었다. 그 후 2020. 4. 8. 피고가 피고의 직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는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고, 2020. 4. 13. 피고의 임원이 부하직원을 폭행하고 이에 항의하자 보복성 해고를 하였다는 내용의 언론기사가 보도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피고의 임원이 부하직원을 폭행하였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가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피고는 2020. 4. 29.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위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하였다. 이후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2020. 5. 6. 원고를 면직하기로 의결한 후 아래와 같이 원고에게 위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
원고는 2020. 5. 7. 피고에게 재심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2020. 5. 28.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후 2020. 5. 29. 원고에게 원심 결정(이 사건 징계)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14.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D).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0. 11. 23.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5. 6.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5. 7.부터 원고가 복직되는 날까지 매월 10,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을 제1, 3 내지 5, 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절차상 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원고가 징계사유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원고는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이 사건 징계 통보서에는 구체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
실체적 하자
피고는 원고가 부하직원인 F 및 G을 폭행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를 하였는데 원고는 F을 폭행한 적이 없고, 설령 폭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풍기질서 문란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의 폭행이 이루어진 경위나 원고의 피고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의 양정이 부당하게 과다하다.
이 사건 징계를 하기 전인 2020. 3. 10. 피고의 사장 H는 원고에게 경고 처분을 하였고 2020. 4. 21. 피고의 대표이사 I은 3개월의 정직 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게 더 이상의 징계 처분은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는 신의칙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
판 단
절차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당사자에게 징계사유와 관련한 소명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대상자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면 되며, 소명 자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 사실을 고지하고 그에 대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면 충분하고, 혐의사실 개개의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발문하여 징계대상자가 이에 대하여 빠짐없이 진술하도록 조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판 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0, 13 내지 15, 18 내지 21, 25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①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통지서에는 심의사항으로 ‘1) 타인에게 폭행함으로써 업무 수행을 방해, 능률 저해(제77조 1항 13), 2) 소행불량으로 회사 내에 풍기질서 문란(제77조 2항 5), 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근거한 중대한 괴롭힘 행위(제77조 1항 30), 4) 기타(성희롱 발언 사실확인)(제77조 1항 29)’가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징계 결정 통보서에는 위 심의사항 중 4) 항을 제외한 나머지 항이 징계사유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부하직원인 F, G을 폭행한 사실(이하 ‘원고의 폭행 사건’이라 한다)과 관련된 C 게시판의 글 및 언론 기사를 발단으로 하여 개최된 사실, ③ 원고는 위 언론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원고의 폭행 사건이 문제되기 시작한 때부터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실, ④ 원고의 폭행 사건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과 관련하여, 원고는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인 2020. 4. 16.에는 피고의 사장 H 및 피고 인사위원회 간사 J과, 2020. 4. 27.에는 피고의 부회장 K과 각 대화를 나눈 사실, ⑤ 원고는 2020. 4. 29. 개최된 1차 인사위원회 및 2020. 5. 28. 개최된 재심 인사위원회에 모두 출석하여 충분히 소명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이미 위 인사위원회의 심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관하여 인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통지서 및 이 사건 징계 결정 통보서에 징계사유가 된 원고의 폭행 사건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실체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부
먼저, 원고는 2020. 1. 3. G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방법으로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1, 12, 27, 28호증,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2019. 12. 20. 회식 자리에서 F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방법으로 폭행한 사실도 인정되고, 원고의 F 및 G에 대한 폭행의 경위 및 그 정도, 원고의 폭행 사건이 피고의 다른 직원들과 외부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폭행 사건은 피고 회사의 풍기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이자 타인을 폭행함으로써 피해자의 업무능률을 저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① 원고는 2020. 3. 10.경 H 사장과 피고의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모인 회의에서 2019. 12. 20. 회식 자리에서 F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H 사장으로부터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다.
원고는 2020. 11. 18. F과 통화를 하면서도 자신이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이의 제기를 한 적이 없고, 오히려 F이 원고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전제로 F의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하는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취재 결과 피고의 직원으로부터 원고가 F의 정강이를 차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내용을 들었고, 피고의 인사팀으로부터도 원고의 폭행 사실을 확인받았다.
F은 피고의 인사위원회 간사이자 피고 경영지원본부의 인사 총무 부문 상무보인 J에게 원고의 폭행이 있었던 당시의 상황 및 피해 정도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자신의 피해 부위 사진도 보여주었다.
피고 회사의 C 게시판에 게시된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한 제보가 원고를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
피고 회사의 C 게시판에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한 제보글이 게시된 이후 원고의 폭력 성향을 비난하는 취지의 답글이 게시되었고, 원고의 폭행 사건 이후 이루어진 피고의 정리해고 절차의 정당성에 관하여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등 피고 회사의 내부질서와 규율체계 등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되었다.
비록 F은 원고와의 대화 과정에서 ‘원고가 F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고 피해 정도도 경미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G도 원고로부터 사과를 받고 별다른 문제를 제기한 바 없으나, 원고와 F 및 G 사이의 상하관계, 피고 회사 내에서의 담당 업무 및 직위 등에 더하여, 실제로 J과의 면담 당시 F은 원만한 조직 생활 등을 위해 자가 치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고, G은 향후 구직 등을 고려하여 폭행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폭행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는 피고의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되자 피고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를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판 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폭행 사건은 직장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안이 가볍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피고의 임원 및 부서장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점, ② F 및 G의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한 피고의 다른 직원들의 반응 및 G의 진술 등에 비추어 원고는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부하직원들에게 다소간의 폭력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F 및 G 외의 다른 직원들도 원고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고, 원고의 폭행 사건 이후 이루어진 피고의 정리해고 절차의 정당성에 관하여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등 피고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 ⑤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한 언론 기사가 보도되어 피고의 브랜드 이미지 및 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징계 전 피고의 대표이사 I이 이미 3개월의 정직 처분을 한 바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원고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사장 H가 주의를 준 사실만 진술하였을 뿐 이미 I으로부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주장한 바 없다).
또한, H가 원고에게 원고의 폭행 사건에 관하여 경고 조치를 취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H가 상사로서 원고에게 주의를 준 것일 뿐 피고로부터 원고에 대한 징계 권한을 위임 받아 경고 처분을 한 것은 아니고, 설령 I이 원고에게 3개월의 정직 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 역시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공식적인 징계 처분이 아니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의 폭행 사건으로 인하여 더 이상 징계를 하지 않거나 가벼운 처분을 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징계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 없고, 위 징계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임금지급 청구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완(재판장) 곽새롬 한성민
사건정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합102322
판결선고
2023. 2. 2.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